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이연진 기자] 재해 빈번한 건설현장…자극적인 문구 대신 근본 대책 세워야

[현장에서/이연진 기자] 재해 빈번한 건설현장…자극적인 문구 대신 근본 대책 세워야

기사승인 2016-12-28 06:00:00

[쿠키뉴스=이연진 기자] "사고나면 당신 부인 옆에 다른 남자가 자고, 아이들을 두드려 팬다."

현대건설이 대구 수성구 황금동 소재의 H 아파트 건설현장에서 근로자와 여성, 근로자의 가족 등을 비하하는 안전표어 입간판을 사용해 논란이 일고 있다.

논란이 된 입간판은 2m 길이로 "공사 관계자 여러분. 작업장에서의 안전수칙을 지킵시다. 일단 사고가 나면 당신의 부인 옆에 다른 남자가 자고 있고, 그 놈이 아이들을 두드려 패며 당신의 사고보상금을 써 없애는 꼴을 보게 될 것이다"라는 문구를 담고 있다.

이를 본 시민들은 현대건설을 향해 비난을 쏟아내고 있다. 한마디로 "어의없다"는 반응이다.

현대건설의 이 문구는 사고가 발생했을 때 노동자 개인 책임이라는 인식이 밑바탕에 깔려 있다.  또 여성을 수동적 존재로 대상화해 인권침해 여지도 다분하다.

사실 이보다 더 큰 문제는 매년 건설현장에서 산업 재해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지만, 이런 자극적인 표어를 걸어 놓고 개인탓으로 돌리는 것 외에는 근본적인 대책이 없다는 점이다.

건설사 사장들은 연초가 되면 단골메뉴로 안전관리를 철저하게 해야 한다고 입 버릇 처럼 말한다. 하지만 매년 산재사망자의 절반은 건설현장에서 발생하고 있다.

김삼화 의원이 안전보건공단으로부터 제출받은 '시공능력 상위 30대 건설사 산재 현황'자료에 따르면 지난 5년간 30대 건설사 공사현장에서 모두 327명이 산재로 사망하고, 4211명이 부상을 입었다. 연간 평균 사망자가 73명, 부상자가 936명에 이른다.

이처럼 지금도 건설현장에서 안전수칙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으며, 이는 대형사고로 이어지고 있다. 건설사들은 사고가 난 뒤에야 사고 수습에만 급급한 뒷북 대책을 내놓고 있다.

건설업계는 현장 직원과 가족들을 위해서라도 대표적인 재해취약 업종이라는 오명을 벗고, 일시적인 문구보다는 선제적인 대응책을 강구해야 한다.

lyj@kukinews.com

이연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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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연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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