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전미옥 기자] 엄마가 된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여성의 삶은 임신과 출산을 기점을 많은 변화를 겪는다. 얼마 전 출산을 마친 한 여성은 “이제까지 인생의 막은 끝나고, 새로운 막이 열린 기분”이라며 소회를 밝히기도 했다.
많은 어머니들이 딸에게 ‘아이를 낳아보면 안다’고 이야기하듯 엄마가 사는 세상은 이전과 얼마나 다를까. 할머니와 어머니, 그리고 딸 3대에 걸친 엄마들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엄마는 기쁘다
지난해 4월 출산한 초보엄마 윤(27)씨는 최근 만혼과 비혼이 증가하고 있는 세태를 감안하면 윤씨는 또래보다 어린 나이에 엄마가 된 케이스다.
가족과 지인들의 축복 속에서 시작한 결혼생활이었지만 이렇게 빨리 아이를 낳을 줄은 몰랐다. 그는 임신 소식을 처음 들었을 당시 “깜짝 놀랐다”며 “결혼하고 너무 빨리 아이가 생겨서 남편과 둘이서 ‘준비가 안됐는데 어떻게 키워나가지’하는 걱정이 앞섰다.
윤씨의 어머니 김(52)씨에게 딸은 “줄 수 있는 것을 다 주고싶은 존재”였다. 결혼 후 몇 년간 기다리다 어렵게 얻은 귀한 아이였다고 그는 말했다. “제가 (임신해서)배불러 있는 모습이 스스로도 너무 좋았고 집에서도 많이 기뻐했어요. 과정이 힘들기도 했지만 그래도 내가 임신을 하고 아이를 가졌다는 것은 행복이라는 단어 이상의 감정입니다.”
김씨의 30대는 ‘엄마로서의 삶’이 전부다. 그는 “30대란 두 딸에게 모두 올이했던 시간들이다. 돌이켜보면 아이를 키울 당시 행복한 기억이 많다”고 회상했다. 딸의 임신소식을 처음 들었을 때 김씨는 “제일 먼저 기뻤다”며 “아이가 빨리 생기면 좋겠다는 마음은 있었는데 막상 임신소식을 들으니 ‘너무 잘됐다’ 싶으면서고 한편으로는 저 애가 어떻게 아이를 키울까 걱정도 됐다”고 했다.
김씨의 어머니 우(74)씨는 요즘 증손주 보는 재미에 푹 빠져있다. 이야기를 나누는 내내 손녀딸에게 눈을 떼지 않았다. 손주보는 재미는 어떤 느낌이냐고 묻자 그는 “너무 좋다”며 “볼적마다 새롭고 새록새록하다. 또 아이가 다른 아이에 비해 (성장이)빠르다. 젊어서 아이를 낳으면 이런 점이 좋구나 싶다“며 손주 자랑도 빼놓지 않았다.
곁에 있던 김씨도 “손주보는 재미를 이제 알았다”고 덧붙였다. 김씨는 “직접 겪어보니 왜 ‘손주, 손주’하는지 알겠더라. 하루라도 안보면 보고 싶어 영상통화를 걸게 된다. 할머니가 이런 재미가 있구나 깨달으면서 지낸다”며 웃어보였다.
◇엄마도 엄마가 필요하다
엄마가 됐다는 것을 언제 실감했느냐고 묻자 모녀는 한 목소리로 “잠자는 아기를 보고 있을 때”라고 답했다. 김씨는 “잠자는 아기를 보고있으면 아기가 아니라 천사를 보는 느낌”이라며 “깨어나 있을 때는 악동이지만 자느 모습을 찬찬히 들여다볼 때는 정말 사랑스럽다”고 했다.
윤씨도 “아기가 자고있는 모습이 너무 예쁘다. 이 아이가 내 아이구나 싶었다”며 의견을 더했다. 곁에 있던 우씨는 자신이 살던 시대에는 엄마가 된다는 것을 생각할 여유가 없었다고 했다.
“예전엔 별안간에 일찍 아이를 낳고 엄마가 되다보니 그런 걸 실감할 겨를도 없이 시집살이도 있고 그러면서 살았지.”
아이가 자고 있을 때에야 비로소 엄마에게 여유가 생긴다. 아이는 계속해서 엄마를 필요로 하고, 엄마는 한 순간도 아이에게서 눈을 떼기 어렵기 때문이다.
초보 엄마인 윤씨도 엄마로서의 삶이 쉽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아이를 낳고 처음에는 어떻게든 혼자서 아이를 보려고 했는데 갓난쟁이를 제대로 볼 줄 모르다보니 골반 등이 너무 아팠다”며 “(어쩔 수 없이)친정 엄마에게 SOS를 요청했다”고 토로했다.
엄마도 엄마가 필요하다. 윤씨는 “힘들 때마다 엄마가 생각난다”며 “아이를 키우면서는 잠도 잘 못자고 누워있는 시간이 정말 부족하다. 그럴 때마다 우리 엄마가 있으면 엄마가 해주는 밥 먹고 누워있을 수 있을 텐데 하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윤씨와 같은 초보 엄마일적 김씨도 엄마가 필요한 딸이었다. 그는 “항상 엄마생각이 났다”며 “내 아이도 소중하지만 나도 엄마 딸로만 있고 싶을 때가 종종 있다”고 회상했다.
◇엄마는 강해진다
엄마노릇 할 만하냐고 묻자 윤씨는 “할 만한 게 아니라 해야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의 말처럼 엄마가 된다는 것은 하루 하루 새로운 위기를 헤쳐 나가야 함을 의미한다. 갓난아이를 돌보는 일에는 엄마 개인의 의지가 개입될 여지가 없다. 엄마가 되고나서 윤씨는 책임감이 생겼다고 고백했다. 그는 “아가씨 때 보다는 어떤 무게감이 생겼다. 나 혼자가 아니기 때문에 행동하는 것도 어른처럼 해야 하고 또 그래야만 된다고 느껴지는 부분이 있다. 지금은 아이가 커가는 것을 보면서 즐거운 일이 많아서 잘 적응하고 있다”고 말했다.
윤씨에게 엄마란 ‘더 알아가야 할 존재’다. “엄마가 되기 전에는 우리 엄마가 어떤 사람이지 잘 몰랐던 것 같아요. 아이를 낳고 제가 엄마가 되면서 아이가 커가는 것을 볼 때 느끼는 감정을 우리 엄마도 느낄까 생각하면서 엄마를 좀 더 이해하게 됐어요.”
김씨에게 엄마란 ‘강한’존재다. 김씨는 “그냥 여자일 때와 엄마로서 여자일 때는 다르다. 훨씬 강해지고, 엄마라는 이름 하나로 세상 무서울 게 없어진다”고 말했다.이어 그는 “제가 보기에 여리기만 한 딸이 아이를 키우고 있는 모습을 보면 대견하고 기특하다”며 “우리 딸도 엄마로서 강해져야 된다. 자신이 강해야 흔들리지 않고 내 아이를 제대로 키울 수 있다”고 조언했다.
엄마가 되기 전 윤씨는 디자이너를 꿈꾸는 학생이었다. 엄마가 되고 나서는 무언가를 이루고 싶은 마음이 더욱 강해졌다고 말했다.
“제가 지금 생각할 때 엄마이기 전에 저는 나태했던 것 같아요. 내가 나를 위한 시간을 보내는 것이 이렇게 힘들다는 것을 엄마가 돼서 알았습니다. 앞으로는 더 힘내서 아이 육아하고, 좀 더 아이가 크면 우리 여자들 다 같이 여행다니면서 행복하게 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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