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소 잃고 외양간도 못고치는 '정부'

[기자수첩] 소 잃고 외양간도 못고치는 '정부'

기사승인 2017-01-19 17:10:14

[쿠키뉴스=조현우 기자] 소 잃고 외양간을 고쳐도 된다. 또 잃지만 않으면 되지만, 지금은 제대로 고치지도 못하는 상황이다.

설 명절을 앞둔 현재 생산자물가상승률은 계속 올라 17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 여파로 계란수급·유통에도 문제가 생겼다. 정부가 뒤늦게 부랴부랴 대응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지만 이마저도 미덥지 못하다.

19일 한국은행 자료에 따르면 2016년 12월 생산자물가지수는 100.79로 11월 99.97보다 0.8% 상승했다. 이는 지난 2015년 7월 기록했던 101.40 이후 17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치다.

12월 생산자물가지수는 전년에 비해서도 1.8% 올라 2014년 4월 기록했던 1.9% 이후 4년 8개월 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을 보였다.

생산자물가지수는 생산자가 국내 시장에 공급하는 상품과 서비스의 가격변동을 보여주는 지수로 소비자물가의 선행 지표다. 특히 농림수산품 중 무가 177.2%, 배추가 103.9% 올라 전년 대비 2배 이상 가격 뛰었다. 딸기와 토마토 등도 각각 72.7%, 37.2% 올랐다. 소고기도 10% 이상 상승했다.

여기에 AI여파로 인한 계란수급도 말썽이다. 지난해 11월 16일 전남 해남과 충북 음성에서 최초 AI 의심 신고가 접수된 지 두 달여 만인 현재까지 총 3203만 마리의 가금류가 살처분 됐다. 피해가 산란계에 집중된 탓에 계란수급에 문제가 생겨 30개 들이 한 판에 3000~4000원 수준이던 가격은 두 배 이상 폭등했다.

가격 상승분이 고스란히 반영돼 설날 차례상 비용도 8% 이상 올라 대형마트 기준 34만1000원이나 됐다.

정부는 물가관계장관회의를 열고 뒤늦게나마 대응책을 고심하고 있다. 농축수산물과 가공식품 가격, 공공요금 안정에 집중하고 계란은 수급불안 장기화에 대비해 수입선의 다변화를 추진한다.

앞선 13일 정부는 설 전까지 신선란 2500만개를 수입한다고 밝혔다. 수입위생조건 체결과 검역증명서 등 실무절차가 협의돼 바로 수입할 수 있는 미국·스페인·호주 등이 대상이다.

문제는 현재까지 수입됐거나 확정된 신선란은 600만여개에 불과하다. 당초 목표치의 25% 수준으로 8일간이 소요되는 검사기간을 고려하면 아무리 빨라도 설 이후에나 계란이 유통될 가능성이 크다.

결국 설 명절을 앞두고 물가를 잡을 수 있는 대책은 전무한 셈이다. 디스플레이션만을 걱정하며 안일하게 대처한 것이 패착이었다.

늦더라도 외양간을 고치는 것은 당연하다. 다만 잘 고쳐야 한다.

akgn@kukinews.com


 

조현우 기자
akgn@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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