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대니얼 김 “WBC서 가능성 보인 선수 아무도 없어"

[인터뷰] 대니얼 김 “WBC서 가능성 보인 선수 아무도 없어"

“WBC 참패 이유, 선수들 기술 문제 아니야”

기사승인 2017-03-20 08:00:00

[쿠키뉴스=문대찬 기자]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이 바다 건너 한창이다. 하지만 한국 대표팀은 미국에서 열리는 2라운드 일정에 초대받지 못했다. 이스라엘과 네덜란드에게 패하면서 2라운드 진출에 실패했기 때문이다.  

실망스러운 경기력이었다. 한국 타자들은 2라운드 진출의 분수령이었던 네덜란드전까지 타율 2할3리(64타수13안타)에 머물렀다. 지난해 40명의 3할 타자를 배출했던 한국프로야구지만 이스라엘과 네덜란드 투수들에게 무기력했다. 334억에 달하는 초호화 중심타선도 내내 침묵했다.

팬들은 즉각 선수들을 향해 몸값 거품, 우물 안 개구리라는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더불어 리그 질적 수준에 대한 의심과 선수들의 정신 기강 해이에 대한 지적 또한 빗발쳤다.  

지난 15일 서울 상암동 어느 한 카페에서 만난 대니얼 김의 첫 마디도 “아쉽다”였다. 대니얼 김은 JTBC에서 박찬호와 함께 이번 WBC 중계를 맡았다. 중계 중간 선수들에 대한 날선 비판을 서슴지 않으며 주목을 받았다.

그러나 대니얼 김은 WBC 참패에는 별다른 원인이 없다고 설명했다. “이유 없는 대 실패일 뿐이다. 야구팬들이나 언론이 전부 실패의 이유를 찾으려고 한다. 그런데 맞지 않는 이유를 찾아 방향을 잘못 잡으면 오히려 나쁜 결과를 낳을 수 있다”고 차분히 말했다.

그는 “우리가 지난 프리미어12에서 일본을 이겼다고 해서 우리 야구가 더 훌륭하다 말할 수 있나. 2006년 WBC 때도 알렉스 로드리게스 등이 포함된 초호화 미국 대표팀에게 손쉽게 승리했다. 그렇다고 그들에게 큰 문제가 있었던 것은 아니다”며 과도한 의미부여를 경계했다. 

굳이 부진의 원인을 찾자면 부담을 이겨내지 못했기 때문이라 했다. 대니얼 김은 “선수들에게 기술적인 문제는 없다”고 운을 뗀 뒤 “다만 멘틀이 아쉬웠다. 헝그리 정신과 끈기가 부족했다는 말은 아니다. 예전이야 헝그리 정신을 높이 평가했지만 요즘 프로야구에서 뛰는 선수들은 그런 시대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부담감을 이겨내지 못한 것이 문제가 아니었나 싶다”며 “2006년, 2009년 WBC에서 좋은 성적을 거뒀던 것은 져도 부담이 없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한국 야구는 그때보다 규모가 커졌고 상대적으로 부담도 늘었다”고 말했다. 

단적인 예로 최형우가 시범경기에서 두산 더스틴 니퍼트를 상대로 홈런을 때려낸 것을 들었다. 그는 “WBC 대회 기간 대표팀이 상대했던 투수들 중 니퍼트보다 더 좋은 선수는 없었다”며 선수들이 제 실력을 발휘하지 못한 것에 안타까워했다.

아시아 야구가 갖고 있는 특수성을 꼬집기도 했다. 그는 “아시아 야구와 미국 야구의 가장 큰 차이점은 자세에 있다”며 “미국 야구는 본인의 장점에 포커스를 맞추는 반면 아시아 야구는 상대의 약점에 포커스를 맞춘다. 내가 몸 쪽 공에 강점을 갖고 있더라도 상대가 몸 쪽 공을 잘 치면 바깥쪽으로 승부하는 경향이 있다”고 전했다.

중계 도중 ‘800만 관중을 돌파한 KBO 리그 수준이 높아졌다고 생각한 건 착각’이라고 발언 한 것에 대해서는 “‘졌지만 잘 싸웠다’라고 말할 수 있는 경기가 없었다. 800만 관중 앞에서 뛰는 선수들이 본인이 갖고 있는 능력을 다 보여주지 못한 것에 대한 아쉬움의 표현이었다”고 밝혔다.

