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 ‘탄핵 시계’가 빨라지고 있다. 조기 대선 현실화 가능성이 커졌다. 설 연휴를 앞두고 예비 후보들의 출마 선언이 줄을 잇고 있다. 본격적인 경선 레이스가 시작된 것이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이후 열리는 대선이다. 짧은 시간 안에 후보들에 대한 철저한 검증이 이뤄져야 한다. 유권자의 혜안이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 혼돈의 대선 정국에 나선 후보들의 경쟁력을 짚어봤다. [편집자 주]
[쿠키뉴스=민수미 기자] “노동이 있는 민주주의 만들겠다”
심상정 정의당 대표의 두 번째 대선 출마다. 심 대표는 지난 19일 ‘노동이 있는 민주주의, 정의로운 대한민국 건설’을 캐치프레이즈로 정하고 출마를 선언했다. 최순실 게이트로 인해 정경유착 근절에 대한 국민의 갈망이 높은 상황에서, 대기업과 기득권에 대한 공격적인 심 대표의 공약은 환호를 받고 있다. 그러나 그의 낮은 지지율 탓에 본선 완주는 힘들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 노동 운동가의 ‘정치’
대학 시절, 학생운동을 시작으로 노동·민주화 운동에 참여했던 심 대표는 2004년 17대 국회의원 비례대표로 정계에 입문했다. 그는 18대 국회의원 재선 실패 후 노회찬, 유시민, 천호선, 이정희 등과 힘을 합쳐 2011년 통합진보당(통진당)을 창당했다. 그러나 얼마 가지 못해 비례대표 경선 부정 의혹 등으로 폭력사태가 빚어지자 통진당을 탈당, 진보정의당을 창당한다.
심 대표는 지난 2012년 18대 대선에 출마했지만, 막바지에 문재인 후보 지지를 선언하며 중도 사퇴했다. 이번에는 다를까. 대선 완주 의지를 묻는 말에 심 대표는 “과거와 같은 후보 간 단일화는 우리 사전에 없다.”면서도 “일당이 정권교체를 단독으로 하기 어렵다면 여러 정당과 정책과 권력 분점을 통한 연합정부여야 한다.”고 여지를 남겼다. 안정적 정권 유지를 위해 정치세력 간 연합정치가 불가피 하다는 이유에서다.
■ 무엇보다 시급한 지지율
지난 23일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리얼미터가 16일부터 20일까지 ‘매일경제 레이더P’ 의뢰로 전국 성인 남녀 252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2.0%포인트) 결과에 따르면 심 대표의 지지율은 1.6%로 10위에 그쳤다.
정당 지지도는 더불어 민주당, 새누리당, 국민의당, 바른정당, 정의당 순이었으며, 정의당은 0.2%포인트 내린 4.9%로 한 달여 전 개혁보수신당으로 출범한 바른정당 절반의 지지도만 확보했다.
또 여론조사업체 한국갤럽이 전국 만 19세 이상 남녀 1012명을 대상으로 지난 17~19일 조사해 20일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표본오차는 95%, 신뢰 수준에 ±3.1%포인트)를 보면 정의당 지지율은 지난주보다 1%p 내린 3%로 나타났다.
■ 굳어진 ‘강성 진보’ 이미지…보수표는 어쩌나
심 대표의 대선 공약을 살펴보면 두드러지는 점이 있다. 대기업·기득권에 대한 배격과 가족·여성에 대한 특별한 관심이다. 재벌 3세의 경영세습 금지, 재벌 독식 경제 개혁이나 총수 일가 사익추구 견제 등의 공약은 노동운동가 출신 대선 후보로서의 정책 방향을 보여주는 단적인 예다. 특히 출산기·육아기·아동기 등 육아를 위한 출산휴가 보장, 직장 내 불이익에 대한 처벌 등을 대폭 강화한 ‘슈퍼우먼방지법’은 세간의 관심을 받았다.
그러나 산이 높으면 골이 깊듯, 특화된 강점만큼 해결이 쉽지 않은 약점도 존재한다. ‘보수 표심’이다. 진보 성향 유권자의 표만으로는 대선을 치를 수 없다. 그는 지난 19, 20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각각 49.4%, 53%의 높은 득표율을 얻었다. 지역구에서는 이미 탄탄한 기반을 다진 것이다. 하지만 대선은 다르다. 심 대표는 지난 25일 한 라디오 방송 인터뷰에서 “‘샤이 심상정’ 표가 많다.”고 말했지만, 여론조사마다 한 자릿수 지지율이 나오는 상황에서 무리한 해석이라는 지적도 있다.
■ 전문가 “통합진보당 그림자 걷어내야”
최진 대통령리더십연구원장은 “심 대표는 진보 정당 정치인 중 합리적”이라며 “특별히 구설이나 스캔들에 연루되지 않아 깨끗한 이미지를 갖고 있다. 앞으로 지켜봐야 할 정치인 중 한 명”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나 “통진당과 결별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유권자들은 ‘통진당의 악몽’을 떠올릴 수 있다”면서 “이 그림자를 걷어내는 것도 주요 과제”라고 조언했다. 또 “앞서 여성 대통령인 박 대통령이 국정 위기를 초래했기 때문에 또 다른 여성 주자로 대선에 나선다는 점이 부담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종훈 정치평론가는 “당세가 약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결국 당이 문제 아니겠나”라고 반문하며 “정당 기반이 취약하다. 만약 더불어 민주당 후보로 나왔다면, 지금보다 더 높게 평가받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박 대통령의 영향으로 단지 여성 후보라는 이유로 페널티가 작용할 수 있다”며 심 대표의 대선 당선 가능성을 10%로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