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조현우 기자] 사업다각화를 통해 다양한 분야에 진출한 식품업체들의 명암이 엇갈리고 있다. 호조를 보이며 새로운 성장동력이 되는가 하면 오히려 본업마저 휘청거리게 만들기도 한다.
제분·사료시장 강자 동아원은 자동차 수입과 와인·패션 등 사업다각화를 진행하다가 발목이 잡혔다. 제분업계 3위 기업이었던 동아원은 2007년 포르자모터스코리아를 설립해 마세라티·페라리 등 외제차를 수입 판매해왔다. 여기에 나라셀라, 단하유통 등 와인수입사를 설립하기도 했다. 지난해 9월까지 연결기준 302억원의 순손실이 발생하자 결국 동아원은 워크아웃을 통해 사조그룹에 매각됐다.
삼양식품은 외식업계 진출이 독이 됐다. 2010년 호면당을 통해 외식 사업에 진출한 삼양식품은 2012년 매출 80억원으로 호성적을 냈으나 2014년 매출 77억원·영업손실 15억원을 기록하는 등 부침을 겪었다. 2014년 크라제버거를 인수하고 라면요리 브랜드 라면에스를 오픈하기도 했지만 분위기 반등은 요원하다. 외식분야에 집중하는 사이 본업인 라면시장에서는 처음으로 팔도에 밀려 시장 점유율 4위로 주저앉기도 했다.
식품업체들이 뷰티·외식 등 다양한 분야에 손을 뻗는 이유는 ‘성공사례’가 있기 때문이다. 매일유업 중식당 크리스탈 제이드는 2014년 흑자전환에 성공하며 시장에 안착했다. 커피 프랜차이즈 폴바셋도 지난해 전년 동기 170% 이상 신장한 484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매일유업은 외식분야 신장에 힘입어 유가공분야 포함 전체 부분에서 서울우유를 끌어내리고 1위 자리에 오르기도 했다.
CJ제일제당이 2008년 론칭한 뷰티 브랜드 ‘이너비’는 중국전용 이너뷰티 제품을 출시하며 중국 시장에서 순항중이다. 실제로 이너비는 지난해 광군제 기간 ‘광군제 특별 패키지’가 1000세트 이상 판매되며 1억원 이상 매출을 올렸고, 올해는 사전예약기간에만 4800세트가 팔리며 500% 이상의 성장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미스터피자 등 외식업체를 운영하는 MPK그룹도 지난해 9월 인수한 한강인터트레이드를 통해 ‘키스미’, ‘캔메이크’ 등 일본 화장품을 수입·판매하고 있다. 한강인터트레이드는 올 상반기에만 239억원의 매출을 올리며 지난 한 해 매출 298억원을 상회할 것으로 전망된다.
후발주자들도 다양한 형태의 사업다각화를 진행하고 있다. 오리온은 지난 6월 농협경제지주와 세운 합작사 ‘K-Food’를 통해 식품시장에 진출했다. 오리온과 농협경제지주는 밀양시에 제대농공단지 내 2만㎡(약 6050평) 규모의 공장을 설립한다. 내년 2017년 12월 준공과 동시에 제품 출시를 계획하고 있다. 오리온은 쌀·잡곡 등 국산 농산물과 과일을 사용한 프리미엄 식품을 통해 향후 세계시장에 도전한다는 방침이다.
KGC인삼공사도 2010년 이후 6년 만에 화장품 시장에 다시 출사표를 던졌다. 지난 9월 화장품 계열사 KGC라이프앤진 주식 1818만주를 187억원에 인수했다. ‘동인비’와 ‘랑’ 등 브랜드를 가진 KGC인삼공사는 중국인 관광객에게 특히 인기가 많은 한국 화장품을 중국 정관장 유통망을 활용해 확장해나간다는 계획이다.
빙그레는 서울 롯데월드타워에 팝업형태 소프트아이스크림 전문점을 열어 B2B 사업에 진출했다. 또 CJ올리브영과 협업을 통해 바디클렌저와 바디로션, 핸드크림, 립밤 등 총 4종 화장품을 ‘바나나맛 우유’ 콘셉트로 출시했다. 한국 콜마와는 주문자상표부착생산 방식을 통해 바디워시·해드크림 등 딸기맛 우유 형태제품도 선보였다.
업계 관계자는 “사업다각화라 하더라도 기존 업체가 있는 레드오션에 진출하는 만큼 차별화된 전략이 필요하다”면서 “성급한 다각화는 오히려 본업마저 뒤흔드는 실착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