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문대찬 기자] 트레이 힐만(54) 감독의 경쟁 시스템이 SK의 반등을 이끌고 있다.
SK 와이번스는 16일 대전 한밭구장에서 열린 2017 KBO 리그 한화 이글스와의 원정 경기에서 10대1로 승리하며 3연전을 모두 쓸어 담았다. 시즌 5연승이다.
격세지감이다. SK는 정규리그 개막 후 6연패에 빠지며 시즌을 불안하게 출발했다. 하지만 최근 치른 8경기에서 7승1패를 기록하며 경기력을 끌어올렸다.
‘힐만표’ 경쟁 시스템이 돋보인다. 힐만 감독은 1군 엔트리에 있는 야수 14명을 골고루 기용하며 적재적소에 그들의 능력을 활용하고 있다.
힐만 감독은 시즌 전 백업으로 분류됐던 나주환과 이대수를 한화와의 3연전에 기용했다. 이에 나주환은 3할8푼5리(13타수5안타) 4타점 맹타를 휘둘렀고 이대수는 5할(8타수4안타) 3타점을 올리며 기대에 부응했다.
또 힐만 감독은 4번 타자 정의윤의 타순을 6번으로 미루고 김동엽을 4번 타순에 배치시켰다. 김동엽은 3연전에서 5할4푼5리(11타수 6안타) 2홈런 7타점으로 거포 4번의 등장을 예고했다. 더불어 정의윤도 부담을 벗고 5할5푼6리(9타수5안타) 1홈런 3타점으로 활약했다.
여기에 KIA 타이거즈와 4-4 트레이드를 통해 입단한 노수광과 이홍구의 활약까지 더 해지며 신예와 베테랑, 주전과 비주전의 경계가 허물어졌다. 부상으로 이탈한 외국인 스콧 다이아몬드와 대니 워스까지 복귀한다면 전력은 더욱 안정궤도에 접어들 것으로 보인다.
이밖에 수평적인 리더십도 눈길을 끈다. 15일 한화전에서 정의윤이 홈런을 때려낸 뒤 힐만 감독의 가슴에 주먹을 날리는 모습이 중계 화면에 비쳐졌다. 사전에 얘기가 오갔던 상황이지만 한국 정서상 극히 보기 드문 장면이다.
벌써부터 롯데 자이언츠의 전 외국인 감독 제리 로이스터와의 비교까지 나온다. 2008년부터 롯데를 이끈 로이스터 감독은 ‘노피어’로 대표되는 공격 야구로 하위권을 맴돌기만 했던 롯데를 단숨에 4강 전력으로 상승시켰다.
그러나 힐만 감독은 선수들의 능력을 전적으로 신뢰하는 로이스터와 달리 수비 시프트 등을 통해 적극적으로 경기에 개입한다는 점에서 로이스터의 야구와 궤를 달리한다. 힐만 감독의 야구가 춘풍(春風)을 넘어 가을 야구까지 넘볼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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