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시래의 파파라치] 아르바이트라는 신기루에 대하여

[김시래의 파파라치] 아르바이트라는 신기루에 대하여

기사승인 2016-10-28 09:48:29

[김시래의 파파라치] 대학교 3학년 김수영(24) 학생은 경마장에서 발권 아르바이트를 한다. 주말아침 10시부터 저녁 6시까지 근무하는데 한달에 8번 정도를 나가 60만원 정도를 번다. 대학생 아르바이트로는 꽤 수입이 높은 편이어서 3년째 하고 있다. 천세형(22)군은 대학교 1학년인데 학교에서 행정처리 업무를 돕는다. 하루에 3시간 정도 자리를 지키고 전화를 받는 간단한 일인데 3달에 약 90만원 정도를 번다. 그는 그 돈으로 내년 1월 제주도 올레길 여행을 갈 계획이다.

이처럼 대학생 절반 이상이 아르바이트를 한다. 그중 일부는 아르바이트와 겹치지 않기 위해 수강과목을 조정하기도 한다. 학비는 도움을 받더라도 용돈은 내 힘으로 벌겠다는 것이다. 나는 그들이 주중, 주말, 방학기간을 가리지 않고 아르바이트로 시간을 허비하는 것을 납득할 수 없었다. 그렇게 번 돈으로 학비를 보태는 학생들도 있고 책을 사보는 학생들도 있다. 그러나 수업시간마다 커피를 대동하고, 고가의 최신폰으로 휴대폰을 바꾸는 모습에서 굳이 필요치 않은 아르바이트로 금싸라기 같은 시간을 소비하고 있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원하는 적성과 취향대로 취업하는 것을 꿈꾸면서도 현실적 욕구를 참지 못하고, 아르바이트를 도피처로 하루하루 시간을 흘려버리고 있는 것은 아닌지.

지난 24일 월요일 미디어문화시간, 22명의 학생들에게 이런 내 생각을 건넸다.

“대학은 독립적인 삶을 위한 준비기간이다. 평생을 함께 할일을 찾고 그 기초를 닦는 일에 집중하는 것이 시간의 효율을 높이는 길이다. 아르바이트보다 전공공부와 인문에 집중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푼돈의 아르바이트는 취업의 신기루일 뿐이다”라는 요지였다.

학생들의 표정은 밝지 않았다. 난 그들의 자존심을 건드린 것이 아닌가 하고 걱정했다. 그러나 잠시 후 돌아온 그들의 대답은 내 예상과 달랐다.

“이론에서 벗어나 사회현장으로 들어가 균형감각을 키우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미래를 담보로 오늘을 희생시키지 않는 삶의 태도가 시대적 정서 아닙니까?.”

나는 당황했다. 내말의 본질을 아전인수 격으로 슬쩍 비껴간 그들의 태도를 바로잡아야했다. 하지만 문제는 나에게도 있었다. 눈앞에서 펼쳐지는 실제의 삶에 집중할 것과 실용과 현장성이 배제된 학문의 무용론을 지나치게 강조한 것이 그들의 그런 합리화에 일조했다는 자책 때문이다. 나는 사회진출을 앞둔 대학생의 입장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미래를 위해 준비하는 시간임을 진지하게 설득했다.

“나는 낙엽이 지는 가을에 도서관에 앉아 공부하는 학생을 닮으라고 할 생각이 없습니다. 다만 그 학생은 미래의 모습을 위해 오늘을 참고 있는 것이고 그것이 학생의 본분임을 이야기해주고 싶습니다.”

학생들의 표정은 복잡했고 나는 미안했는데 그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더 큰 가치와 미래를 위해오늘을 인내하는 것이 지나간 시대만의 미덕은 아닐 것이다.

가을이 오고 졸업시즌이 다가온다. 
취업전선으로 나가는 대학생들은 학점과 토익점수와 몇 가지 스펙을 창과 방패로 삼아 시험을 보고 면접을 치를 것이다.

대다수는 많은 실패를 맛보다 결국 어느 곳에 어떤 모습이든 긴 인생의 출발을 시작하게 된다. 지금 자신의 꿈을 펼칠 터전을 찾아 정글 속으로 뛰어 들기 위해 호흡을 가다듬는 그들에게 그들의 아름답고 긴 인생을 위하여 당신은 어떤 말을 들려줄 것인가?

김시래 경기대학교 미디어영상학과 교수

조규봉 기자
ckb@kukinews.com
조규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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