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문대찬 기자] KBO는 올해 메이저리그식 비디오 판독을 도입한 비디오 판독센터를 오픈했다. 하지만 개막 후 보름이 지난 현재 의아한 판정을 반복하며 의구심을 자아내고 있다.
18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롯데 자이언츠와 NC다이노스의 경기에서 나온 판정이 논란을 낳았다. 3대3으로 팽팽히 맞서던 5회 2사 1,3루 상황에서 롯데 이우민의 타구가 좌익선 상 쪽으로 높이 떴다. 기상 상황에 타구가 흔들렸고 좌익수 권희동이 포구 위치를 잃었다.
타구는 좌익선 상에 걸쳐 떨어졌다. 최만호 3루 주루코치가 페어라고 판단, 주자들을 홈 베이스까지 유도했으나 3루심은 파울을 선언했다. 이에 롯데 더그아웃은 비디오 판독을 요청했다.
심판진이 비디오 판독센터의 결과를 기다리는 동안 방송사는 지속적으로 리플레이를 송출했다. 타구가 파울 라인에 걸친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중계 화면이 타구가 떨어진 지점을 제대로 포착하지 못한 게 문제였다.
KBO는 정규리그 합의판정 요청의 70%가 1루와 2루에서 발생한 한 점을 감안해 1루 쪽을 찍는 카메라를 1루와 3루 측에 두 대 설치했다. 중앙 관중석 쪽에는 2루를 찍는 카메라가 배치됐다. 때문에 3루수 쪽이 상대적으로 허술했다.
따라서 이우민의 타구를 판단하기 위해서는 전적으로 중계화면에 의존해야 하는 처지였다. 6분 동안 비디오 판독을 실시했지만 판정은 번복되지 않았다. 결국 롯데는 득점에 실패했다.
타구가 안타로 판정됐다면 경기의 승패가 뒤집힐 수 있었던 승부처였다. 롯데는 이날 NC에 3대8로 역전패했다. 논란이 생길 수밖에 없었다.
경기가 끝난 뒤 커뮤니티와 KBO 자유게시판에 팬들의 성토가 빗발쳤다. 일부 팬들은 “안하는 게 아니라 못했던 것이 아니냐”며 “이럴 거면 비디오 판독이 무슨 의미가 있나”고 반문했다.
비디오 판독에 대한 팬들의 불신이 깊어졌다는 방증이다. 지난 16일 KIA 타이거즈와 넥센 히어로즈의 경기에서도 비디오 판독 논란이 불거졌다. 넥센 박동원의 2루 도루를 두고 중계화면이 비춘 장면과 비디오 판독의 결과가 불일치했다. KBO리그 경기 요강에 따르면 비디오 판독은 각 구장에 설치된 3개의 카메라와 중계방송사가 찍은 화면을 모두 활용하게 돼있다. 논란을 피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판독 센터의 독립성 존중을 위해 판독 결과 이전에 방송사 리플레이 송출을 금지한 것도 시청자들의 알 권리를 침해하는 처사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KBO는 올 시즌 비디오 판독센터 설립을 위해 약 30억 원을 투자했다. 하지만 개막 이후 몇 차례 판독 논란에 시달리며 정체성이 흔들리고 있다. 서둘러 시스템적 완전성을 갖추지 못한다면 실속 없는 투자라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