한국 메이저리거들의 향후 전망에 대한 이야기도 들을 수 있었다. 대니얼 김은 1997 뉴욕 메츠에 입사한 이후 신시내티 레즈, 클리블랜드 인디언스에서 스카우터로 활약했다. 2013년 류현진이 LA 다저스에 입단한 이후로는 SPOTV 등을 통해 메이저리그 해설위원으로 활동했다. 

먼저 올 시즌 재기를 꿈꾸는 류현진에 대해 그는 “잘할 것 같다. 야구 선수 최대 위기가 왔었다. 후회는 아니어도 재활 2년 동안 자신이 소홀했던 부분을 돌아보는 기회가 됐을 것이다. 야구에 대한 절실함도 커졌을 거다. 조금 더 성숙한 야구 선수가 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며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팀 내 선발 경쟁자들이 많은 상황에 대해서도 “신경 쓸 필요 없다”며 제 실력만 보여주면 선발 자리를 꿰차는 데는 문제가 없을 것이라 내다봤다.  

지명할당으로 마이너리그로 계약이 이관 된 박병호에 대해서는 “미네소타 구단 프론트가 전부 교체됐다. 조금 더 지켜봐야 할 것 같다”며 조심스러워했다. 

올 시즌 스플릿 계약으로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와 계약한 황재균에 대해서는 “진출을 타진했을 때부터 해볼만 하다고 생각했다. 신중한 성격과 야구에 대한 자세가 성숙한 선수다”라고 평가하면서 “오랫동안 미국을 목표로 달려왔기 때문에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본다. 시범경기 성적만으로 평가할 순 없지만 올 시즌 중반부터는 팀에서 중요한 위치를 점하고 있지 않을까, 그렇게 내다보고 있다”고 견해를 밝혔다. 

지난해와는 달리 시범경기부터 맹타를 휘두르고 있는 김현수에 대해서도 “작년 엄청난 마음 고생을 통해 밑바닥까지 갔기 때문에 올 시즌 한 두 차례 슬럼프가 와도 잘 이겨낼 것이다. 힘든 경험이 김현수에게 약이 될 것이다”며 올해도 무난히 활약할 것이라 예상했다.

다만 부상으로 팀 내 입지가 불안한 추신수에 관해선 “부상을 당하지 않는 것이 관건”이라며 올 시즌마저 부상으로 신음한다면 텍사스 구단이 ‘결단’을 내릴 수도 있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또 WBC 대표팀에서 활약하며 건재함을 뽐낸 오승환의 활약 여부에 대해서도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그는 “시즌 한 두 차례 위기가 올 것이다. 당연히 잘할 것이라 생각하지만 메이저리그가 그렇게 쉬운 곳은 아니다”며 “독특한 투구폼에 대한 분석 혹은 대처 방식을 각 구단이 연구했을 것이다. 어쩌면 고비가 올지도 모른다”고 경계했다.

음주운전 뺑소니로 실형을 선고받은 강정호에 대해선 쓴 소리를 아끼지 않았다. 그는 “음주운전 세 번은 정말 쓰레기 같은 행동”이라고 격양된 반응을 보이면서도 “다 강정호를 생각해서 하는 말이다. 한국 야구의 자존심이나 마찬가지였는데 그 사건으로 인해 나를 비롯한 야구팬들에게 실망감을 안겼다”며 아쉬워했다. 이어 “일이 잘 해결되면 강정호가 잘 했으면 좋겠다. 한편으로는 응원하는 마음이 있다”며 말끝을 흐렸다.

법적 절차로 시즌 시작이 늦어지는 것에 대해서는 “미국 이민국은 그들만의 타임라인이 있다. 특히 요즘 미국 분위기가 살벌하기 때문에 비자 발급 시기를 점치기 힘들다”며 판단을 유보했다.

대니얼 김은 이번 시즌에도 KBS N을 통해 해설 위원으로 활동한다. 대니얼 김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해설을 맡게 됐다. 더 좋은 해설을 들려드리려 노력 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mdc0504@kukinews.com 

사진=박효상 기자 tina@kukinews.com


문대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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