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곳저곳에서 전화가 걸려왔다. 전화기 너머로 들리는 소리는 같은 질문을 담고 있었다. 요약하면 ‘박근혜 전 대통령 이상하지 않나?’였다. 웃으면 안 되는 상황에서 보이는 미소 이해 가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러나 학습화와 비논리적인 감정의 표현에 빗대면 설명은 가능하다.
마음속에 품은 감정이나 정서는 신체 일부로 전달되어 겉으로 드러난다. 대표적인 것이 얼굴이다. 그러나 ‘학습화된 표정(learned look)’은 다르다. 같은 상황을 반복해서 겪으며 훈련받은 감정표현은 시간이 지나면서 화석처럼 굳어지게 된다. 이렇게 획일화된 감정표현을 ‘학습화된 감정(learned feeling)’이라고 한다.
박 전 대통령의 경우, 어려서부터 퍼스트레이디 역할을 해왔다. 감정을 숨기는 것이 습관화되었을 것이다. 박 전 대통령은 대중들에게 웃음이나 미소만 드러내는 상황을 반복하면서 무의식적으로 ‘의전형 표정’과 ‘세리모니 표정’이 학습화된 것이다. 밝은 모습만 보여야 한다는 생각 때문에 감정을 제대로 발산하지 못해서 생기는 우울증, 스마일 마스크 증후군(smile mask syndrome)이 자리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이러한 상태는 스스로에게도 비논리적 합리화를 가져오게 된다. ‘자신은 늘 웃어야 하고, 웃는 나는 옳다’라고 인지된 생각을 하게 된다. 다시 말하면 ‘상대방이 늘 틀렸다’는 생각이 지배적으로 깔리는 것이다.
박 전 대통령은 부모의 상실을 경험하면서 현실과 자신의 정신적 상황을 분리하며 지내왔다. 실제로 일어난 사건이 스스로에게는 영향을 끼치지 않는다고 인식하면서 카메라와 지지자들에게 웃음과 미소를 보인 것이다. 이번 검찰에 출두 당시에도 파면된 본인 상황이 마음과는 무관하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웃음을 보였을 것이다. 즉, ‘늘 나는 문제가 없고 남의 탓만 있다’는 생각이 자리한 것이다. 이러한 증상은 ‘해리장애(dissociative disorder)’에 해당한다. 이 장애는 불안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나타나는 심리상태다. 고통스러운 사건이나 불안한 일을 회피하고 죄책감에서 벗어나려고 하면서 나타나는 행동이다.
자신의 감정을 반대로 드러내는 경우는 사실 많다. 너무 슬프다 보면 눈물이 나오지 않고 헛웃음이 나온다. 감정은 때때로 우리가 예측하지 못한 방법으로 드러난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박 전 대통령은 헛웃음이나 쓴 미소를 지은 것이 아니라 행복한 웃음을 지었다는 것이다. 타인과 감정을 나눠본 적이 없다는 것의 방증일 것이다. 감정을 느끼는 심장이 고장 난 것을 본인만 모르고 있다. 때문에 박 전 대통령을 바라보는 국민은 답답하다.
23일 세월호 인양 작업이 진행됐다. 참사가 일어난 지 1073일 만이다. 박 전 대통령은 본인의 감정을 되돌아봐야 한다. 그리고 국민과 세월호 유가족들에게 깊이 있는 사죄를 해야 한다. 더는 늦지 말아야 한다.
이재연(국제문화대학원대학교 상담사회교육전공 교수, 행복한 심리상담 연구소 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