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문대찬 기자] 국내 야구팬들의 뇌리에 남아있던 끝판왕 모습 그대로였다. 묵직한 공을 연달아 뿌리며 상대 타자들의 헛스윙을 이끌어냈다.
WBC 한국 대표팀은 6일 고척 스카이돔에서 열린 WBC 1라운드 이스라엘과의 경기에서 1대2로 충격패했다. 타선이 침묵했고 투수진도 볼넷을 9개나 허용하며 불안한 모습을 보였다.
오승환의 활약이 유일한 위안거리였다. 1⅓이닝동안 탈삼진 3개 1피안타 무실점으로 이름값을 톡톡히 했다. 오승환은 1대1로 맞선 8회 말 2사 만루 상황에 마운드에 올랐다. 정규이닝 막바지에 이른 만큼 실점이 곧 패배로 이어질 수 있는 상황이었다.
오승환은 9번 타자 버챔을 특유의 빠른 공을 이용해 윽박질렀다. 초구 149㎞ 직구로 스트라이크를 얻어낸 오승환은 이어 바깥쪽에 걸치는 빠른 공 세 개를 연거푸 던져 루킹 삼진을 이끌어냈다.
오승환의 위력은 9회에도 이어졌다. 선두타자 샘 펄드에게 중전안타를 허용했지만 켈리와 블게일런을 헛스윙 삼진으로 돌려세웠다. 속구 중간 중간 예리한 변화구를 섞자 이스라엘 타자들은 속수무책 덕 아웃으로 돌아갔다. 이어 마지막 타자까지 유격수 땅볼로 처리하며 이닝을 단단히 틀어막았다.
오승환은 2년 전 해외 원정 도박 파문에 휩쓸렸다. 그 탓에 지난 해 메이저리그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에서 마무리 투수로 활약하며 6승3패 19세이브 평균자책점 1.92를 기록하며 성공적인 시즌을 보냈음에도 WBC 국가 대표 차출을 반대하는 목소리가 드높았다. 하지만 김인식 감독은 여론의 비난을 무릅쓰고 오승환을 발탁했다. 현재까지는 성공적이다.
오승환의 활약에도 승리를 거두지 못한 점은 쓰라리다. 한국은 지난 2013년 치러진 제 3회 WBC 첫 경기에서 네덜란드에게 0대5로 충격적인 패배를 당하며 1라운드를 탈락하는 수모를 겪었다. 당시 네덜란드는 약체로 평가되던 팀이었다. 이번 대회 이스라엘 역시 처지가 비슷하다는 점에서 대표팀의 향후 일정에 우려를 더한다.
mdc0504@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