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BC 쿡!찍어뷰] WORST·BEST… ‘고척 참사’ 한 가운데서 떠오른 이름

[WBC 쿡!찍어뷰] WORST·BEST… ‘고척 참사’ 한 가운데서 떠오른 이름

기사승인 2017-03-08 18:06:10

[쿠키뉴스=문대찬 기자] 우려했던 일이 터졌다. 도하 참사의 악몽이 몇 해를 걸러 되살아났다. 때마침 열린 FA 100억 시대는 부메랑이 돼 돌아왔다. 거품 낀 리그, 우물 안 개구리라는 오명까지 업었다.

예견된 참사다. KBO 출신 메이저리거들이 만든, 일종의 착시에 빠졌을 뿐이다. 몸값만 올랐을 뿐 정작 한국 프로야구의 질적 수준 향상은 없었다. 대표팀에 즐비한 3할 타자들은 이번 대회에서 30타수 6안타로 체면을 단단히 구겼다. 

▲ WORST - 김태균·김인식 감독…이름값만 보는 시대는 지났다

주축 선수들이 해외로 유출됐다는 핑계는 받아들일 수 없다. 전승 우승 신화를 이룩한 2008 베이지 올림픽 당시, 대표팀에는 메이저리거 출신이 전무했다. 원동력은 세대교체에 있었다. 류현진, 김광현, 김현수, 이용규 등 20대 초중반의 젊은 선수들이 대표팀의 새로운 주축으로 자리 잡으면서 팀에 활력을 불어넣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김하성, 박건우 등을 제외하면 새로운 얼굴을 찾기 힘들다. 베이징 올림픽으로부터 9년이 지난 지금도 낯익은 얼굴들이 더그아웃에 포진해 있다. 군복무를 해결한데다가 숱하게 대표팀에 발탁된 선수들에겐 더 이상 대표팀 유니폼이 대단한 의미를 지니지 않았을지 모른다. 

WBC 중계를 맡은 박찬호는 경기 중간 깊은 한숨과 함께 “간절하지 않으면 성공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번 대표팀에는 어떤 절실함도 보이지 않았다. 심지어 패색이 짙은 가운데 더그아웃에서 웃음을 흘리는 선수가 중계 화면에 잡히기도 했다. 상승한 몸값만큼이나 그들의 다리와 스윙도 무거웠다.

334억 클린업 트리오가 거둔 성적이 그 민낯을 고스란히 드러냈다. 100억 최형우는 상무와의 경기 이전까지 WBC 평가전 6경기에서 17타수 무안타에 그쳤고 이대호(150억)와 김태균(84억)은 두 경기 16타수 1안타 4삼진을 기록하며 조롱거리가 됐다. 

특히 김태균은 2경기 무안타를 기록하며 팬들의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들었다. 애국가가 흘러나올 때 거수경례를 하는 결례를 범하며 경기 외적으로도 아쉬움을 남겼다. 

대표팀 구성을 맡은 김인식 감독의 책임도 배제할 수 없다. 김인식 감독은 철저히 이름값에 의존해 선수를 발탁했다. 입대 문제로 정상적인 컨디션이 아니었던 이대은을 무리하게 뽑은 것이 그 예다. 

김 감독으로서는 이대은이 2년 전 프리미어12에서 보인 활약을 또 한 번 기대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대은은 일본 오키나와 전지훈련부터 삐걱거리기 시작했다. 컨디션 난조로 LG임정우가 NC 임창민으로 교체되는 상황에서도 김 감독은 이대은에 대한 고집만은 꺾지 않았다.

결과적으로 이대은은 열외상태에 머물며 엔트리 한자리를 낭비했다. 부상으로 대표팀 자리를 고사한 류제국은 그렇다 치더라도 지난 시즌 활약한 유희관과 같은 좋은 선택지를 두고 무리한 고집을 부린 것은 이해할 수 없다. 

타자진도 마찬가지다. 지난 시즌 40홈런을 기록하며 맹타를 휘둘렀던 3루수 최정과 ‘포스트 이승엽’이라 불리는 구자욱의 발탁을 논외로 분류한 것은 납득하기 힘들다. 펀치력을 가진 LG의 오지환, 공격력과 주루를 두루 갖춘 NC 박민우의 발탁도 충분히 고려할만 했다. 

물론 선수 구성이 조금 바뀌었다고 해서 결과가 크게 달라지지는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적어도 미래를 준비하는 단계는 밟을 수 있었다. 새 얼굴을 엔트리에서 제외함으로써 한국은 결과적으로 현재와 미래, 전부를 잃었다. 

▲ BEST - 부진 속에서 빛났던 오승환과 손아섭

오승환의 활약이 아니었다면 이번 대회는 국내 팬들에게 깊은 악몽으로만 남았을지 모른다. 이스라엘전 8회 마운드에 선 오승환은 야구팬들의 뇌리에 남아있던 끝판왕 모습 그대로였다. 

오승환은 1⅓이닝동안 탈삼진 3개 1피안타 무실점으로 이름값을 톡톡히 했다. 묵직한 공을 연달아 뿌리며 상대 타자들의 헛스윙을 이끌어냈다. 

특히 8회 2사 만루 상황에 마운드에 올라 빠른 공 4개만으로 타자를 돌려세우는 모습은 압권이었다. 이스라엘전 충격적인 패배에도 오승환의 활약은 팬들 사이 유일한 위안거리였다.

손아섭의 분전도 박수 받아 마땅하다. 승부욕과 독기로 똘똘 뭉친 그의 진가가 이번 대회에도 드러났다. 손아섭은 5번 타순에 배치돼 7타수 3안타 1볼넷(4할2푼9리)을 기록했다. 이를 악물고 경기에 임하는 그의 모습에 팬들도 박수를 보냈다. 

▲ 아쉬워서 생각나는 그 이름

국제대회 때마다 가공할 활약을 보인 김현수의 빈자리가 아쉽다. 김현수는 대표팀 역대 최다 안타1위(43개), 역대 최다 타점3위(28개)를 기록할 정도로 대표팀 내 최고 교타자로 활약했다. 

프리미어12까지 여섯 차례나 국가 대표팀에 발탁돼 2013 WBC를 제외하곤 나머지 대회에서 평균 4할 대에 근접한 타율을 보이며 대표팀 선봉장 노릇을 톡톡히 했다. 2015 프리미어12에서도 3할3푼3리 11안타 13타점 맹타를 휘두르며 초대 MVP의 영광을 얻기도 했다.

그런 측면에서 8일(한국시각) 바다 건너에서 들려온 김현수의 활약 소식은 더욱 아쉬움을 남겼다. 김현수는 이날 WBC 도미니카 공화국 대표팀을 상대로 멀티히트 포함 2타점을 올렸다. 김현수가 존재했다면 대표팀의 빈타는 조금이나마 해소되었을지도 모른다. 

mdc0504@kukinews.com

문대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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