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문대찬 기자] 지난달 24일 이대호가 롯데 자이언츠로 깜짝 복귀했다. 반가운 팬들의 마음만큼이나 정훈의 얼굴도 덩달아 밝아졌다.
이대호와 정훈은 각별한 사이로 유명하다. 현대 유니콘스에 신고 선수로 입단한 정훈의 야구인생은 2011년 이대호의 룸메이트가 된 것을 기점으로 달라졌다. 그해 3할 타율을 기록하며 눈도장을 찍었고 결국 2013년 2루수 자리를 꿰찼다.
이대호가 해외에 진출한 뒤에도 둘의 관계는 변함없었다. 서로의 경기를 챙겨보며 격려와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비시즌에는 부산의 헬스클럽에서 함께 훈련하기도 했다. 이대호의 이번 복귀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 사람도 정훈이라는 후문이다.
올 시즌 정훈은 절치부심 재기를 노리고 있다. 작년 극심한 부진에 빠졌던 그다. 타율과 홈런을 비롯한 타격 전 부분에서 최근 3시즌 중 최저치를 기록했다.
2015년 롯데 자이언츠의 주전 2루수로 활약하며 3할 타율을 달성했던 정훈의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다. 타율은 2할6푼2리로 떨어졌고 3점대에 가까웠던 WAR(대체 선수 대비 승리기여도)는 0.86으로 곤두박질쳤다.
공격에서 해법을 찾지 못하니 고질적인 수비 문제도 수면 위로 드러났다. 수비 실책이 잦았고 결국 부상까지 당했다. 시즌 막판에는 김동한이 2루수 자리를 위협했다.
올 시즌 전망도 낙관적이지 않다. 롯데가 외국인 타자 앤디 번즈를 영입하면서 입지가 더욱 좁아졌다. 번즈는 주 포지션이 3루지만 오히려 2루수로 출전한 경기에서 뛰어난 수비력을 보였다. 121경기에서 수비율 9할9푼5리, 수비범위 지표 레인지 펙터는 4.8에 달했다. 에러는 3개에 불과했다. 반면 작년 정훈의 수비율은 9할7푼6리에 그쳤다.
조원우 감독이 이대호를 1루수로 못 박겠다고 밝히면서 사실상 정훈은 3루 핫코너 자리를 놓고 경쟁해야 될 것으로 보인다. 생존을 위해서는 3루 안착이 필수다.
그렇지만 정훈과 경쟁할 것으로 예상되는 오승택과 김상호 역시 만만치 않다. 오승택은 빠른 발을 갖고 있을 뿐만 아니라 3연타석 홈런을 칠 정도의 정확성과 힘을 겸비했다. 김상호도 지난 시즌 1루수로 출전하면서 2할9푼의 타율, 9할9푼3리의 수비율을 기록하며 공수 양면에서 안정적인 모습을 보였다.
정훈은 다시 한 번 자신을 증명해야 될 기로에 섰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멘토’ 이대호의 복귀는 천군만마와 같다. 정훈이 초심으로 돌아가 한 단계 더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 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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