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방송 결산] 꽃길 걸은 박보검-서현진, 흙길 걸은 ‘함틋’-‘달의연인’

[2016 방송 결산] 꽃길 걸은 박보검-서현진, 흙길 걸은 ‘함틋’-‘달의연인’

기사승인 2016-12-17 02:35:53


[쿠키뉴스=이준범 기자] 뜨는 스타가 있으면, 하락세를 타는 스타도 있다. 흥하는 드라마의 뒤엔, 망하는 드라마가 소리 없이 눈물을 흘린다. 올 한해 방송계에서 유독 깊은 인상을 남긴 스타와 드라마, 예능 프로그램을 키워드로 정리했다.

△ 올해의 꽃길 - 박보검, 서현진

지난해까지만 해도 박보검, 서현진은 생소한 이름이었다. 이름만 듣고 얼굴을 떠올릴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 하지만 올해 출연한 두 편의 드라마로 순식간에 믿을 만한 주연배우로 거듭났다. 이전에도 다양한 영화, 드라마에서 주·조연으로 활약했지만 1년 만에 급성장한 것이다. 

박보검은 tvN ‘응답하라 1988’의 최택 역할로 얼굴을 알린 후 KBS2 ‘구르미 그린 달빛’으로 대박을 터뜨렸다. ‘구르미 그린 달빛’에서 이영 역할을 연기하는 박보검을 보기 위해 많은 시청자들이 모였다. 오랜 기간 부진했던 KBS 월화드라마를 부활시키고, 100% 사전제작 드라마와 화려한 출연진으로 기대를 모았던 SBS ‘달의 연인-보보경심 려’를 큰 격차로 제친 건 박보검의 힘이 컸다는 것이 중론이다.

서현진의 활약도 만만치 않았다. 올해 상반기 방송된 tvN ‘또 오해영’은 시청률 2.1%에서 시작해 10%(닐슨코리아 기준)까지 오르는 역주행의 신화를 썼다. 그 중심엔 서현진이 있었다. 서현진은 타이틀롤 오해영 역할로 수많은 명대사와 명장면을 탄생시키며 자신의 이름을 많은 사람들에게 기억하게 했다. 이후 출연작에서도 승승장구하는 중이다. 조연으로 출연한 영화 ‘굿바이 싱글’은 관객수 200만명을 넘기며 흥행에 성공했고, 현재 출연 중인 SBS ‘낭만닥터 김사부’도 시청률 20%를 넘기는 등 2016년을 자신의 해로 만드는 데 성공했다.


△ 올해의 흙길 - KBS2 ‘함부로 애틋하게’, SBS ‘달의 연인-보보경심 려’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크기 마련이다. 올해 초 방송된 KBS2 ‘태양의 후예’는 100% 사전 제작된 드라마로 40%에 육박하는 시청률을 기록하며 흥행의 역사를 새로 썼다. 당연히 이후에 방송되는 사전제작 드라마들에 대한 기대감도 컸다. 하지만 김우빈-수지를 내세운 ‘함부로 애틋하게’와 이준기-강하늘-아이유를 중심으로 한 ‘달의 연인-보보경심 려’는 시청자들의 혹평을 받았다. 기대만 못한 시청률보다 배우들의 연기력 논란, ‘망드(망한 드라마)’라는 꼬리표가 더 큰 타격을 입혔다.

두 드라마의 부진이 이후 방송계에 미친 영향력도 컸다. 연기력이 검증되지 않은 아이돌 멤버의 드라마 출연에 대해 시청자들이 예민한 반응을 보이기 시작했다. 또 사전제작 드라마에 대한 불신도 커져 드라마 홍보 문구에 등장하지 않는 경우도 늘었다. 한반도 사드 배치 결정으로 인해 중국에 한한령(限韓令)이라 불리는 한류 금지령마저 내려져 중국 자본으로 제작되는 100% 사전 제작드라마는 당분간 등장하지 못할 전망이다.


△ 올해의 응답하라 - KBS2 ‘태양의 후예’, tvN ‘프로듀스 101’

20년 후에 ‘응답하라 2016’을 찍는다면 어떤 프로그램이 드라마에 담길까. 여러 후보가 있겠지만 ‘태양의 후예’와 ‘프로듀스 101’이 포함될 확률은 매우 높다. 올해 두 프로그램이 만들어낸 파급 효과가 그만큼 컸기 때문이다.

