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정호-황재균, 넥센 ‘동갑내기’의 엇갈린 희비

강정호-황재균, 넥센 ‘동갑내기’의 엇갈린 희비

기사승인 2017-03-27 14:28:50

[쿠키뉴스=문대찬 기자] 입단 동기이자 동갑내기인 두 사람의 희비가 엇갈렸다. 강정호(30)가 불미스러운 일로 연일 홍역을 치르며 황재균(30)의 야구 내·외적인 행보가 다시 조명을 받고 있다. 

지난 24일 한 매체는 강정호가 미국대사관으로부터 취업비자 발급을 거부 받았다고 보도했다. 어쩌면 올 시즌 메이저리그에서 뛰는 것이 불가능할지도 모른다는 예측이 나오고 있다.

강정호는 지난해 12월 2일 혈중알코올 농도 0.084% 상태로 운전하다가 가드레일을 들이받고 달아난 혐의로 기소됐다. 이전에도 두 차례 음주운전을 한 것으로 드러나 논란이 더해졌다. 결국 강정호는 지난 3일 재판에서 징역 8월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실형을 선고 받음에 따라 비자 발급에 문제가 생길 것이라는 예측이 나왔다. 강정호도 이를 의식해 즉각 항소했다. 비난 여론을 감수하고서라도 일단 메이저리그로 복귀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하지만 비자 발급을 받지 못하면서 결과적으로는 악수를 둔 셈이 됐다. 

미국은 트럼프 정부 출범 이후 외국인에 대한 입국 조치를 강화했다. 특히 범죄 전력에는 더욱 엄격히 대처하고 있다. 강정호로서는 감형을 기대하는 수밖에 없지만 그것도 여의치는 않다. 혹여 감형을 받는다 해도 다음 재판은 최소 4월에나 예정돼있다. 시즌 절반을 허비한 채 미국으로 돌아갈 가능성이 크다.

반면 스플릿 계약으로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와 계약한 황재균은 연일 낭보를 전하고 있다. 

황재균은 27일(한국시각) 미국 애리조나주 글랜데일 캐멀백 랜치에서 열린 시카고 화이트삭스와의 시범경기에서 6번 타자로 교체 출전해 2루타를 기록했다. 전날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와의 경기에서 9회 끝내기 안타를 친 것에 이어 2경기 연속 안타다. 

교체출전임에도 쾌조의 타격감이다. 시범경기 타율은 3할8리에서 3할2푼5리로 올랐다. 기록한 13안타 중 4개는 홈런이다. 타점도 11개나 올렸다. 개막 25인 로스터 진입도 가시권이다. 

격세지감이다. 황재균은 지난해까지만 해도 동갑내기 강정호의 비교대상이었다. 

2006년 현대 유니콘스(현 넥센 히어로즈)에 함께 입단했지만 둘은 기대치부터 달랐다. 강정호는 고등학교 시절 광주제일고의 에이스였다. 외야수, 3루수는 물론 투수 겸 포수의 재능도 상당히 뛰어났다. 반면 황재균은 대통령배 야구대회에서 부진하는 등 프로 스카우터들의 주목을 상대적으로 받지 못했다.

2008년 본격적으로 주전 자리를 꿰찬 뒤에는 강정호에게 유격수 자리를 내주기까지 했다. 당시 우리 히어로즈의 이광환 감독은 황재균이 지속적으로 수비 불안을 노출하자 포수와 3루수를 번갈아 맡고 있던 강정호를 유격수로 전환시켰다. 

공격력만큼은 뒤처지지 않았다. 강정호가 2009년 2할7푼1리 18홈런을 때려내며 거포 유격수 의 탄생을 예고하자 황재균도 같은 해 2할8푼4리 18홈런을 기록하며 팀의 대들보가 됐다.

하지만 황재균은 강정호에 비해 기대치만큼 성장하지 못했다. 롯데로 트레이드 된 것을 기점으로 5년간 2할 대의 타율에 총 29개의 홈런을 기록하며 눈에 띄지 않는 선수로 전락했다. 강정호는 2010년 3할 타율을 시작으로 2013~2014년 3할1푼4리 25홈런, 3할5푼6리 40홈런으로 만개했다. 

이후 강정호는 2015년 메이저리그에 진출해 두 해만에 팀의 중추로 부상했다. 지난해에는 부상으로 결장이 잦았음에도 불구하고 21홈런을 기록하는 등 빼어난 활약을 펼쳤다. 

반면 황재균은 2015년 포스팅 시스템으로 미국행 도전에 첫 발을 내디뎠으나 ‘무응찰’이라는 뼈아픈 성적표를 받았다. 올 시즌 거액의 계약을 마다하고 다시 한 번 메이저리그에 도전하겠다는 의지를 밝혔을 때도 응원보다는 비관적인 시선이 앞섰다. 

그런데 불과 3개월 만에 둘에 대한 평가가 엇갈렸다. 현재 강정호에게는 냉담한 시선이 쏟아지고 있고 황재균에게는 응원의 메시지가 전달되는 상황이다. 물론 정규시즌에 돌입하지 않았기 때문에 황재균의 성공을 섣불리 가늠하기 힘들다. 다만 그의 성숙한 스포츠맨십은 '진짜'다. 성공적인 MLB 연착륙에 무게가 실리는 이유다.

황재균의 재조명은 사실 예견돼 있었다는 전문가들의 평가도 있다. KBS N 해설위원 대니얼 김은 쿠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황재균은 신중한 성격과 야구에 대한 자세가 성숙한 선수다”라고 평가했다.

이어 “오랫동안 미국을 목표로 달려왔기 때문에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본다. 시범경기 성적만으로 평가할 순 없지만 올 시즌 중반부터는 팀에서 중요한 위치를 점하고 있지 않을까, 그렇게 내다보고 있다”고 견해를 밝혔다.  

메이저리그는 4월부터 25인 로스터를 가동한다. 황재균의 본격적인 거취는 이 때 결정된다. 강정호의 항소심도 4월로 예정돼 있다. 양 쪽 모두에게 봄볕이 드리울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mdc0504@kukinews.com

문대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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