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문대찬 기자] ‘영건’ 김원중(24)과 장현식(22)이 나란히 호투했다. 그간 투수 가뭄에 시달렸던 KBO 리그에 단비 같은 존재가 될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된다.
김원중은 1일 창원 마산구장에서 NC 다이노스를 상대로 5이닝 4피안타 1볼넷 5탈삼진 무실점으로 호투했다. 팀의 3대0 승리를 이끌며 NC전 15연패를 끊는 데 이바지했다. 더불어 자신의 데뷔 첫 승리도 기록했다.
김원중은 이날 시속 146㎞ 패스트볼을 앞세워 NC 타선을 공략했다. 커브와 슬라이더, 체인지업도 간간이 섞어 던지며 타자들의 밸런스를 무너뜨렸다. 세 차례 실점 상황에 내몰리기도 했지만 침착하게 후속 타자들을 범타처리하며 위기를 벗어났다.
비록 패했지만 NC는 장현식의 호투가 위안이었다. 5⅔이닝 동안 1피안타 무실점으로 견고하게 마운드를 지켰다. 146㎞에 육박하는 묵직한 패스트볼을 앞세워 롯데 타자들을 연거푸 돌려세웠다.
장현식은 제구난조를 겪은 이재학을 대신해 3회초 1사 2루 상황에서 마운드에 올랐다. 급하게 투입됐음에도 침착했다. 장현식은 1사 2루의 위기를 힘겹게 넘긴 뒤, 강민호를 시작으로 5회초까지 5타자를 연속 삼진 처리했다. 이어 8회초까지 11개의 탈삼진을 기록하며 자신의 한 경기 최다 탈삼진 기록을 갱신했다.
두 영건의 호투에 양팀 팬들도 승패를 떠나 박수를 보냈다. 팬들은 경기가 끝난 후 댓글로 “미래가 기대된다”며 이들에 대한 기대감을 숨기지 않았다.
개막을 앞두고 KBO 리그는 진통을 앓았다. WBC 참패로 야구계 안팎에서 우려의 시선이 쏟아졌다. 지난 시즌 40명의 3할 타자를 배출할 정도로 타고투저 현상이 극심했지만, 정작 타자들은 국제대회에서 상대 투수들을 상대로 힘 한 번 제대로 쓰지 못했다.
자연히 화살은 투수들에게로 돌아갔다. 비정상적인 타고투저현상이 수준 이하의 투수들로부터 비롯됐다는 지적이었다. 고교 투수 혹사와 좁은 스트라이크존이 주요 문제로 거론됐다. 대표팀을 맡은 김인식 감독을 비롯한 야구계 인사들도 “젊은 투수”가 필요하다며 투수 육성을 강조하고 나섰다. 야구 협회장을 맡은 김응용 회장 역시 “한국 야구의 위기를 절감한다”며 프로팀과 손을 맞잡고 고교 투수들의 혹사를 근절하고 관리하겠다는 의지를 전했다.
실제로 올 시즌 KBO리그 개막전에서 국내 선발 투수는 찾아볼 수 없었다. 10개 구단 모두 외국인 투수가 선발로 나섰다. 12개 구단 중 9개 구단에서 국내 선수가 선발을 맡은 일본 리그(NPB)와는 상반되는 상황이다.
이는 곧 국제대회 경쟁력으로 이어졌다. 일본은 이번 WBC에서 막강한 투수력을 앞세워 준결승까지 진출했다. 비록 수비 실책으로 미국에게 무릎을 꿇었지만 풍부한 투수 자원은 ‘진짜’였다. 반면 한국 투수들은 네덜란드와 대만 타자들에게 대량 득점을 허용하며 무너졌다.
때문에 이날 김원중과 장현식의 호투는 간만에 들려온 낭보다. 물론 표본이 적기 때문에 이들의 지속적인 활약을 점치기는 힘들다. 하지만 성장 가능성을 확인한 것만은 분명하다. 이들이 팀의 굳건한 자원으로 자리 잡는 것과 동시에 프로야구 토종 투수 가뭄을 해소해 줄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