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조현우 기자] 매일유업의 한국맥도날드 인수가 사실상 백지화됐다. 관련업계에서는 몸집을 키울 수 있는 기회를 놓쳤다는 목소리와 무리한 인수가 야기했을 위험성에서 벗어났다는 두 가지 의견이 나오고 있다.
관련업계에 따르면 최근 매일유업은 미국 사모펀드 칼라일과 진행하던 한국맥도날드 인수를 포기했다. 맥도날드 본사의 까다로운 조건과 자금조달에 부담을 느꼈다는 것이 중론이다.
매일유업은 2007년 외식사업부를 신설한 뒤 공격적인 확장에 나섰다. 올 상반기 매일유업은 외식분야에서 폴바셋, 크리스탈제이드 등의 성장으로 사업다각화에 성공했다는 평을 받았다. 크리스탈제이드는 2014년 흑자전환에 성공했고 2009년 시작한 폴바셋은 지난해 전년 대비 170% 이상 매출이 상승하기도 했다. 올 상반기 8003억원의 매출을 기록했고 영업이익도 전년 대비 125% 상승한 171억원을 기록했다.
외식사업 성공에 힘입어 매일유업은 지난 9월 사모펀드 칼라일과 함께 한국맥도날드 인수전에 뛰어들었다. 국내 434개 매장을 보유하는 한국맥도날드 인수에 성공하게 되면 외식사업 확장에 힘이 실릴 수 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또 유업계 전반적으로 저출산 등 흰우유 소비 감소로 어려움을 겪고 있어 한국맥도날드를 인수 시 우유 공급으로 수요가 분산될 수도 있다는 긍정적인 영향도 기대됐다.
CJ그룹, NHN엔터-KG그룹 컨소시움, 매일유업-칼라일 3파전으로 압축됐던 한국맥도날드 인수전에서 CJ 측은 제3자에게 사업권을 제공하고 로열티를 받는 ‘마스터 프랜차이즈 전환 구조’에서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인수를 포기했다. 글로벌 외식사업을 강화하려는 기업들에게 해당 방식은 본사 지침에서 자유로울 수 없어 의미가 없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NHN엔터-KG그룹 컨소시움도 한국맥도날드와의 이견차이로 추가적인 인수절차 진행이 어렵다는 이유로 인수를 철회했다.
이후 매일유업-칼라일의 단독입찰 형태가 되면서 인수 가능성이 높게 점쳐졌다. 특히 맥도날드 본사가 한국맥도날드와 중국 홍콩 아시아지역 사업을 매각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매일유업 김선희 사장이 직접 PT를 준비하는 등 매일유업에게 유리한 상황이 많았다. 업계에서는 계열사인 코리아푸드서비스가 한국맥도날드에 식자재를 공급하고 있다는 점도 인수 가능성을 높게 점쳤다.
다만 위험성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만텐보시, 타츠미즈시, 달 등을 포함해 10개가 넘었던 외식 브랜드는 폴바셋과 더키친살바토레, 크리스탈제이드 등 3개만 살아남았다. ‘타율’이 낮은 만큼 인수가 독이 될 수 있다는 것이 이유였다. 또한 한국맥도날드 인수가가 6000억원 정도로 추정됐던 만큼 부담을 안을 수 있는 상황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업계 관계자는 “결과론적이긴 하지만 매일유업의 한국맥도날드 인수가 확정됐다면 외식분야에서 단숨에 몸집을 키울 수 있는 기회가 됐을 것”이라면서 “다만 3대 7 정도로 알려졌던 지분비율을 봤을 때 사모펀드 칼라일이 주체가 되는 만큼 반작용도 컸을 것”이라고 말했다.
매일유업 관계자는 “미국 맥도날드 본사에서 진행하는 만큼 인수 철회에 대해 명확하게 말 하기는 어렵다”면서 “다만 인수를 그만둔다고 하더라도 기타 외식분야 브랜드에 타격을 입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