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유아 ‘뇌과학’ 조기교육 근거없다”

“영유아 ‘뇌과학’ 조기교육 근거없다”

기사승인 2017-04-04 15:31:36

사교육걱정없는세상, 업체 홍보물 조사
“공정위 신고 등으로 유아교육 담론 바로 잡을 것”

[쿠키뉴스=김성일 기자] 다양한 교육이론을 적용해 유아기 조기교육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영유아 업체들의 홍보 및 주장은 검증되지 않은 것으로 학부모의 불안감만 조성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교육시민단체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은 영유아 교재·교구 업체의 온라인 홍보물을 분석한 결과, 40여곳의 업체에서 과학적 근거가 없는 ‘뇌과학’ 이론을 차용해 상품을 홍보했다며 공정거래위원회 신고 등의 조치를 이어가겠다고 4일 밝혔다.

사교육걱정은 영유아 교육 담론을 상업적 목적으로 교묘히 내걸고 있는 일부 업체들의 예를 들며, 결국 ‘자사 제품 사용만이 답’이라는 식으로 귀결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쁘레네 ‘베이비 스타트’는 ‘아기들은 모든 것을 할 수 있는 가능성을 지녔기에 학습 기계와 같으나, 시간이 지남에 따라 양초에 불이 꺼져 가듯 천재성도 점차 줄어든다’는 자극적 문구를 홍보 전면에 내세웠다.

구몬의 ‘숫자가 크는 나무’는 ‘두뇌가 발달하는 유아기 투자는 몇 십배의 효과를 내기 때문에, 유아기에 몇 만원을 투자하면 낭비를 줄일 수 있다’고 선전한다.

또 베이비몬테소리는 ‘영유아기는 뇌 발달이 급격히 진행되는 시기이고, 뇌신경세포는 20개월까지 70%, 7세까지 90%, 18세까지 100%가 완성되며 이후에는 서서히 퇴화한다’고 주장했다.

어린이 창조학교 ‘파오파오’의 경우 ‘만 3세 때 성인 뇌의 80% 이상이 결정되므로, 이때까지가 평생 뇌력을 좌우하는 결정적 시기’라고 언급했다.

토플 피카소 역시 ‘영유아기에 일생을 통해 이뤄져야 할 발달의 대부분이 이뤄진다’며 ‘이 시기를 어떻게 보내느냐가 앞으로의 일생을 결정지을 만큼 매우 중요하다’고 피력했다.

사교육걱정은 이들 홍보 실태를 놓고 OECD 발표 내용을 들며 과학적 근거가 없는 무의미한 ‘학습 유도’라고 반박했다.

OECD는 지난 2007년 내놓은 보고서 ‘understanding the brain: birth of a learning science’를 통해 뇌 관련 정보가 남용, 오용되는 흐름을 경고한 바 있다. 특히 ‘세살 무렵 뇌에서 중요한 거의 모든 것이 결정되기 때문에 낭비할 시간이 없다’는 주장에 대해 ‘신화’에 불과한 얘기라고 일축했다.

더불어 사교육걱정은 뇌과학 전문가 등의 설명을 바탕으로 시냅스(신경 접합 관계·부위)의 밀도는 3세 이후 감소하지만, 이후 시냅스는 패턴이나 네트워크 등을 형성하면서 평생에 걸쳐 발달한다고 전했다.

또한 뇌 발달에 있어 영유아기의 중요성을 인정하더라도, 영유아의 건강한 발달을 위해 중요한 것은 조기교육이 아닌 부모의 스킨십과 충분한 수면, 뇌 발달에 맞는 교육 등이라고 덧붙였다.

사교육걱정은 이어 자녀의 천재성이 발현되는 골든타임을 놓칠 수 있다는 불안감, 지원을 못해 자녀의 미래를 보장하지 못했다는 죄책감을 업체들이 야기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ivemic@kukinews.com

김성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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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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