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상암=문대찬 기자] “류현진의 체인지업을 지켜보는 것이 관전 포인트다”
5일 상암 MBC 2층 M라운지에서 MBC MLB 단독 생중계 기자간담회가 열렸다. 이날 간담회는 MLB 관련 다섯 개 프로그램의 파격적 편성 이유와 추진상황에 대해 공개하고 한국 메이저리거의 올 시즌 전망 등을 내다보기 위해 마련됐다.
MBC는 올해 류현진 선발 등판 경기 및 주요 경기를 생중계하는 ‘2017 메이저리그’를 비롯해 한국 메이저리거 경기를 중계하는 토요 MLB 라이브, 메이저리그 다이어리, MLB 핫토크, 스포츠 매거진 등 다섯 개 프로그램을 과감히 편성했다.
중계진도 탄탄하다. ‘허프라’ 허구연 해설위원을 비롯해 정민철, 손혁, 김선우, 김형준 등 현장 안팎의 전문가들이 두루 포진했다. 감담회 도중에도 재치 있는 입담 경쟁을 펼치며 기대감을 고조시켰다.
올해로 야구 중계 33년째를 맞은 허구연 위원은 “야구 중계에는 퍼펙트가 없다. 한 번도 퍼펙트 한 방송을 해보지 못했다. 하지만 근접하도록 노력하겠다”며 운을 뗐다.
이어 자신의 별명 ‘허프라’를 언급하며 “메이저리그를 보고 나서부터 인프라를 외쳤다. 하지만 80년대에는 많은 분들이 거기에 대해 이해하지 못했다”며 “이제는 많은 분들에게 메이저리그가 친숙해졌다. 메이저리그를 토대로 한국 야구에 대해서도 논하겠다”며 포부를 밝혔다.
허구연 위원과 영혼의 파트너를 이루고 있는 한명재 캐스터는 “류현진 선수는 국민의 희망이다”며 “올 한 해 건강한 모습으로 국민들에게 기쁨 줬으면 좋겠다. 캐스터로서 멘트 많이 하는 허구연 위원과멘트 적은 김선우 위원과 함께 비중을 조율하면서 잘 중계하겠다”고 포부를 밝혀 장내 웃음을 자아냈다.
류현진과 한화 시절부터 각별한 사이를 유지하고 있는 정민철 위원은 “류현진 선수에 대한 경기 외적인 내용까지 속속 들려드리겠다”며 “류현진 선수는 공수표 날리지 않는다. 입단하기 전처럼 지금 메신저나 통화로 자신감을 드러낸다”고 말했다. 이어 “겨울부터 류현진 선수가 ‘식사’만 하고 훈련에 매진했다”고 밝혀 웃음을 자아냈다.
이에 손혁 해설 위원이 “원래 2~3년 전에는 류현진 선수가 나와 더 가까웠다”며 “정민철 위원이 오고 나서 밀린 것 같다”고 너스레를 떨어 분위기를 더욱 띄웠다.
전문 토크쇼 ‘MLB 핫토크’를 맡은 김선우 해설 위원은 “PD님들이 저를 망가뜨린다”며 “올해도 망가지면서 전문성 있는 해설 들려드리겠다”며 포부를 밝혔다.
걸어 다니는 메이저리그 백과사전 김형준 해설 위원은 올 시즌 메이저리그 우승팀을 묻는 질문에 당황하면서도 “머리는 컵스지만 마음은 다저스”라고 답했다.
이어 “마쓰자카 같은 경우는 우승을 차지했지만 우리는 박찬호와 김병헌 선수가 월드 시리즈 선발 투수로 나서지 못했다”며 “류현진 선수가 꼭 월드시리즈에서 선발 등판을 했으면 좋겠다”고 바람을 전했다.
류현진 등판 경기 관전 포인트를 묻는 질문도 이어졌다. 손혁 해설 위원은 “올 시즌 같은 경우는 건강이 가장 중요하다”며 “어떤 구종을 당장 준비하기보다 천천히 시간을 두고 스스로의 판단 하에 구종을 준비하는 게 좋을 것 같다”고 견해를 밝혔다.
김선우 해설 위원은 “류현진 선수는 맞춰 잡는 투수다. 공의 완급 조절을 잘한다”며 “구속이 잘 나오지 않는 날 타자를 어떻게 상대하는지 지켜보는 것도 관전 포인트”라고 말했다.
타자들의 무덤 쿠어스 필드에서의 등판에 대해서는 오히려 긍정적인 견해가 많았다. 쿠어스필드에서 등판 경험이 있는 김선우 위원은 “MLB 핫토크를 보시면 전망을 들을 수 있다”고 웃음을 자아낸 뒤 “쿠어스 필드는 공의 회전이 손가락 끝에 걸리지 않는다. 미끌미끌 거린다”며 “물을 많이 먹고 많이 움직이면 안된다. 수분이 빠지는 것을 줄여야 한다. 환경 자체는 체인지업을 주무기로 하는 류현진에게 괜찮다”고 말했다.
김형준 해설 위원 역시 “쿠어스필드에서 좋은 성적을 거둔 선수가 둘 있다”며 “좌완 톰 글래빈과 노히트 노런을 달성한 노모 히데오다. 체인지업과 스플리터 포크볼이 뛰어난 선수들이었다”며 류현진의 체인지업을 지켜보는 게 관전 포인트라고 덧붙였다.
시범경기에서 뛰어난 활약을 펼친 황재균의 빅리그 진입 가능성에 대한 질문도 이어졌다. 허구연 위원은 “메이저리그 전망은 한 치 앞도 내다볼 수 없다”며 “주전 3루수에 밀리는 게 사실이다. 공격력과 장타자로서의 능력은 입증됐다. 외야 훈련을 한다고는 하지만 쉽지 않을 것이다. 팀 내 선수들과 역할을 유기적으로 교체하는 것이 좋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황재균은 야구를 즐기는 선수다. 노력도 하는 만큼 빠르면 5월 중에 올라올 것이다”며 시점 자체가 모호할 뿐 빅리그 진입은 확정적이라고 내다봤다.
음주 뺑소니로 비자 발급이 거부된 강정호에 대해서는 “무척 안타깝다”며 “모두가 인정하는 선수였다. 그러나 사건을 대처하는 후속 조치가 아쉬웠다. 그러나 기량이 있는 선수인 만큼 미국에 돌아가기만 한다면 좋은 활약 펼칠 것이다”고 견해를 밝혔다.
MBC로서는 이번 편성에 거는 기대가 상당하다. 올 시즌 코리안 메이저리거는 무려 6명으로 어느 때보다 풍년이다. ‘괴물’ 류현진이 긴 재활을 끝마치고 성공적인 복귀를 예고 중이다. 김현수와 추신수도 개막 로스터에 진입해 활약을 펼친다.
마이너리그에서 시즌을 시작하게 된 박병호와 황재균도 시범경기에서 뛰어난 활약을 펼친 만큼 가까운 시일 내 빅리그에서 모습을 드러낼 가능성이 높다.
특히 흥행 보증 수표 류현진이 8일 열리는 콜로라도 로키스전 선발 등판에서 이전과 변함없는 호투를 펼쳐준다면 MBC의 MLB 중계도 더욱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