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문대찬 기자]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 오승환(35)의 초반 행보가 심상치 않다. 3경기 연속 실점하며 시즌 전망에 의문부호가 달렸다.
오승환은 12일(한국시각) 미국 워싱턴D.C 내셔널스 파크에서 열린 워싱턴 내셔널스와의 원정 경기에서 3대7로 뒤진 8회 등판해 1이닝 동안 안타 2개를 허용하며 1실점했다.
3일 시카고 컵스와 경기에서 시즌 처음으로 등판해 스리런 홈런을 맞고 블론 세이브를 기록한 오승환은 10일 신시내티 레즈와의 경기에서도 1이닝 1피홈런 1실점으로 우려를 안겼다. 이어 이날도 구위 점검 차 마운드에 올랐지만 어김없이 실점했다.
오승환은 첫 두 타자를 가볍게 범타로 처리하면서 이닝을 깔끔히 틀어막을 듯했다. 하지만 브라이스 하퍼와 대니얼 머피에게 연달아 2루타를 허용하며 실점했다. 13.50이었던 평균자책점은 12.27로 소폭 하락했지만 오승환의 그간 모습과는 어울리지 않는 성적이다.
구위를 끌어올린 것은 위안이다. 오승환은 이날 경기 전까지 패스트볼 평균 구속이 91.11마일(약 146.6㎞)에 머물렀다. 지난해 평균 93.53마일(150㎞)보다 2마일 가까이 구속이 떨어졌다. 그러나 이날 오승환은 최고 96마일(154㎞)의 패스트볼을 뿌리며 걱정을 덜었다.
문제는 슬라이더다. 오승환이 올 시즌 허용한 2개의 홈런은 모두 슬라이더에서 비롯됐다. 이날 실점의 빌미가 된 대니얼 머피의 2루타 역시 슬라이더를 통타한 것이었다.
오승환은 지난해 평균 86.29마일(138.9㎞)의 빠른 슬라이더와 패스트볼을 적절히 섞어 타자들을 공략했다. 메이저리그 통계 사이트 브룩스 베이스볼에 따르면 오승환이 지난해 슬라이더를 던져 헛스윙을 유도한 비율은 26.54%였다. 하지만 올 시즌 슬라이더 헛스윙 비율은 14.81%에 그치고 있다.
특유의 투구 폼이 간파 당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왼발을 땅에 디딘 후 한 번 더 뻗어 공을 던지는 오승환의 투구 폼은 상대 타자들의 타이밍을 뺏기 유용했다.
그러나 올 시즌 타자들은 오승환의 공에 타이밍을 정확하게 맞추는 모습이다. 오승환이 올해 허용한 6개의 안타 중 4개(홈런2·2루타2)가 장타다. 패스트볼의 피장타율은 3할3푼3리, 슬라이더의 피장타율은 1.600에 달한다. 그만큼 정타가 많았다는 의미다.
KBSN 대니얼 김 해설 위원은 올 시즌을 앞두고 오승환이 부침을 겪을 수 있다고 예상했다. 그는 “시즌 한 두 차례 위기가 올 것이다. 당연히 잘할 것이라 생각하지만 메이저리그가 그렇게 쉬운 곳은 아니다”며 “독특한 투구폼에 대한 분석 혹은 대처 방식을 각 구단이 연구했을 것이다. 어쩌면 고비가 올지도 모른다”고 내다봤다.
물론 시즌 초반인데다가 첫 등판을 제외하면 세이브 상황에서의 등판이 전무했기 때문에 얼마든지 반등의 여지가 있다. 오승환이 앞으로 펼칠 투구에 관심이 집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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