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장 축사 내내 피켓 들어올려 침묵시위
“비민주적 절차로 선임된 총장 권위 인정 못해”
[쿠키뉴스=김성일 기자] 박종구(64) 서강대 신임총장이 졸업식장에서 ‘내정 총장 반대’ 등의 문구가 담긴 시위 피켓을 마주할 것으로 보인다.
서강대 학생들로 이뤄진 ‘서강대학교 졸업식 시위 기획팀’은 14일 열리는 졸업식에 맞춰 기획한 침묵 피켓 시위를 계획대로 추진하겠다고 13일 밝혔다. 학내 커뮤니티를 통해 50여명으로 꾸려진 시위 기획팀은 오전 10시로 예정된 졸업식 시작 전에 피켓을 갖고 행사장인 실내체육관으로 개별적으로 들어가 좌석에 자리할 것이라고 전했다.
피켓에는 ‘내정 총장 선임 원천무효’, ‘서강의 시계는 거꾸로’, ‘학내 독재 결사반대’ 등의 문구가 담긴다. 박 신임총장이 졸업생들을 격려하기 위해 축사를 전하는 동안에는 일제히 피켓을 들어올려 침묵 시위를 벌일 예정이다.
시위 기획팀 관계자는 “이번 시위에는 총장 선출과정에서 불거진 내정설이 현실화됐다는 학생들의 문제의식이 반영됐다”며 “비민주적 절차로 선임된 총장의 권위를 인정할 수 없고, 예수회원으로 채워진 본부 처장단 인사 등도 그대로 두고 볼 수 없다”고 말했다.
관계자는 또 “선배들의 졸업식장에서 진행하는 시위라 준비과정에서 무척이나 조심스러웠고, 우려되는 돌발 상황이 없도록 끝까지 신경을 쓸 것”이라면서 “피켓 시위에 참여한 학우들은 서강대를 둘러싼 사태 해결이 재단의 자정과 개선에서 시작돼야 한다는 데 공감했다”고 설명했다.
대학본부 측은 피켓 시위를 앞두고 지난 2일과 13일 두 차례에 걸쳐 시위 기획팀 관계자 등과 면담을 가졌다. 면담 자리에서는 허가받지 않은 설치물이 있을 경우 철거를 실시할 것이며, 행사에 지장을 초래하는 상황이 발생하면 징계 등 후속조치가 있을 수 있다는 내용이 전해진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예수회 신부 출신인 박 신임총장은 남양주시 제2캠퍼스 이전 문제로 재단 이사회와 갈등을 이어가다 중도 사퇴한 유기풍 전 총장의 후임으로 지난 12월 8일 이사회 의결을 통해 서강대 15대 총장으로 선임됐다.
재학생과 동문, 교수 등은 이사회가 예수회 인사 비율을 축소해 기존 이사회 구조를 개선하겠다고 약속했음에도 내정설이 돌던 예수회 신부를 새로운 총장으로 의결한 것을 두고 반발했다. 이어 박 신임총장이 교목처를 제외한 처장 8명 중 2명을 그간 학생들과 마찰을 빚은 예수회 신부들로 임명하면서 대학 구성원들의 불만은 더욱 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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