‘tvN 10주년’ 묵묵히 걸어온 끝에 꽃 피운 tvN의 힘… 차별성과 실험정신

‘tvN 10주년’ 묵묵히 걸어온 끝에 꽃 피운 tvN의 힘… 차별성과 실험정신

기사승인 2016-09-28 17:38:40


[쿠키뉴스=이준범 기자] 5년 전만 해도 tvN이 어떤 채널인지 모르는 시청자가 대부분이었다. 채널을 대표하는 프로그램을 떠올리기도 쉽지 않았다. 하지만 tvN은 시행착오를 겪으며 꾸준히 성장한 끝에 10주년 기념 시상식을 개최할 정도로 인지도와 영향력이 커졌다. tvN이 다음에는 어떤 예능 프로그램, 혹은 드라마를 내놓을지 기대하는 시청자도 많아졌다. 아무것도 없이 시작한 tvN을 지금의 자리까지 끌어올린 핵심 원동력은 무엇일까.

28일 오후 2시 서울 월드컵북로 상암 스탠포드호텔에서 열린 tvN 개국 10주년 기자간담회에서 이명한 tvN 본부장은 tvN이 지향하는 가치로 '차별성'을 언급했다. 이명한 본부장은 “tvN이 10년 전부터 지금까지 지켜온 가치는 차별성”이라며 “어떤 식으로든 지상파 콘텐츠와 차별화되는 포인트를 갖고 있거나 실험적인 시도를 했다면, 그 자체만으로도 내부적으로 박수 받는 분위기다. 차별화된 시도를 할 수 있는 건 실패를 인정하는 문화가 깔려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2011년 KBS에서 tvN으로 이적한 이 본부장은 “5년 전 tvN에 왔을 때 놀랐다”고 회상하며 “사기업이라 비즈니스 논리에 입각해 프로그램의 성공에 절박할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훨씬 유연한 분위기였다. 5년 전보다 시청자들의 tvN에 대한 기대감도 높아진 만큼 부담감도 커졌지만, 그동안 가져온 덕목들을 계속 유지하며 새로운 시도를 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이명한 본부장은 지난 10년 간 가장 tvN스러웠던 프로그램으로 ‘더 지니어스’와 ‘SNL코리아’를 꼽았다. 이 본부장은 “다른 플랫폼에서 접근하기 힘든 기획, 발상이었다고 생각한다”고 그 이유를 설명했다. 이덕재 CJ E&M 미디어콘텐츠부문 대표는 ‘더 지니어스’와 함께 드라마 ‘시그널’을 언급하며 “‘시그널’을 tvN이 아닌 다른 곳에서 기획, 제작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tvN이 본격적인 상승세에 접어들기 시작한 건 2011년부터다. 이명한 본부장을 비롯해 나영석, 신원호 PD 등이 당시 KBS에서 대거 이적한 것이 결정적이었다. 나영석 PD는 ‘꽃보다 할배’를 비롯해 ‘삼시세끼’, ‘신서유기’ 등 tvN을 대표하는 예능 프로그램들을 줄줄이 내놨고, 신원호 PD는 ‘응답하라’ 시리즈로 tvN의 인지도를 급상승시켰다. ‘미생’과 ‘시그널’을 연출한 김원석 PD도 KBS 출신이다.  때문에 실질적으로 tvN의 성공을 이끈 건 지상파 출신 PD들 덕분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이에 대해 이명한 본부장은 “그 콘텐츠가 성공한 핵심은 나영석, 신원호, 김원석 등 PD들이 맞지만, '삼시세끼'만 해도 서브 연출하는 PD만 10~15명씩 있다”며 “리얼리티 프로그램의 작법 상 한 명의 유능한 피디만으로 잘 될 수는 없다. 편집, 자막 등의 과정에서 주니어 PD들의 재기나 역량이 없었다면 이만큼 성공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삼시세끼’, ‘미생’, ‘시그널’, ‘응답하라’ 등의 성공에 가렸을 뿐, 내부 PD들이 제작한 ‘SNL코리아’, ‘수요미식회’, ‘문제적남자’, ‘더 지니어스’도 좋은 평가를 받았다”며 “주니어 PD와 시니어 PD로 구성된 두 축이 tvN의 경쟁력을 이끌어간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KBS 출신으로 tvN에서 기획제작 총괄을 맡고 있는 김석현 CP 역시 “지상파 PD들은 이미 부글부글 끓고 있던 역량에 촉매 역할을 했다고 생각한다”며 “tvN에 와서 놀란 것 중 하나는 후배 PD들의 열정과 재능, 성장에 대한 갈망이었다. tvN에서 성장한 6~8년차 PD들이 새 프로그램을 준비하며 대기 중이다. tvN의 진정한 전성기는 2년 후 쯤 오지 않을까 기대한다”고 같은 의견을 내비쳤다.

tvN은 지난 10년 동안 콘텐츠를 구입하고 제작하는 데 1조원 이상을 투자해왔다. 올해 tvN에 투자된 비용만 1500억 원이다. 내년엔 이보다 20~30% 상승할 예정이다. 이처럼 꾸준히 많은 돈을 투자했지만, 지상파 방송사에 비하면 아직 갈 길이 멀다. 10년 간 광고 매출이 7배나 성장했다지만, 아직 지상파 방송사의 30~40%에 그치는 수준이다. 앞으로의 10년을 준비하는 tvN이 주력하는 건 글로벌 콘텐츠 제작이다. 플랫폼과 국가의 경계를 뛰어넘는 강력한 콘텐츠를 만드는 것이 목표다.

이덕재 대표는 “최고경영진이 아무도 투자하지 않던 문화산업 부문에 20년 정도의 장기적 비전을 갖고 지속적으로 투자한 것이 10년 간 성장하는 데 가장 중요했다고 본다”며 “당장 수익으로 돌아오지 않더라도, 자원이 없는 우리나라에서는 창조적인 좋은 아이디어로 재미와 즐거움을 주는 것에 글로벌 경쟁력이 있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현재는 ‘꽃보다 할배’나 ‘더 지니어스’ 같은 내부 콘텐츠를 글로벌화 하는 작업을 진행 중”이라며 “미국 NBC에서 방송된 미국판 ‘꽃보다 할배’가 동시간대 1위를 기록하며 시즌2 제작이 확정된 건 큰 사건이라고 생각한다. 각 지역에서 성공할 수 있는 포맷을 만들기 위해 처음부터 글로벌화를 염두에 두고 콘텐츠를 기획하고 있다. 지역 전문가와 접촉해 동남아는 물론 유럽까지 시장 환경 트렌드 조사 등을 지속적으로 하고 있다”고 앞으로의 계획을 밝혔다.

tvN은 개국 10주년을 맞아 다음달 8~9일 ‘tvN10 어워즈’, ‘tvN10 페스티벌을 개최해 10년 간 응집된 역량을 뽐내는 한편 앞으로의 도약을 다짐할 계획이다. bluebell@kukinews.com

이준범 기자
bluebell@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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