‘태양의 후예’는 오랜만에 선보이는 100% 사전제작 방식과 김은숙 작가, 송중기-송혜교의 만남으로 방송 전부터 기대가 컸다. 하지만 시청률 40%에 육박할 정도로 엄청난 화제를 불러일으킬 거라 예상한 사람은 많지 않았다. 드라마를 감상하는 루트가 다양해진 지금 시대에 마지막회 시청률 38.8%를 기록한 건 놀라운 일이다. 많은 사람들이 수, 목요일마다 송-송 커플을 볼 생각에 설레며 귀가하는, 일종의 귀가 신드롬으로 번지기까지 했다. 지상파 미니시리즈가 시청률 30%를 돌파한 것은 MBC ‘해를 품은 달’ 이후 4년 만이었다. 또 ‘태양의 후예’는 중국에서도 동시 방송되며 송중기와 송혜교의 주가를 높이는 데 일조하기도 했다. ‘태양의 후예’를 탄생시킨 김은숙 작가-이응복 PD는 현재 방송 중인 tvN 금토드라마 ‘도깨비’에서도 호흡을 맞추고 있다.

‘프로듀스 101’의 첫 방송 당시엔 부정적인 반응이 다수였다. 무려 101명의 여자 연습생을 한 무대에 세워놓거나, A부터 F까지 연습생들을 등급으로 분류하는 방식 등 너무 잔혹하다는 비판도 많았다. 많은 논란에 시달렸지만, 소녀들의 성장스토리는 결국 시청자들의 호응을 이끌어냈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묵묵히 데뷔를 기다리며 땀을 흘리는 연습생들의 모습은 힘을 실어주기에 충분했다. 매회 수십명을 탈락시키는 서바이벌을 거쳐 최종 11명의 연습생이 신인 그룹 아이오아이로 데뷔했고 음원차트 1위와 신인상까지 거머쥔 건 2016년 전국민이 지켜본 한 편의 드라마였다. 


△ 올해의 재발견 - SBS ‘그것이 알고 싶다’, JTBC ‘썰전’, 뉴스룸

올해 하반기에 일어난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는 충격을 넘어 훗날 교과서에도 등장할 만한 역사적인 사건이다. 매주 수백만 명의 시민들이 광화문에 모여 촛불집회에 참여하는 등 국민의 관심도 그 어느 때보다 뜨거웠다. 정치권을 향한 국민들의 관심은 TV 시청에서도 그대로 이어졌다.

‘그것이 알고 싶다’와 ‘썰전’은 장수 프로그램이다. ‘그것이 알고 싶다’는 지난해 1000회를 넘겼고, ‘썰전’도 200회를 앞두고 있다. 그럼에도 올해 두 프로그램의 활약은 눈부셨다. 매너리즘에 빠지지 않고 할 말 하는 방송을 이어온 꾸준함에 시청자들은 프로그램에 대한 신뢰와 시청률로 보답했다.

‘그것이 알고 싶다’는 시사 프로그램답게 최근 4주 연속으로 최순실 관련 방송을 내보내고 있다. 지난달 19일 방송된 ‘대통령의 시크릿’ 편은 시청률 19.0%로 12년 만에 최고 시청률을 기록하며 화제를 모았다. ‘썰전’도 시사를 다루는 예능 프로그램의 장점을 살려 시시각각 바뀌는 정국을 날카롭게 분석하고 있다. 지난 15일 방송된 ‘썰전’ 197회는 시청률 9.0%를 기록하며 계속 자체 최고 기록을 경신하고 있는 중이다.

‘뉴스룸’의 활약은 하나의 이정표였다. 현재 ‘뉴스룸’은 종편 보도 프로그램이라는 핸디캡을 극복하고 10%에 가까운 시청률을 기록하고 있다. 5%를 오가는 동시간대 지상파 뉴스 ‘SBS 8뉴스’, ‘MBC 뉴스데스크’를 큰 격차로 제치고 있는 것이다. 특히 ‘뉴스룸’은 최순실 태블릿 PC 관련 보도로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 국정을 만들어내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이것만으로도 올해의 프로그램으로 선정되기에 충분하다.

bluebell@kukinews.com

이준범 기자
bluebell@kukinews.com
이준범 기자
이 기사 어떻게 생각하세요
  • 추천해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추천기사
많이 본 기사
오피니언
실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