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우젓의 시선] 동묘시장에 나온 엠블랙의 트로피는 어떻게 만들어졌나

[새우젓의 시선] 동묘시장에 나온 엠블랙의 트로피는 어떻게 만들어졌나

기사승인 2016-10-26 15:43:14

[쿠키뉴스=인세현 기자] 최근 한 팬이 서울 동묘시장에서 엠블랙의 음악방송 트로피를 발견하는 일이 벌어졌다. 장식장에 소중하게 전시돼야 할 트로피가 어째서 동묘시장 길거리 좌판에 놓이게 된 걸까.

△ 엠블랙의 트로피는 왜 동묘시장에서 발견됐을까

한 팬이 동묘시장에서 엠블랙의 트로피를 발견했다. 그 팬은 믿지 못할 광경을 사진으로 찍어 온라인 게시판에 게재했고 논란은 일파만파로 번졌다. 사진 속 트로피는 한 두 개가 아니었다. 그중에는 엠블랙이 음악방송에서 처음으로 1위에 올라 받은 트로피도 있었다.

엠블랙의 소속사 제이튠캠프 측은 사진을 올린 팬에게 “저희도 트로피가 외부로 나가게 된 자세한 경로를 알지 못하는 관계로 자세한 위치를 알려주시면 상황 파악 후 피드백을 드리겠다”는 온라인 쪽지를 보냈다. 팬이 동묘시장에서 트로피를 발견하기 전까지 소속사 측은 트로피가 외부로 유출된 것도 모르고 있던 것.

이후 소속사는 지난 25일 “2달 전 사무실과 숙소를 이전하는 과정에서 불미스러운 일이 발생했다. 물품을 보관하는 창고가 있는데 그곳에서 유출된 것 같다”며 “책임이 있는 창고 업체와 함께 트로피와 관련 물품을 수거하는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공식입장을 발표했다.

이 사실을 알게 된 팬들은 소속사를 향한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아티스트의 노력과 팬들의 응원이 중고시장에 헐값에 나온 것과 다름없다는 주장이다.

△ 의미 없는 음악방송 1위에서 찾는 의미

지난주 방송된 KBS ‘뮤직뱅크’의 시청률은 1.3%다. MBC '음악중심‘, SBS '인기가요’는 각각 2.1%, 1.2%(닐슨코리아 기준)를 기록했다. 결코 높다고 볼 수 없는 수치다. 케이블 채널에서 방송되는 음악방송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시청률이 말해주듯 음악방송은 언젠가부터 보는 사람만 보는 프로그램이 돼 버렸다. 그렇기 때문에 그 안에서 순위를 정하고 1위 트로피를 주는 것이 어떠한 의미가 있는지 의문을 제기하는 시선도 존재한다. 음악방송 제작진이 순위제 폐지와 부활을 반복하는 이유도 이런 고민의 연장선일 것이다.

하지만, 여전히 가수들에게 음악방송 1위란 영광스러운 자리다. 아이돌의 경우 음악방송 1위 여부는 가장 명확한 성공의 증거이기도 하다. 음악방송 1위 조건은 방송사마다 조금씩 차이가 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온라인 음원 판매량과 오프라인 음반 판매량이다. 여기에 소셜네트워크서비스 화제성이나 뮤직비디오 조회수를 더하기도 한다.

이 모든 조건을 고루 충족해 점수를 채우는 것은 여러 요소가 맞물려야 가능하다. 소속사의 기획력과 아티스트의 실력에서 비롯된 결과물, 그리고 이것을 일정량 이상 구매할 수 있는 소비력이 담보돼야 한다. 아이돌의 경우 대중보다 팬덤에 소비력이 집중돼 있다. 팬덤이 얼마나 결집하는가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수 있는 것이다.

팬은 자신이 좋아하는 아이돌에게 보다 좋은 순위를 안겨주고자 음반과 음원을 산다. 음원 사이트마다 다른 집계 환경을 조사하고 가장 효율적인 방법으로 음원을 스트리밍한다. 이러한 과정은 돈과 시간을 들이는 까다로운 과정이다. 아이돌과 팬은 1위라는 목표에 도달하는 과정을 통해 유대감을 느끼고 정서적으로 가까워진다. 어쩌면 음악방송 1위 트로피는 팬들의 돈과 시간 그리고 절실함을 갈아 넣어 만드는 것일지도 모른다.

△ 트로피가 돌아오면 모든 것이 해결될까

2009년 5인조로 데뷔한 엠블랙은 멤버 이준과 천둥이 탈퇴해 3인조로 팀을 재정비했다. 현재 지오와 미르는 군 복무 중이며, 양승호는 뮤지컬 ‘사랑은 비를 타고’ 무대에 오르고 있다. 그룹은 잠시 휴지기를 갖고 있는 셈이다. 이들이 엠블랙으로 활동할 날을 기다리고 있는 팬들에게 동묘시장의 트로피는 너무나도 씁쓸한 사건이다. 소속사는 팬들의 시간과 노력, 마음을 잃어버려도 그만인 것으로 취급한 것이 아닐까.

제이튠캠프는 최선을 다해 트로피를 회수하겠다는 입장을 발표했지만, 이미 시장에 나온 물건을 소속사가 되찾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설령 소속사가 트로피를 모두 수거한다 해도 이미 상처받은 팬의 마음은 어떻게 치유할 수 있을까. 

★ ‘새우젓의 시선’ : 자신을 일명 ‘새우젓’이라고 칭하는 팬들의 관점으로 연예 뉴스를 돌아보는 쿠키뉴스의 코너입니다.

inout@kukinews.com

인세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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