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확인 제대로 안 되면 2차 피해 우려
“조사 늦어진 것은 피해학생이 접수 안했기 때문”
[쿠키뉴스=김성일 기자] 지난해 한국외대에서 발생한 학생 간 성추행 사건을 놓고 학교 측이 진상조사위원회를 열기로 했다. 피해자와 가해자로 알려진 학생들의 입장이 서로 달라 사실 확인 과정이 더욱 중요하게 됐다.
16일 한국외대 및 총학생회 비상대책위원회 등에 따르면 한국외대는 지난해 11월 일어난 선후배 간 성추행 사건에 대한 진상조사위원회를 17일 오후 2시에 갖는다. 진상조사위는 부총장을 위원장으로 두고, 위원은 성상담센터장과 교무위원 2인, 교수 2인, 학생 대표 2인 등으로 꾸렸다.
진상조사위는 피해 학생과 가해 학생이 서로 상반된 주장을 내놓고 있는 것을 감안해 사실 확인에 주력할 방침이다. 진상조사위 결과에 따라 징계위원회 회부 여부 등이 결정된다. 총학생회 비상대책위 관계자는 “피해자와 가해자로 알려진 학생들의 주장이 엇갈리는 가운데 조사를 통한 명백한 사실 파악이 전제되지 않는다면 2차 피해 또한 우려되는 상황이다”라고 말했다.
해당 사건은 지난 14일 ‘신속하고 신중한 진상조사’를 촉구하는 대자보가 교내 생활자치도서관에 붙으면서 세간에 알려졌다. 대자보에 따르면 피해 여학생은 지난해 11월 22일 오전 4시 30분쯤 같은 과 선배에게 강제 추행을 당했다. 씻고만 가게 해달라는 같은 과 선배의 부탁을 듣고 이를 들어줬는데, 선배인 가해 남학생이 침대에 올라 피해 학생의 동의 없이 바지와 속옷을 벗기려 했고 강제로 키스 등 신체 접촉을 시도했다는 것이다.
이번 학기에 휴학을 하고 정신의학과 치료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피해 학생은 “마지막 학기를 남겨 놓고 있는 가해자가 졸업할 경우 학교 징계가 불가능하다는 얘기를 들어 걱정이 앞선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사건 당시 피해 학생은 교내 성상담센터 상담원과 상담까지 마쳤지만, 사건은 학교에 바로 접수되지 않았다. 올해 2월 개강일이 돼서야 접수된 것으로 확인됐다. 한국외대 관계자는 진상조사가 뒤늦게 이뤄진 배경에 대해 “상담 당시 상담원은 사건 접수를 권했지만 피해 학생이 병원 왕래와 경찰 신고 등을 이유로 접수를 하지 않은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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