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주의국민행동을 비롯한 시민단체들은 26일 오후 2시 서울 광화문 남측 광장에서 “침몰하고 있는 대한민국을 건질 수 있는 것은 박근혜 정권이 아니다”며 “박근혜 정권은 모든 것을 책임지고 물러나라”고 말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고(故) 백남기 농민 사망 사건’ ‘세월호 침몰 사건’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THAAD) 배치’ 등 박 대통령 재임 기간에 일어났던 사건들에 대해 각자의 위치에서 정부를 비판하는 시민단체가 한자리에 모여 박 대통령을 규탄했다.
민주주의행동 김중배 고문은 “지금 대한민국은 경술국치보다 더 치욕스런 국치”라며 “최순실 게이트가 아닌 박근혜 게이트다. 국치의 게이트다”고 한탄했다.
또 “국민은 나라 근본이 무너지는 현장을 목격하고 있다”며 “이 문제 해결을 위해 박 대통령은 한시바삐 그 자리에서 물러나야 한다. 민생을 도탄에 빠지게 한 데에 대한 법적 심판을 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정진우 인권센터 소장은 “세월호 사건 당시 아이들을 수장시켜 놓고 반성은커녕 진실을 덮으려 하던 현 정권의 속성을 국민은 분명히 보았다”며 “살인 정권을 끌어내리기 위해서는 거짓말을 일삼던 대통령과 주변 세력을 송두리째 갈아엎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주대 오동석 로스쿨 교수는 박 대통령에게 물을 수 있는 법적 책임에 대해 “형법의 잣대를 적용하기 전에 헌법적인 죄를 물어야 한다”고 전했다.
이어 “박 대통령의 행위는 민주 공화국과 국민의 주권을 부정한 것”이라며 “국민 전체에 대해 봉사하고 책임을 지며 헌법을 수호해야 할 의무를 다하지 않은 것에 대한 죄를 물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또 “박 대통령이 사퇴한다고 해도 그 이후에 권한대행을 누가 할 것인가에 대해서도 우리는 심각하게 생각해 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날 서울 도심 곳곳에서는 정부에 ‘최순실 게이트’에 대해 진상규명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이 열렸다.
참여연대 집행위원장 김성진 변호사는 같은 날 오전 11시 서울 종로구 청운효자동 주민센터 앞에서 “국민은 최씨를 대통령으로 뽑지 않았다”고 힘을 주어 말했다.
김 변호사는 “국민대표를 뽑는 게 민주주의라면 최씨는 민주주의를 짓밟고 있는 것”이라며 “최씨에게 국정 권한을 넘겨준 박 대통령은 민주주의를 부정한 것이다”고 강조했다.
박 대통령이 지난 25일 최씨가 자신의 연설문과 홍보물 작성에 도움을 줬다는 것에 대해 시인하고 대국민 사과를 했다.
그러나 최씨가 청와대 인사와 외교·안보에도 개입한 사실과 대통령의 사과가 녹화 영상이라는 것이 알려지면서 민심에 일던 불길은 더욱 거세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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