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한 쿡기자] 박병호와 황재균 “졌지만 잘 싸웠다”

[친절한 쿡기자] 박병호와 황재균 “졌지만 잘 싸웠다”

박병호와 황재균 “졌지만 잘 싸웠다”

기사승인 2017-04-04 11:10:43

[쿠키뉴스=문대찬 기자] 지난 해 국내 프로스포츠 사상 최초로 800만 관중을 넘긴 프로야구는 올해 정규시즌 목표 관중을 878만6248명으로 잡았습니다. 지난해보다 5.4% 높은 수치입니다. 

그런데 지난 달 31일 개막한 KBO 리그의 관중 추이가 심상치 않습니다. 올해 개막 3연전 평균 관중은 전년 대비 16.3% 감소하며 예상을 밑돌았습니다. 

지난해보다 세 경기 많은 15경기를 치렀지만 롯데 자이언츠와 NC 다이노스의 2경기만 만원관중을 이뤘을 뿐 나머지 4개 구장에서는 매진이 한 번도 없었습니다. 관중 점유율도 74.3%에서 62.6%로 대폭 감소했습니다. 

우려가 현실이 됐습니다. 프로야구는 지난해부터 연일 진통을 앓았습니다. 승부조작 논란부터 사생활 스캔들, 성폭행과 음주 뺑소니 등 여러 구설수로 팬들에게 실망감을 안겼죠.

무엇보다 팬심을 싸늘하게 만들었던 것은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참패 탓이었습니다. 대표팀은 두 수 아래로 평가받던 이스라엘과 네덜란드에게 연달아 패했고 대만에게도 진땀 승을 거두며 1승2패로 1라운드 탈락했습니다.

KBO리그의 질적 수준보다도 선수들의 절실하지 못한 태도가 참패의 원인으로 지적됐습니다. 팬들로서는 졌지만 잘 싸운 경기를 보고 싶었던 것이죠.

이 가운데서도 변함없이 응원을 받는 선수가 있습니다. 마이너리그에서 구슬땀을 흘리고 있는 박병호와 황재균입니다. 

박병호는 지난해 포스팅 시스템을 통해 미네소타 트윈스에 입단했습니다. 계약 조건은 포스팅 비용을 포함해 1285만 달러. 헐값이라는 평가가 잇따랐습니다. 거기다가 마이너리그 거부권이 없어 여러모로 불리한 계약이었죠. 

하지만 박병호는 계약조건에 대해 별다른 아쉬움을 표하지 않았습니다. 그저 “많은 야구 선수와 한국 팬이 오전에 메이저리그 중계를 볼 것이다”며 “후배들에게는 더 큰 꿈을 꾸는 계기를 만들고, 팬들께는 기분 좋은 아침을 선물하고 싶다”고 각오를 다졌습니다.

박병호는 시즌 초반 연달아 홈런을 때려내며 활약했습니다. 메이저리그 연착륙도 가시권이었습니다. 하지만 속구에 약점을 보이며 흔들렸고 부상까지 겹쳐 마이너리그로 내려가 시즌을 마감했습니다. 올 시즌 절치부심 재기를 노리며 미국으로 돌아갔지만 양도선수지명(DFA)으로 분류되며 팀의 시즌 구상에서 제외되는 위기를 맞았습니다. 

게다가 시범경기에서 거둔 뛰어난 성적에도 불구하고 개막전 로스터에서 제외되는 의아한 일까지 겹치면서 박병호의 향방은 어느 때보다 흐릿한 상황입니다. 

그럼에도 박병호는 담담했습니다. “씁쓸하지만 실망하지는 않는다. 변함없는 목표를 위해 계속 노력할 것이다. 어느 곳에서 하더라도 가능할 거라 믿는다”며 계속 정진할 것임을 밝혔죠.

황재균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FA를 맞아 거액의 계약을 앞두고 있었지만 “신인의 자세로 죽기 살기로 하겠다”는 출사표와 함께 샌프란시스코에 입단했습니다. 그가 처음 도전 의사를 밝혔을 때 응원보다는 걱정과 의구심이 앞선 것이 사실입니다. 하지만 초청 선수로 스프링캠프에 참여한 황재균은 기대 이상의 활약으로 팬들의 시선을 바꿔놓았습니다.

선발과 후보를 넘나들면서 끝내기 안타를 기록하는 등 타율 3할3푼3리, OPS(출루율+장타율) 1.040, 5홈런, 15타점의 성적을 거두며 로스터 진입 기대감을 키웠습니다.

비록 외야 포지션 적응 등을 이유로 마이너리그에서 시즌을 시작하게 됐지만 메이저리그에 진입하는 것은 시간문제라는 분석이 나옵니다. 박병호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이들의 행보에 팬들이 박수를 보내는 것은 단순히 돈을 멀리하고 꿈을 좇아 떠났기 때문만은 아닙니다. 프로선수가 돈을 목적으로 뛰는 것은 비판할 수 없고, 비판해서도 안 됩니다. 

황재균과 박병호는 야구에 대한 진지한 태도와 더불어 절실함을 보여줬습니다. 마이너리그에서 시즌을 시작하게 됐지만 그들이 시범경기에서 보인 성적은 박수 받아 마땅했습니다. 달리 말해 졌지만 잘 싸웠습니다.  따라서 재도약이 기대되는 것도 사실입니다. 

감소한 관중 추이는 프로야구 선수들에게 보내는 경고등입니다. 이제 선수들에게는 식은 팬들의 마음을 돌릴 숙제가 주어졌습니다. 야구에 대한 진지한 태도로 최선을 다해 경기에 임하지 않는다면 프로야구는 또 한 번 암흑기를 맞이할지도 모르겠습니다. 

mdc0504@kukinews.com

사진=연합뉴스 제공

문대찬 기자
mdc0504@kukinews.com
문대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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