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심유철 기자] 경희대학교 학생들과 교직원들이 박근혜 대통령 하야를 촉구하는 시국선언문을 발표했다.
경희대 학생 등 350여명은 1일 오전 11시40분 서울 동대문구 경희대 정문 앞에서 ‘대한민국의 주인은 국민’이라는 성명을 통해 박 대통령의 즉각 퇴진을 요구했다.
경희대 행정학과 강명규(16학번)씨는 “박근혜 정부가 무너뜨린 숭고한 민주주의를 목숨 걸고 지킬 것”이라며 “깨어있는 대학생으로서 부모님과 선배들에게 부끄럽지 않은 사람이 되겠다”고 전했다.
이어 “여기 모인 사람들이 모두 정의감이나 의협심이 넘쳐서 나온 게 아니다”며 “지금은 평범한 시민의 거대한 진심을 보여줄 때다”라고 말했다.
경희대 사학과 박휘원(여·14학번)씨는 “박 대통령의 비선 실세로 지목된 일반인 최순실씨는 국가 극비 자료를 열람하고 연설문을 고치는 등 영화에 나올 법한 범죄를 저질렀다”며 “박 대통령은 최씨의 요구는 잘 들어주면서 서민들의 요구에는 귀를 닫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날 경희대 후마니타스 칼리지 김진해 교수는 학생들에게 “여러분이 교수라고 생각하고 박근혜 학생에게 국정 전반에 대한 학점에 매겨보세요”라며 이목을 집중시켰다.
학생들은 박 대통령에게 경제·노동·외교·안보·민주주의 등 필수과목에 모두 ‘F’ 학점을 줬다. 또 글쓰기·말하기·공감 능력 등 교양과목에 대해서도 전부 ‘F’를 줬다.
김 교수는 “모든 과목을 컨닝까지 한 박 대통령이 학생이었다면 이미 제적”이라며 “국민의 요구에 따라 즉각 퇴진하라”고 말했다.
이어 “꼭두각시를 한자로는 ‘괴뢰’라고 부른다”며 “박 대통령은 최순실의 괴뢰 정부”라고 꼬집었다.
김 교수는 국가가 혼란스러운 가운데 국민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지 학생들에게 알려줬다.
그는 “여러분은 역사 격동의 순간에 서 있다”며 “풍랑을 헤쳐나갈 때 방법보다는 방향이 중요하다. 이때야 말로 국민에게 국가 권력을 통제할 능력이 있다는 것을 보여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희대 청소노조 이승연 분회장은 “박근혜 정부는 구조하라니 구경을 하고, 지휘하라니 지X을 하고, 조사하라니 조작을 한다”며 “나랏일을 하지 않을 거면 하야 하라”고 말했다.
시국선언에 동참한 경희대 한의학과 김대하(24)씨는 검찰이 특별수사본부를 꾸려 최씨를 조사하는 것에 대해 “원리원칙대로 수사에 임해야 한다”며 “최씨가 귀국하자마자 신변확보하지 않은 것에 대한 국민의 실망감을 수사 결과로 보여줘야 한다”고 밝혔다.
경희대 학생들과 교직원들은 시국선언을 마치고 경희대 정문부터 청량리 광장까지 1개 차선을 이용해 거리행진을 이어갔다.
행진 중에도 그들은 ‘박근혜는 퇴진하라. 성역없이 수사하라’는 구호를 외쳤다.
앞서 지난달 24일 비선 실세로 지목된 최씨가 국정 전반에 개입한 정황이 언론을 통해 보도됐다.
전국 시민단체들은 광화문 등에서 대규모 시위를 진행했고 대학생들과 교수들은 자신의 학교에서 시국선언을 통해 박 대통령 하야와 거국중립내각 수립을 촉구했다.
최씨는 같은달 30일 박 대통령 관련 의혹들을 해명하겠다며 귀국해 다음날 오후 3시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 조사를 받았다.
최씨는 1일 증건인멸과 도망의 우려로 검찰에 긴급체포돼 서울 구치소로 이송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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