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미완성’ 인터넷전문은행, 시장 안착할까

[기자수첩] ‘미완성’ 인터넷전문은행, 시장 안착할까

기사승인 2017-04-12 05:00:00

[쿠키뉴스=송금종 기자] 영화 예고편을 보고 기대했다가 극장에 가서 실망하고 돌아온 경험이 있을 것이다. 잘 짜여진 스토리에 밀어붙이기식 결말은 관객을 허탈하게 만든다. 작품이 인정을 못 받는 건 둘째 문제다.

케이뱅크가 지난 3일 오픈했다. 대한민국 첫 번째 인터넷전문은행이다. 지점이 없는 ‘당돌한’ 은행은 출시 초기부터 흥행 돌풍이다. 오픈 첫 날 비대면 계좌개설 가입수(1만5317건)는 지난해 16개 은행이 세운 월평균 기록(1만2000건)을 갈아치웠다. 신규 가입자는 15만명에 달하고 있다.

소비자들은 예·적금 등 상품과 금리에 대체로 만족하는 분위기다. 주요 상품인 슬림K중금리대출은 금리가 연 4.14%~8.94%로 일반 저축은행 중금리대출 금리보다 낮다. 또한 24시간 365일 손 안에서 해결되는 스마트한 거래시스템에 호평을 내놓는다.

아쉬운 게 있다면 케이뱅크는 ‘미완성’ 이라는 점이다. 은산분리가 핵심인 은행법 개정안은 결국 통과되지 않았다. 정부는 대기업 사금고화를 우려해 산업자본이 금융자본을 4% 이상 가지지 못하도록 법으로 막아놨다.

케이뱅크는 자유로운 영업이 힘들어졌다. 영업을 하려면 재무구조가 탄탄해야 하는데 규제로 발목이 잡혀 자본을 늘리기 힘든 상황이다. 케이뱅크는 자본금 2500억원으로 영업을 시작했다. 대출 수요를 감당하기 이전에 자금이 바닥나는 사태에 직면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모양도 어정쩡하다. 정보통신기업(KT)이 주도해야 할 케이뱅크에 은행(우리은행)이 대주주로 앉아있다.

시중은행과 견줄만한 경쟁력 확보도 관건이다. 우선 지점이나 자동화기기(ATM)가 없기 때문에 판매관리비가 적게 든다. 케이뱅크는 이 비용으로 예금금리를 올리고, 대출금리를 낮추는 식으로 상품을 설계했다. 또 빅데이터를 이용한 고객 맞춤형 서비스를 만들 예정이다.

여러 기업들이 주주로 참여하고 있어 새로운 콘텐츠 제작에 유리하다. 그럼에도 은행업이 완전한 비대면이 아닌 상황이라 초반에 고전을 면치 못할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당장 눈에 띌만한 상품이 없는 점도 단점으로 지목된다.

은행이 가지는 특수성 때문에 미래를 단정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왔다. 김도진 기업은행장은 지난 6일 취임 100일 기자간담회에서 케이뱅크가 고객을 확보하는 데 한계가 있고 연체·부도율을 따져볼 때 미래를 서둘러 판단하기 어렵다고 평했다.

인터넷전문은행, 시작은 좋은데 출발을 서두른 감이 없지 않다. 케이뱅크가 업계 판을 뒤엎는 메기가 될거라는 기대를 한 몸에 받고 있지만 좀 더 두고 볼 일이다. 카카오뱅크가 6월 출범을 앞두고 있다. 그 사이 새 정권이 들어서고 은행법이 개정되면 그나마 낫다.  

song@kukinews.com

송금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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