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우리 교육의 잔혹한 여정… ‘다름의 가치’ 실현돼야

[기자수첩] 우리 교육의 잔혹한 여정… ‘다름의 가치’ 실현돼야

기사승인 2017-04-16 18:44:13

[쿠키뉴스=김성일 기자] 한국 학생들의 뛰어난 학업 성취도는 세계적으로 입증됐다. 많은 나라가 우리의 교육 교재와 교구, 시스템 등에 큰 관심을 갖는 이유다. 그러나 그 이면엔 한정된 시간 안에 결과를 보여줘야 하는 학생들의 한숨과 고뇌가 있다. 지난해 말 중학교 3학년이던 A군은 기자에게 ‘잔혹사’라는 표현을 써가며 점수에 옥죄인 자신에 대해 토로한 적이 있다. 학생들은 이런 현실 속에서 스스로 계획을 세워 공부를 찾아서, 알아서 하라는 요구를 받는다.

OECD(경제협력개발기구)가 시행하는 국제학업성취도평가(PISA) 결과, 2015년 우리 학생들의 과학 성적은 일본, 에스토니아, 핀란드, 캐나다에 이어 OECD 35개국 중 다섯 번째로 높았다. 반면 흥미도는 26위로 평균값을 한참 밑돌았다. 수학의 경우에도 2012년 기준 가장 높은 성적을 나타냈지만, 흥미도 순위는 28위에 그쳤다. 이 같은 기록을 분석한 이주호 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는 “우리나라 학생들이 자기주도 학습 역량을 제대로 갖추지 못했다는 방증”이라고 전했다.

학생들은 쉼 없이 짜여진 학습 일정을 소화하느라 여유가 없다. 가족과도 시간을 갖기 힘들다. 한국 어린이와 청소년이 OECD 회원국 또래 가운데 가장 스스로를 행복하지 않은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상황은 필연이다. 성적을 비관해 자살까지 생각하는 마당에 꿈을 얘기하고 자아를 그리는 과정을 ‘뜬 구름 잡기’로 치부하는 학생들을 어느 누가 탓할 수 있을까.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 ‘봄은 왔지만 봄 같지 않다’는 말이다. 같은 것을 바라보도록 같은 교육을 시키고 난 뒤 독창적 생각을 지닌 인물을 찾는다고 말하는 세상에서 학생들의 봄은 결코 오지 않는다. 결국은 ‘다름의 가치’를 인정해야 한다. 달라지기 위한 교육은 같아지기 위한 교육보다 더 많은 시간과 공을 들여야 한다. 이미 많은 학생들이 달라지는 것에 두려움을 갖고 있다. 최근 강조되는 ‘미래 인재 육성’의 성패도 학업 성적이 아닌, 개개인의 가치를 우리의 교육 시스템이 얼마나 잘 발현시킬 수 있는가 하는 문제와 직결된다. 무겁고 버거운 마음의 짐과 압박을 내려놓을 수 있을 때 학생들은 비로소 ‘경쟁력’을 가질 수 있을 것이다.

ivemic@kukinews.com

김성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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