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박예슬 기자] 정부가 4년 동안 미뤄오던 건강보험료 부과체계 개편에 나섰다. 이에 따라 지역가입자 606만 세대의 월 평균 보험료가 4만6000원(50%)으로 인하될 방침이다.
23일 보건복지부는 ‘건강보험료 부과체계 개편방안’을 정부‧국회 합동 공청회에서 제시했다고 밝혔다.
현행 부과체계는 지난 2000년 직장-지역 간 건강보험제도 통합 이후에도 지역가입자에 대해서만 성‧연령, 재산, 자동차 보험료를 부과하는 기준을 유지해오고 있다. 때문에 2014년 발생한 ‘송파 세모녀 사건’과 같이 저소득 지역가입자의 부담은 과중하고, 고소득 피부양자는 무임승차한다는 비판이 지속 제기돼 왔다.
이에 따라 복지부는 국민 부담을 줄이고 형평을 높이기 위한 ‘소득 중심 개편’으로, 지역가입자 소득 보험료 비중을 지금보다 2배(30%→60%) 높이는 것을 목표로 한 3년 주기의 3단계 개편방안을 발표했다.
특히 지역가입자의 재산‧자동차 보험료는 단계적으로 줄이면서, 소득 파악 개선과 연계해 소득 보험료의 비중을 지속적으로 높이고, 고령층 등 특정 계층의 부담이 한꺼번에 증가하지 않도록 소득‧재산이 많은 피부양자부터 단계적으로 축소할 방침이다.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지역가입자=성‧연령 평가소득 폐지, 재산‧자동차는 축소
기존까지는 연소득 500만원 이하 지역가입자에게는 성‧연령, 소득, 재산, 자동차로 추정한 평가소득을 적용했다. 하지만 앞으로는 성․연령 등에 부과하는 평가소득 보험료를 없애고, 소득이 일정기준 이하인 경우에는 최저보험료, 일정기준을 초과하면 종합과세소득에 대한 보험료를 부과키로 했다. 최저보험료의 경우 1단계는 연소득 100만원 이하에게 적용하고, 3단계는 연소득 336만원 이하 지역가입자로 대상을 확대할 계획이다.
또한 재산 보험료 비중을 단계적으로 축소하고 재산에 부과하는 경우에도 공제제도를 도입해 공제금액을 단계적으로 상향시킨다. 1단계는 세대 구성원의 총 재산 과표 구간에 따라 500만원~1200만원까지 공제하고, 2단계는 재산이 있는 지역가입자 중위 재산인 과표 2700만원을 공제하며, 3단계는 하위 60% 재산인 과표 5000만원을 공제한다. 3단계가 시행되면 시가 1억원 이하의 재산에는 보험료가 부과되지 않게 된다.
자동차 보험료도 축소된다. 1단계는 ▲배기량 1600cc 이하 소형차(4000만원 이하) ▲9년 이상 자동차 ▲승합차‧화물‧특수자동차 부과를 면제하고, 3단계는 4000만원 이상의 고가차만 부과한다. 그 밖에도 소득 상위 2%, 재산 상위 3%에 해당하는 고소득 사업자 등은 보험료가 인상될 방침이다.
이에 따라 1단계에는 대다수인 583만 세대는 보험료가 인하되고, 140만 세대는 변동이 없으며, 34만 세대(소득 상위 2%, 재산 상위 3%)는 인상된다. 재산 및 자동차 부과의 단계적 축소에 따라 3단계에서는 1단계 대비 보험료 인하 세대는 늘고, 인상 세대는 감소하게 된다.
◇피부양자=소득‧재산 요건 강화, 피부양자 인정 범위 축소
피부양자의 경우 우선 소득 요건을 강화해, 앞으로는 종합과세소득을 합산한 금액을 적용한다. 1단계는 연 3400만원(2인 가구 기준중위소득 수준, ‘17)을 초과하는 경우 지역가입자로 전환하고, 2단계에는 2700만원, 3단계에는 2000만원 초과시 지역가입자로 전환된다. 단 연금소득 보유자가 소득 기준 초과로 지역가입자로 전환되더라도 연금 소득의 일부에만 보험료 부과해 부담을 완화한다.
이와 더불어 재산 요건도 강화해 과표 9억원 이하의 재산이라도 일정 기준을 초과하면서 생계가능소득이 있다면 지역가입자로 전환된다. 재산이 1단계에는 과표 5억4000만원, 2~3단계에는 3억6000만원을 초과하면서 생계가능소득(연 1000만원 이상)이 있으면 보험료를 내도록 했다.
또한 피부양자 인정 범위도 축소한다. 지금까지는 부모나 자녀 등 직계 존비속이 아닌 형제‧자매도 피부양자가 될 수 있었다. 하지만 앞으로는 1~2단계까지는 가족 부양 정서를 고려해, 형제‧자매도 피부양자로 인정하되, 3단계에서는 원칙적으로 제외하기로 했다. 다만, 장애인, 30세 미만, 65세 이상인 형제‧자매가 소득‧재산기준을 충족하면 피부양자가 될 수 있다.
이에 따라 1단계에서는 7만 세대가 지역가입자로 전환되며, 단계적 기준 강화로 3단계에서는 더 많은 인원이 지역가입자로 전환될 예정이다.
◇직장가입자=월급 外 고소득 직장인 부과 확대…대다수는 변동 無
기존에는 연간 보수 外 소득이 7200만원 초과 시 보험료를 부과해, 소득이 많아도 연간 7200만원 이하이면 보수 外 소득에 대한 보험료는 내지 않았다. 그러나 앞으로 1단계의 경우 연 3400만원(2인 가구 기준중위소득 수준, ‘17)을 초과하는 경우, 보험료를 부과하고 단계적으로 강화할 방침이다.
보수보험료 상한선도 상향한다. 현행 본인부담 월 보험료 상한선은 239만원(‘10년 평균보험료의 30배)으로, 이 기준은 지난 2011년부터 계속 고정돼 있었다. 앞으로는 상한선을 현실화하면서 향후 보수의 변화와 함께 자동 조정될 수 있도록 前前년도 직장가입자 평균 보수보험료의 30배 수준으로 정하고, 지역가입자의 월 보험료 상한에도 동일하게 적용한다.
이에 따라 1단계에서는 보수 外 소득 연 3400만원 초과 또는 월급 7810만원 초과하는 직장인에 해당하는 고소득 직장인 13만 세대는 보험료가 오르게 된다. 하지만 나머지 99%는 보험료가 변동되지 않는다.
복지부에 따르면 이번 건보료 개편을 통해 재산‧자동차 부과 축소로 지역가입자의 보험료 부담이 완화되고, 고소득 피부양자와 보수 外 고소득 직장인은 적정부담을 할 것으로 보인다.
또한 지역가입자의 재산 보험료 단계적 축소 등으로 건강보험료의 소득 비중은 점차 늘어나, 지역가입자 보험료 중 소득 보험료 비중은 현행 30%에서 3단계에는 2배인 60%까지 상향될 것으로 복지부는 전망하고 있다. 나아가 전체 보험료 중 소득 보험료 비중은 현행 87%에서 3단계 95%까지 높아질 것으로 보고 있다.
노홍인 복지부 건강보험정책국장은 “직장-지역이 통합된 지 17년만에 평가소득이 폐지되어, 저소득층의 부담을 경감시킬 수 있을 것”이라면서, “제시된 개편안은 앞으로 국회에서 충분한 논의를 거쳐 추진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yes228@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