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김정우 기자] 국정조사, 예능이 되어서는 안된다

[현장에서/김정우 기자] 국정조사, 예능이 되어서는 안된다

기사승인 2016-12-07 20:30:11

[쿠키뉴스=김정우 기자] 아홉 명의 재계 총수들을 불러들인 ‘역사적인’ 국정조사 청문회는 국민 앞에서 그들의 입을 여는 소정의 성과를 거두는 데 그쳤다.

지난 6일 국민들의 관심은 온통 ‘최순실 국조특위’에 증인으로 출석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포함한 9명의 ‘회장님’들에게 쏠렸다. 국회는 이른 아침부터 이들의 모습을 담으려는 취재진으로 북적였고 청문회 생방송 시청률은 치솟았다.

걱정과 달리 버스요금 묻기 같은 ‘회장님 망신주기’ 질문은 많지 않았다. 모르쇠로 일관하는 증인에게 나이를 들먹이며 호통을 치기도 했지만 무게는 이번 사태의 진상을 파악하는 데 실렸다.

‘전경련 탈퇴’ ‘삼성 미래전략실 해체’ 등 정경유착 철폐의 단초가 될 수 있는 중요한 성과를 얻었지만 초초함 끝에 나온 일부 무리한 요구는 보는 이들을 민망케 하기도 했다.

“무조건 국내 투자를 늘리라”는 취지의 요구는 경제적 여건 고려 없이 논의되기 어려운 것이다. 정부에 대한 신뢰가 땅에 떨어진 상황에서 ‘준조세’ 철폐를 미끼로 법인세 인상에 동의하라는 것도 순서가 맞지 않다. ‘돌려막기 재용’ 따위 낯간지러운 별명을 붙이는 것도 시간 낭비다.

구본무 LG그룹 회장은 “세무조사가 두려운가”라며 특혜를 원했다는 답변을 유도한 의원에게 “국회가 입법으로 정권의 강압을 막아달라”며 외려 반격을 가하기도 했다.

국정조사는 국민 앞에서 진상을 규명하고 문제를 짚어내는 자리다. 이런 자리에서 국민의 분노를 대변해 다소 책임자를 꾸짖고 공익을 위한 요구를 하는 것은 문제가 아니다. 하지만 정치적 인기를 의식한 일부 ‘이슈 만들기’는 공감대를 얻기 어렵다.

정치인 개인의 의도로 국정조사 질의가 사안의 핵심에서 벗어나는 모습은 사라져야 한다. ‘막장 드라마’ 같은 시국이 이어져도 국정조사가 ‘예능’이 되어서는 안된다.

tajo@kukinews.com
김정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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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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