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인터뷰] '불한당' 설경구 "새로운 것보다는 여운이 남는 작품 하고파"

[쿠키인터뷰] '불한당' 설경구 "새로운 것보다는 여운이 남는 작품 하고파"

기사승인 2017-05-12 07:00:00

[쿠키뉴스=이은지 기자] 영화 ‘불한당’(감독 변성현)은 사실 어디서 많이 봐 왔던 요소들의 집합소에 가깝다. 기업적 조폭, 언더커버, 그리고 시종일관 남자들만 나오는 영상 속에서 흐르는 마약과 협박 같은 것들이 그렇다. 언뜻 보면 흔하고 흔한 한국형 느와르 영화, 혹은 ‘무간도’의 변주에 가깝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근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설경구는 “믿음이 있었다”고 ‘불한당’을 선택한 계기를 밝혔다.

“시나리오는 잘 읽혔는데 선뜻 하겠다고 말은 못 했어요. ‘무간도’ 이후 많이 써먹었던 조합들이 기시감 같은 것들을 불러일으켰죠. ‘굳이 이런 이야기를 또 해야 하나?’싶은 거예요.” 설경구를 움직인 것은 변성현 감독의 어눌함이었다. 믿음직함이 아니라 어눌함이라니. 언뜻 이해가 가지 않지만 설경구는 “말을 유려하게 하지 못해서 오히려 믿음이 갔다”고 말했다.

“변 감독님이 언변이 좋지는 않아요. 직설적이고, 포장도 잘 못 해요. 말에서 덜어낼 건 덜어내고 말해야 하는데 그러지도 못하고. 그런데 제가 ‘박하사탕’ 캐스팅으로 합류했을 때 생각이 나더라고요. 그 때 이창동 감독님께 나를 캐스팅한 이유를 물어봤거든요. 배역 오디션 후보 중에 가장 자신 없어 보여서 나를 뽑았대요. 보통은 자신 있는 사람을 뽑잖아요. 하하. 그 때는 이해가 안 갔는데, 지금 보니까 그런 면들이 어째서 믿음을 주는지 알겠더라고요.”

설경구의 그러한 믿음은 칸 영화제 초청으로 보답 받았다. 우스갯소리로 “이 영화가 완성됐을 때 차별점이 없으면 변성현 감독을 죽여버리겠다”고 이야기한 적도 있었는데, 칸 초청 소식을 듣고 변 감독이 비로소 설경구에게 “저 이제 안 죽이실 거죠?”라고 물었단다.

물론 차별화가 쉬운 것은 아니다. 어느 배우·감독이건 항상 작품에 임할 때 ‘새로운 것’에 대한 갈망은 있기 마련이고, 설경구 또한 그중 한 사람이다. 기존의 연기를 반복하는 것을 피하고 싶기에 ‘불한당’에 참여하는 것도 망설였던 것이다. “그런데 새로운 것만 찾다 보면 오히려 선택의 폭이 줄어요. 마냥 새로운 것을 찾다 보니 정체되는 지점이 있죠.” 이것도 했던 거, 저것도 했던 거, 이런 식으로 제치고 나면 한국 영화에서 남는 것이 없다는 이야기다. 그래서 설경구는 자신이 작품을 고르는 방식을 바꿨다. ‘여운이 남는 영화’를 하는 것이 설경구의 모토가 된 것이다.

“제가 원하는 시나리오가 늘 오는 게 아니라, 내게 오는 시나리오 중에서 원하는 걸 골라야 하는데 선택의 폭이 그리 넓지는 않아요. 제게도 비슷한 캐릭터들이 많이 들어오죠. 그렇다면 그래도 개중에 여운이 남는 영화를 찍고 싶어요. 관객이 관람하고 나와서 그 하루는 종일 그 영화 생각을 할 수 있게 하는 그런 영화요.”

그렇다면 ‘불한당’은 어떤 영화일까. 설경구는 ‘불한당’을 한마디로 ‘영화적인 영화’라고 정의했다. “영화만이 보여줄 수 있는 것들을 보여줘요. 책이나 다른 매체로는 잘 표현이 안 되고, 영화만 할 수 있는 이야기를 담았어요.”

‘불한당’은 오는 17일 개봉한다. 19세가.

onbge@kukinews.com

이은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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