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문대찬 기자] 볼티모어 오리올스 김현수(29)가 이틀 연속 결장했다. 좌완 투수 상대로 빚어진 결장인 만큼 올 시즌도 플래툰 시스템에 갇히는 것은 아니냐는 우려가 흘러나온다.
김현수는 28일(한국시각) 미국 플로리다주 새러소타의 에드 스미스 스타디움에서 열린 보스턴 레드삭스와의 2017 메이저리그 시범경기에서 벤치를 지켰다.
볼티모어는 지난 시즌부터 좌타자인 김현수를 우완 투수 상대로만 내보내고 있다. 상대팀에서 좌완 선발을 낼 경우 조이 리카드를 대체 투입하며 플래툰 시스템을 운용 중이다.
현지 매체 ‘프레스박스’는 전날 토론토전에서 김현수가 결장한 것을 두고 “김현수는 올 시즌 우투수 상대 경기에서 리드오프로 출전할 전망”이라며 “그는 조이 리카드와 함께 좌익수 플래툰으로 기용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현수는 메이저리그 데뷔 첫 해인 지난 시즌 우투수 상대로는 3할2푼1리를 기록했으나 좌투수를 맞아서는 18타석을 소화해 안타 하나도 기록하지 못했다. 좌투수 상대로 별다른 소득을 얻지 못하자 플래툰 시스템도 굳어졌다.
하지만 김현수는 좌투수에게 약한 타자가 아니다. 한국 프로야구에서 뛴 10년간 372타석에 나서 110안타 10홈런 49볼넷을 얻어내는 등 3할5푼3리의 고타율을 거뒀다. 이는 오히려 우투수 상대 3할1푼3리의 타율보다 높은 수치다.
김현수는 지난 22일(한국시각) 토론토 블루제이스전에 출전해 좌투수 제프 벨러보를 상대로 좌전 안타를 때려냈다. 이어 좌투수 채드 지로도를 상대로 또 한 번 안타를 만들어내며 멀티히트를 완성했다. 볼티모어 벅 쇼월터 감독에게 단단히 무력시위를 펼쳤다.
꾸준히 좌투수 상대로 기회를 얻으면 충분히 활약할 수 있는 김현수다. 쇼월터 감독은 스프링캠프를 앞두고 “김현수에게 왼손 투수 상대 기회를 많이 줄 것이다”라고 밝혔으나 실제로 실행에 옮기진 않고 있다. 기회를 제공받지 못하니 김현수로서는 자신의 강점을 제대로 보여줄 수 없는 셈이다.
쇼월터 감독은 지난 시즌 김현수가 시범경기 극도의 부진에 빠졌을 때 마이너리그 행을 유도하는 발언을 하는 등 조급함을 떨치지 못했다. 당장의 성적을 기대하는 특유의 ‘조급증’이 김현수가 좌투수 상대 기회를 얻지 못하는 이유 중 하나로 분석된다.
한편으로는 플래툰 시스템이 최적의 선택이라는 시선도 있다. 이날 리카드는 4타수 무안타로 부진했지만 시범경기에서 현재까지 50타수 15안타 3홈런으로 3할대의 타율을 기록하고 있다. OPS는 9할6푼2리에 달한다. 반면 김현수는 홈런 없이 12안타만을 기록하며 2할5푼5리의 타율에 머물고 있다.
쇼월터 감독의 구체적인 시즌 구상을 파악할 순 없지만 현재로서는 플래툰 시스템 쪽에 무게가 실린다. 지난 시즌에 주어진 18차례의 기회처럼 시즌 중간 기회는 온다. 플래툰 시스템의 굴레를 벗어던질 수 있을지는 온전히 김현수의 방망이에 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