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팬 볼모 논란’ 프로야구 선수협, 결국 자업자득이다

‘야구팬 볼모 논란’ 프로야구 선수협, 결국 자업자득이다

기사승인 2017-03-29 16:37:46

[쿠키뉴스=문대찬 기자] 28일 프로야구선수협회(이하 선수협)가 메리트(승리 수당) 제도 부활을 주장하며 이를 관철시키기 위해 팬 사인회 보이콧을 내걸었다는 소식이 전해져 파문이 일었다. 선수협의 해명에도 논란은 여전하다.

메리트는 승리 수당을 포함한 물질적인 보너스를 일컫는다. 지난 수십 년간 프로야구에서 음성적으로 행해진 제도인데, 지난해 구단과 KBO가 합의해 폐지됐다.

배수의 진으로 보이콧을 내걸었다는 보도가 전해지자 야구팬들이 들끓었다. WBC 참패로 인한 충격이 채 가시기 전에 야기된 일이라 반발은 더욱 거셌다. 그간 제기됐던 ‘거품 몸값’ 논란도 재점화됐다. 

게다가 선수협의 ‘팬 사인회 보이콧’은 야구팬들을 볼모로 삼은 처사로 여겨져 극한 실망감을 안겼다. 한 누리꾼은 댓글을 통해 “야구장에 가기 싫어진다”며 분개했다. 

여론이 진동하자 선수협은 즉각 해명 보도를 냈다. 선수협은 “일부 언론 보도에서 나온 선수협의 메리트 부활 요구는 사실이 아니다”며 구단행사 참여 등 선수들의 경기 외적 부담이 커졌고, 선수들의 복지 차원에서 보상 방안을 마련해줄 것을 요청하는 요지였다고 해명했다. 

이어 “구단에서 복지 방안 마련 등에 협조하지 않으면 선수단 자체적으로 팬서비스 행사를 마련하기로 결의했다”며 “팬 사인회를 볼모로 메리트를 요구하지 않았다”고 항변했다. 

선수협은 29일에도 매체를 통해 억울함을 호소하려 애썼지만 냉담한 시선은 여전하다. 메리트 제도 부활과 팬 사인회 보이콧은 와전됐다 하더라도 선수협이 요구한 보상 자체가 문제라는 것이다. 누리꾼은 “팬들이 있어 프로야구가 존재하는 것”이라며 팬들과 관련된 구단 행사에도 수당이 필요한 것인지 되묻고 나섰다. 

지나친 몸값에 대한 자성의 목소리가 두드러지는 상황에서 악수를 뒀다는 의견이 잇따른다. 상황이 상황이니만큼 선수들이 경기력 향상보다는 이익 추구에만 혈안이 돼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을 받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의도가 어떠했든 선수협의 그간 행보가 사태를 악화시켰다는 시선도 나온다. 일각에선 선수협이 언젠가부터 고액 연봉자들의 이익 집단으로 변질됐다는 목소리가 드높았다. 최저 연봉제, 2군 처우 개선 및 장비 지급에 대한 현안 처리가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일부 기득권의 이익만 대변하는 것은 아니냐는 비판이었다. 

1군 선수들에게 한정된 메리트는 차치하고서라도 선수협이 주장한 행사 참여 보상 역시 몇몇 1군 선수들이 아니면 해당사항이 없다. 그들이 내건 처우개선과 복지가 허울 좋은 포장으로만 여겨질 수 있는 이유다. 

선수협은 실제로 선수들의 기본권이 달린 문제에 유독 소홀하다는 비판을 받았다. 지난 2014년 롯데 자이언츠가 숙소의 CCTV를 통해 선수들의 출입을 감시한 사건이 벌어졌다. 이에 선수협은 롯데 구단에게 단순한 사과를 요구했을 뿐,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이지 않았다. 

지난해에는 한화 김성근 감독이 항명을 문제 삼아 투수 권혁에게 자비로 어깨 수술을 받을 것을 지시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파문이 일었다. 하지만 이 때도 선수협은 침묵했다. 자연히 일부 팬들로부터 ‘개인 사업체’라는 차마 웃지 못 할 별명도 얻었다. 

더불어 선수들의 처우 개선을 위해 불이익을 무릅쓰고 나섰던 故 최동원을 비롯한 선배 선수들의 의도를 퇴색시키고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프로야구는 근래 바람 잘 날이 없다. 지난해부터 사생활 스캔들을 비롯해 승부조작 파문, 공연음란죄, 음주 뺑소니 등 스포츠맨십을 망각한 일들이 서슴없이 벌어지고 있다. 얼마 전에는 프로야구 선수 A씨가 성폭행 혐의를 받고 있다는 사실까지 전해져 논란이 됐다. 여기에 WBC 성적이 기름을 부었다. 

선수협 관계자의 말처럼 “희생자”라고 울상 지을 필요도 없다. 프로야구 선수들의 이미지가 부정적인 상태에서 자행한 선수협의 적극적인 움직임은 팬들의 반발을 부르기에 충분하다. 자업자득인 셈이다. 

선수협으로서는 억울할 수 있다. 선수들이 자발적으로 나서 구단과 팬 사이에서 가교 역할을 수행한 경우도 더러 있다. 그러나 팬들이 원하는 선수협은 무엇보다도 소외된 선수들을 위해 권익을 내세우는 집단이다. 선수협은 누구를 위해 존재하는가, 그 의미를 다시 한 번 되새길 필요가 있다. 

mdc0504@kukinews.com

문대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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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대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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