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조현우 기자] “우물쭈물하다 내 이럴 줄 알았지.”
영국 작가 조지 버나드 쇼는 작품만큼이나 유명한 묘비명을 남겼다. 그의 묘비에 적힌 글귀는 현재까지 회자되며 능동적인 삶에 대한 물음을 던지고 있다.
조류 인플루엔자(AI) 이후 브라질산 부패 닭 수입 여파로 소비자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정부가 문제가 됐던 브라질업체의 닭고기가 수입되지 않았다고 못 박았지만 대형마트와 프랜차이즈 업체 등이 브라질산 닭이 사용된 제품의 판매를 중단하면서 불안감은 들불처럼 번지고 있다.
문제가 된 브라질 업체의 닭을 사용하지 않았음에도 업체에서 판매 중단이라는 결정을 내린 이유는 ‘행여 불똥이 튈까봐’여서다. 소비자들이 ‘안전하다’는 정부부처의 발표에 무조건적인 신뢰를 보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처음 브라질산 부패 닭 파문이 일었을 당시 정부는 전수 조사 없이 ‘브라질 정부에 확인한 결과 문제없다’는 것만 듣고 발표했다. 정부는 20일 내렸던 BRF 업체 닭고기의 국내 유통중단 조치를 하루만인 다음 날 21일 해제했다.
소비자들이 정부 발표를 신뢰하지 못하고 불안감을 키우는 이유는 지난해 AI에 대한 정부의 대처가 잔상처럼 남아있어서다.
처음 야생조류의 분변에서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가 발견된 이후 위기 경보가 ‘경계’에서 ‘심각’으로 격상하는 데에는 한 달 가까운 시간이 걸렸다. 그 시간 동안 살처분된 가금류는 1600만 마리에 달한다.
우물쭈물하는 사이 번져나간 AI는 역대 최악으로 기록됐던 2014년보다 더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다. AI로 인해 폭등한 계란과 닭고기 가격을 직접 목격한 소비자들은 정부 발표에 대해 우선적으로 불신을 앞세우게 됐다.
대가는 참혹했다. 한국외식산업연구원에 따르면 프랜차이즈·비프랜차이즈 치킨 전문점 207개를 대상으로 한 조사 결과 전체의 86%가 AI로 인해 매출이 감소했다.
특히 비 프랜차이즈 매장의 경우 전체의 92.5%가 감소해 프랜차이즈 매장의 83.8%보다 체감되는 매출 감소가 높았다. 전체 평균 매출 감소율은 29.7%에 달한다.
대부분의 가맹점주가 AI로 인한 피해를 체감하고 있다. 브라질 산 닭고기 여파가 길어진다면 크든 작든 영향을 미칠 수 밖에 없다.
우리나라 닭고기 수입물량은 2016년 기준 10만7399톤으로 이 중 브라질산은 전체의 83%에 달한다. 단순히 ‘치킨’이라는 외식품목 뿐만 아니라 식생활에 직간접적으로 연결되는 문제다.
AI 발생과 브라질 산 닭고기 파문 등은 분명 불가항력적인 일이다. 그러나 이후 상황에 대한 정부부처의 능동적인 대응과 확실한 처리가 이뤄졌다면 지금의 ‘닭고기 파동’은 없었을지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