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한 쿡기자] 반기문 전 총장님, 듣기 좋은 질문만 받고 싶나요?

[친절한 쿡기자] 반기문 전 총장님, 듣기 좋은 질문만 받고 싶나요?

기사승인 2017-01-19 16:51:22

[쿠키뉴스=민수미 기자] “나쁜 놈들”

기자가 욕을 먹는 일은 비일비재합니다. 질문하는 자로서의 소임을 다하지 못했을 때, 팩트가 틀린 경우 등 열거하기도 벅차죠. 논조가 거슬리는 기사에는 악플이 달리기도 하고요. 과격한 취재 현장에서는 드물게 맞는 상황도 생깁니다. 물론 뜻한 일은 아닙니다. 그러나 시민과 독자의 지적은 달게 듣습니다. 

기자를 향한 예상치 못한 비난은 어제도 있었습니다. 상대는 반기문 유엔 전 사무총장입니다. 반 전 총장은 18일 대구 시내 한 식당에서 대구지구청년회의소 임원 30여 명과 만났습니다. 당시 한 기자는 반 전 총장에게 한·일 위안부 합의에 대해 물었습니다. 반 전 총장은 “위안부에 관해서 제가 역사적인 과오를 저지른 것처럼 말하는데 절대 아니다”라며 “앞으로는 어떤 언론이 묻더라도 위안부 문제에 답변하지 않겠다”고 했습니다. 

문제는 그 후에 일어났습니다. 식사가 끝난 뒤 식당을 나온 반 전 총장이 동행한 이도운 대변인에게 “이 사람들이 와서 위안부 문제만 물어보니까 내가 마치 역사의 잘못을 한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또 기자들을 향해 “나쁜 놈들”이라고 덧붙였죠.

앞서 반 전 총장은 2015년 12월 한·일 위안부 합의를 두고 “박근혜 대통령이 비전을 갖고 올바른 용단을 내린 데 역사가 높게 평가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졸속 협상이라 비판받는 위안부 합의에 쉽게 이해하기 어려운 평가입니다. 더군다나 반 전 총장은 대통령 선거에 도전하는 인물입니다. 대선 후보의 생각과 중대한 사안을 바라보는 시각은 중요합니다. 후보 검증과 평가의 기준이 되기 때문입니다.

언론을 대하는 방식 역시 문제입니다. 유엔 전문매체 ‘인터시티프레스’의 매튜 리 기자는 지난 17일 tbs 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해 “반 총장에 대한 비리 의혹을 제기하다 기자실 출입을 제지당했다”며 “기자실 책상을 길거리에 내다 버리기도 했다”고 밝혔습니다. 반 전 총장의 권위적인 소통자세는 한국에서도 여러 번 도마 위에 올랐습니다. 

반 전 총장의 이같은 발언에 야 3당의 비판이 쏟아졌습니다.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19일 “반 전 총장은 국민에게 사과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우 원내대표는 “기자들에게 나쁜 놈들이라고 했다는 말을 듣고 충격을 받았다. 국민이 반 전 총장을 유력 대선후보로 판단하고, 이분에 대해 어떤 생각하는지 본인 과거 말의 진의를 묻는 것은 언론인이 할 당연한 의무”라며 “대부분 정치 지도자는 매일매일 기자들의 질문을 받는다. 그 질문을 던졌다는 이유로 나쁜 놈이라고 했다고 하니 적절한 태도가 아님을 지적한다”고 말했습니다. 박지원 국민의당 대표는 “사사건건 기자들에게 ‘놈’ 자를 붙인다는 것은 진짜 준비가 안 된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고, 한창민 정의당 대변인은 구두논평을 통해 “대통령의 자질이 부족하다”고 혹평했습니다.

네티즌도 공분했습니다. “시작부터 불통” “검증 제대로 시작도 안 했는데 기자들한테 욕이나 하고 있고” “자기비판에 저렇게 민감한 태도를 보이면서 포용적 리더십이라고?” “본인의 문제를 잘 모르나 봅니다. 위안부 합의 비위 맞춰주더니 이제 와서 슬쩍 꼬리 내리겠다는 것 같은데” “자기 성질도 다스리지 못하면서 대통령은 무슨” “기자들이 말을 지어서 질문한 것도 아니고 자신의 발언에 대해서 언급 하는건데 왜 저래” 실망하다 못해 화가 나네요” 등의 반응을 보였죠.

대통령이 되고 싶은 반 전 총장은 앞으로도 많은 질문을 받을 겁니다. 그중에는 아프고 쓴 물음이 대부분일 테고요. 듣기 싫은 질문을 외면한 정치인의 결과는 어떨까요. 답은 이미 우리가 마주한 현실이 되어있습니다. 소통을 멀리한 대통령의 결말은 생각보다 가혹하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할 텐데요.

min@kukinews.com

민수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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