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은 증거로 말해야 한다. 심증만으로는 범죄사실이 입증되지 않는다. 증거는 차고 넘칠수록 좋다. 논리적인 근거와 객관적인 증거, 이것을 통해 범죄혐의는 입증된다. 그런데 논리적인 근거와 객관적인 증거는 사업자가 세금을 신고할 때도 중요하다. 정확한 근거가 없다면 납세자는 자신이 부담해야 할 세금보다 더 많거나, 더 적은 세금을 부담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객관적 증거가 없다면 납세자가 신고한 세금의 근거를 확인할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사업자가 신고하는 세금의 근거는 장부이다. 그리고 이 장부를 입증하는 증거는 증명서류이다. 따라서 장부와 증명서류가 미비하거나 잘못된 경우에는 제대로 된 세금신고를 할 수 없다. 그러면 어떤 장부와 증명서류가 필요할까? 그리고 장부와 증명서류를 잘 갖추지 못할 경우에는 어떤 문제가 있을까? 이번 칼럼에서는 장부와 증명서류에 관한 세무상 문제에 대해 살펴본다.
장부, 신고한 세금의 근거
장부란 영업상 재산이나 손익의 상황을 명확히 파악하기 위해 작성한 기록물을 말한다. 사업자는 사업에 관한 모든 거래사실이 객관적으로 파악될 수 있도록 복식부기방식에 따라 장부에 기록·관리해야 할 의무가 있다. 소규모로 사업을 하는 사업자는 간편장부를 작성할 수 있다. 간편장부는 수입관련 사항, 경비지출 사항 등을 간단히 기재한 장부를 말한다. 간편장부를 갖춰 놓고 그 사업에 관한 거래사실을 성실히 기재한 경우에는 장부를 비치·기록한 것으로 본다.
장부를 기록하고 관리하는 것을 기장이라고 하는데, 기장을 하지 않을 경우에는 어떤 불이익이 있을까? 사업자는 기장하지 않았거나 미달하게 기장한 소득금액에 대한 세금의 20%를 가산세로 부담한다. 다만 신규사업자나 직전연도 사업소득의 수입금액이 4800만원에 미달하는 사업자 등의 소규모 개인사업자는 이 가산세를 부담하지 않을 수 있다.
그러면 기장을 할 경우 혜택은 없을까? 먼저 간편장부대상자가 복식부기방식으로 장부를 기록·관리하는 등의 소규모 성실사업자 요건을 갖추면, 세무조사 대상에서 제외될 수 있다. 또한 간편장부대상자가 복식부기방식에 따라 기장하고 세금을 신고하는 경우에는 사업관련 소득세의 20%를 세액공제 받을 수 있다.
증명서류, 장부를 입증할 증거
증명서류는 사업자가 거래를 수행했음을 입증하는 자료를 말한다. 거래처와의 거래와 같은 외부와의 거래의 경우에는 세금계산서, 영수증 등이 증명서류에 해당한다. 또한 인건비와 같은 지출의 경우에는 원천징수영수증이나 지급명세서 등이 증명서류에 해당한다. 작성된 증명서류는 신고기한이 지난날부터 5년간 보관해야 한다.
증명서류가 없는 경우에는 어떤 불이익이 있을까? 증명서류가 없는 지출의 경우 그 지출이 사업과 관련해 통상적임이 또는 수익과 직접관련 있음이 입증되지 않는다면, 그 지출은 세무상 경비로 인정되지 않는다. 또한 세금계산서, 계산서, 신용카드 매출전표, 현금영수증을 받을 수 있는 건당 3만 원 이상의 거래에서 이들 증명서류를 받지 못할 경우 미수취금액의 2%를 가산세로 부담한다. 다만 소규모 개인사업자나 소득을 추계해 세금을 납부하는 개인사업자는 이 가산세를 부담하지 않을 수 있다.
한편 개인사업자가 장부나 증명서류의 미비로 인해 이를 근거로 신고할 수 없는 경우에는 소득금액을 추계해 신고할 수 있다. 추계신고방법에는 기준경비율에 의한 방법과 단순경비율에 의한 방법이 있다. 추계신고 시에는 결손금을 이월공제 받을 수 없는 불이익이 있다. 또한 복식부기의무자가 기준경비율에 의해 추계신고 할 경우, 간편장부대상자가 추계신고 할 때보다 더 적은 경비가 인정되는 불이익도 있다.
모든 사업자가 기준경비율과 단순경비율에 의한 추계방법을 다 사용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업종과 수입금액에 따라 단순경비율 적용대상자와 기준경비율 적용대상자가 구분된다. 단순경비율 적용대상자는 수입금액에 단순경비율을 곱하여 계산한 금액을 경비로 인정받는다. 기준경비율 적용대상자는 수입금액에 기준경비율을 곱해 계산한 금액과 증명서류에 의해서 확인된 주요경비를 경비로 인정받는다.
장부에 의한 신고…더 많은 세금혜택 필요
세금신고의 근거와 증거는 장부와 증명서류이다. 세법은 근거과세원칙에 따라 과세되어야 한다. 따라서 장부의 작성은 매우 중요하다. 장부와 증명서류에 의한 과세를 강화하기 위해서는 점차적으로 복식부기의무 대상자를 늘리는 것이 필요하다. 또한 근거과세원칙에 반하는 추계과세를 줄이기 위해 소규모사업자가 복식부기를 할 경우, 더 많은 세금혜택을 받을 필요가 있다. 또한 납세자가 어떤 증명서류를 수취해야 하는지를 쉽게 파악할 수 있도록, 과세당국은 어떤 증명서류가 구체적으로 필요한지 거래별로 세분된 가이드라인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 글=김태훈 공인회계사·딜로이트 안진회계법인 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