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호규의 영화토크] 영화 싱글라이더 이병헌, 평범한 현대인들의 절망감 최고 연기 선보여

[이호규의 영화토크] 영화 싱글라이더 이병헌, 평범한 현대인들의 절망감 최고 연기 선보여

기사승인 2017-02-27 09:51:54

[쿠키 칼럼] 63편의 영화와 드라마에 출연했던 이병헌. 지아이조, 내부자들, 마스터, 매그니피센트7에 출연하며 최근 가장 핫한 배우로 입지를 달리는 이병헌의 차기작이 궁금했었다.

이병헌은 의외로 장편영화 경험이 전혀 없는 신예 여성감독의 영화, 블록버스터가 아닌 감성영화를 택해 고개를 갸우뚱했다. 하지만 그 궁금증은 영화가 끝난 후 바로 해소됐다.

이병헌은 영화 ‘달콤한 인생’과 ‘번지점프를 하다’에 이어 영화 싱글라이더가 다섯 손가락 안에 꼽을 수 있을 만큼 각별한 작품이라 말했다. 어떻게보면 국내외를 막론하고 블록버스터 상업영화에 줄곧 출연하며 내달리던 배우로서 자신의 모습에 허무함이 들었을 수 있다.

영화 ‘싱글라이더’(감독 이주영/제작 퍼펙트스톰 필름)는 지난해 ‘밀정’의 성공 이후 워너브러더스가 두 번째로 제작한 한국영화이며 가족 감성 멜로드라마라다.

‘싱글라이더’는 증권회사 지점장으로 안정된 삶을 살던 가장이 부실 채권사건 이후 가족을 찾아 호주로 사라지면서 충격적인 진실이 밝혀지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극중 이병헌은 소중한 것들을 보지 못한 채  앞만 보고 달리다 뒤늦게 후회하는 남자 강재훈으로 열연했다.

이 영화는 런닝타임 내내 모든 것을 잃고 갈등하는 한 남자의 시선으로 서사를 이끌어간다.

영화의 메시지는 누구나 앞만 보고 목표를 향해 달려가다 장애물을 만나 넘어지고 갈 곳이 없어 주변을 맴도는 우리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진다.  

싱글라이더는 이병헌의 영화 중 가장 대사가 적은 작품이다. 대사보다는 표정과 표정 안에 녹아 있는 눈동자, 입술, 눈썹 등으로 자신의 기운을 상대 인물에게 전달한다. 더불어, 인물이 처한 상황이 얼마나 심각한 상황에 놓여있는 지를 충분한 감성을 넣어 표출한다. 그러한 감성의 역량은 현재 아이 아빠이기도 한 그의 현실도 도움이 됐을 것이다.

인생을 살면서 힘들지 않은 사람은 아무도 없다. 돈이 많든 적든, 인기가 많든 적든, 영화 ‘달콤한 인생’에서 황정민이 친 대사에서 그렇듯이, 인생은 고통이다.

누구에게나 실패와 후회, 내려놓기 힘든 상처의 짐들이 있다. 싱글라이더는 지금 우리의 모습처럼 상처 입고 아파하는 모습을 슬로우 모션으로 대사량을 최대한 줄이고 인물들의 표정과 미장센으로 담아낸다.

특히 이 영화의 가장 큰 장점은 작고 미세한 감정들을 디테일하게 표현한 데 있다.

강재훈이 아들 방에서 슬프게 오열하는 신에서 이병헌은 대사보다 폭발할 것 같은 빨갛게 달아오른 얼굴을 통해 최고의 연기를 선보였다. 현실에서의 깊은 절망감, 후회 그리고 아들에게 미처 표현하지 못한 미안함 등이 증폭된 표정은 304050 세대 아버지에게 깊은 공감을 보이며 눈물샘을 자극했다.

자신도 모르게 온전히 빠져 인지하지 못했던 감정들이 쏟아져 나올경우, 그 연기는 100% 성공이다.

시나리오에 적힌 그대로 내뱉은 대사 위주와 감성이 빠진 로봇연기를 관객들은 증오한다. 그리고 그 배우는 연기 못하는 배우로 낙인찍힌다.

우리 모두는 잘못된 방향인지 알면서도, 다람쥐 쳇바퀴 돌듯 같은 싸이클 내에서 정신없이 질주한다.

이병헌은 재훈을 연기하며 현대인들의 모습을 대변한다. 정체성을 잃어가고 아이에게 희생당하고, 돈만 버는, 나는 누구인가를 읖조리는, 그리고 어디로 가고 있고 행복이 무엇인지를 깨닫지 못하는 우리의 자화상을 토로한다.

배우로서 이병헌의 연기력과 노력은 이미 영화 '마스터'에서 입증됐다. 필자는 이병헌이 마스터에서 사기행각을 벌이고 자신을 은폐하고 상대를 속이는 진회장 역에서 '진짜' 필리핀인이 쓰는 필리핀 영어발음과 억양을 완벽하게 표현하는 연기를 보고 깜짝 놀랐다. 실제, 필리핀에 가면 필리핀 사람이 그렇게 영어를 구사하기 때문이다. 실제 필리핀 영어를 구사하기 위해 노력한 흔적이 역력했다.

영화 속에서 자신의 역할을 창작하고  연구하는 이병헌의 차기작이 벌써부터 궁금해진다.

이호규 남예종예술실용전문학교 연기예술학과 교수. 영화평론가

이영수 기자
juny@kukinews.com
이영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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