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좌 비밀번호까지 넘겨받아 인건비 가로채
총장후보·국제기구위원장 예외 없어
“대학 감사기구도 제역할 못하는 환경”
[쿠키뉴스=김성일 기자] 학생을 연구비 유용 및 횡령의 도구로 삼는 일부 대학 교수들의 의식 없는 행태가 잇따르고 있다. 교육부가 관련 징벌을 강화한 가운데 학생들은 자정노력을 바탕으로 한 대학의 단호한 자세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산학협력 연구과제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지난 2014년 8월부터 지난해 11월까지 연구비 4억8천만원을 빼돌려 쓴 혐의를 받고 불구속 입건된 6명의 인천대 교수가 9일 검찰에 송치됐다. 이들 교수가 유용한 돈은 소속 학과 학생들에게 돌아가야 할 인건비였다. 교수 1인당 피해 학생의 규모는 많게는 30명에 달했다. 경찰 관계자는 “연구비를 대신 관리해주겠다며 학생들로부터 통장과 계좌 비밀번호까지 넘겨받아 인건비를 자신의 통장으로 옮겨 담았다”고 전했다.
지난달 27일엔 학생 13명을 연구원으로 허위 등록해 수년 간 국가연구 지원비 1억4천5백만원을 가로챈 혐의로 기소된 부산대 전직 교수가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됐다. 법원은 “증거를 남기지 않기 위해 학생들로 하여금 현금으로 인출해 본인에게 건네도록 하는 치밀함을 보였으며, 무고한 학생들까지 불법 행위에 가담하게 했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광주교대에서 총장 후보로 선출되기까지 했던 한 교수는 연구 보조원에게 지급한 돈 5천6백만원을 편취했고, 경북대에서는 국제표준화기구인 IEC 기술위원회에서 한국인 최초로 위원장직을 역임하기도 했던 교수가 역시 연구비를 따로 챙겨 주식투자 등에 사용한 혐의로 집행유예형을 선고 받기도 했다.
국무조정실 부패척결추진단이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1월까지 국가연구개발(R&D) 예산 5000억원 이상인 7개 부처, 34개 주요사업에 대한 점검을 벌인 결과에 따르면 대학 산학협력단의 연구비 부정사용 사례가 77건(46.1%)으로 다른 기관들에 비해 월등히 많았다. 연구원 인건비 횡령 또는 과다지급 등의 위반사례는 144건으로 전체의 86.2%를 차지했다.
A사립대의 한 대학원생은 “대학 내 종속적 구조가 여전히 만연해 있다”며 “인사권을 휘두르는 교수의 영향력은 학생들에게 치명적일 수 있고, 설령 부당한 사실을 안다고 해도 자칫 돌아올 수 있는 불이익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고 토로했다. 교육부는 학술진흥법 시행령 개정 등을 통해 연구비 횡령에 대한 징벌을 강화했다. 해당 금액이 커질수록 제재부가금도 늘어나는 누진제를 적용해 최대 300%를 과징금으로 물게 했다.
학생들은 잇속에 눈먼 교수들의 행태를 근절하기 위해서는 대학의 단호한 대처와 자정운동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B대학의 한 조교는 “연구비 유용은 강도짓이나 다름없지만, 실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는 환경이 바뀌지 않고 있다”며 “대학 감사기구부터 제구실을 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C전문대 학생회의 한 간부는 “어느 대학이든 알려지지 않은 비위사실이 더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아직은 대학 안에서 ‘팔은 안으로 굽는다’는 말이 유효하다”면서 “대학의 사업이나 교수의 연구에 의해 희생되는 일을 후배들은 겪지 않았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대표사진=연합뉴스TV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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