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조현우 기자] “회사는 누군가가 희생해야 성장한다는 생각을 깨고 싶어요. 지금은 그 증명을 위해 걸음마 단계이지만 확실히 앞으로 나아가고 있습니다.”
경기도 성남시에 위치한 치킨플러스 사무실에서 만난 유민호 대표(37)는 작지만 분명한 어투로 말했다. 이름만 들어도 알만한 치킨 프랜차이즈 두 곳에서 근무했던 유 대표는 벌써 십 년이 넘는 시간을 업계에 몸담아왔다. 때문에 치킨이 아닌 다른 분야를 도전하고 싶어했다. 그러나 처음 그의 독립을 지지해준 사람들과 개인 투자자들은 ‘치킨’을 원했다.
“어떻게 생각해보면 당연한 거였죠. 해 온 게 이것밖에 없으니까요. 다른 걸 해 보고 싶다는 건 제 욕심일 뿐이고, 자기 돈을 투자하는 분들은 당연히 성공확률이 가장 높은 쪽을 선택하는게 맞죠. 개인적으로는 도의에 어긋난다고 생각해서 제가 그동안 근무했던 곳의 메뉴와는 겹치지 않게 제품을 개발하고 있어요.”
◇ ‘조직’과 ‘문화’
유 대표가 프랜차이즈 사업을 준비한 것은 10년도 훨씬 전인 대학생 때였다. 회계학을 전공했던 그는 군 전역 이후 진로를 고민하다 사업을 결심했다. 다만 가정 형편이 넉넉지 않았던 탓에 초기 투자금이 크지 않은 사업을 찾기 시작했다. 마지막까지 유 대표를 고민하게 만든 것은 ‘IT’와 ‘프랜차이즈’였다.
“고민을 엄청 많이 했는데, IT와 프랜차이즈 두 개만 딱 놓고 생각하니까 결론은 쉽게 났어요. IT의 경우에는 아예 처음부터 새롭게 다 배워야 하는 상황이었고, 프랜차이즈는 학교생활을 하면서 소소하게나마 다른 기획을 통해 성과를 얻어왔었거든요. 그래서 그 때부터 준비를 시작했어요. 공인중개사와 가맹거래사 자격증을 땄죠. 학교 다니면서 프랜차이즈 관련 공부를 전공 공부보다 더 많이 한 것 같아요.”
다만 유 대표는 실무 경험이 없는 자신이 곧바로 프랜차이즈 사업에 뛰어드는 것 보다는 전반적인 시스템을 익히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치킨 프랜차이즈 회사에 입사한 유 대표는 전자나 IT 분야에 비해 조직문화나 시스템이 많이 낙후돼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상대적으로 최신 시스템을 조직에 반영해도 성과가 났고, 유 대표는 이를 통해 조직 내부에서 자리를 잡아갔다. 경험을 쌓던 그는 다니고 있던 곳 보다는 조금 작은, 또 다른 치킨 프랜차이즈 회사로 적을 옮겼다.
“이직을 하고 나서 일이 너무 재밌었어요. 공부하는 재미도 있었죠. 이런 모습을 대표님이 인정해주기도 했고요. 회사에 대한 비전과 제 개인에 대한 비전도 제시해주셨죠. 그 와중에 업계에서 알게 된 형이 함께 다른 프랜차이즈를 도전해보자고 계속 제의를 했어요. 투자금만 댈 테니 알아서 해보라고요. 당연히 거절했죠. 만족하면서 다녔으니까요.”
조직과 문화에 대해 공부하던 그는 회사가 크려면 사람을 존중하고 인정해야겠다는 사실을 깨달았다고 말했다. 자신이 깨달은 점과 조직문화개편안을 들고 대표를 찾아간 유 대표는 현실적인 벽에 부딪쳤다. 조직문화개선을 앞세우는 그와 현실적인 부분에 집중하려는 당시 대표는 타협점을 찾지 못했다.
“그 때, 저한테 투자하겠다는 형이 또 와서 그러더라고요. 그럼 그런 회사를 네가 만들어보라고요. 그래서 독립을 결정하게 됐어요.”
◇ 플랫폼 구축이 먼저, 수익은 나중
결정하고 나자 일에 속도가 붙었다. 맛과 상권분석 일변도였던 그간 프랜차이즈 시스템과는 달리 유 대표는 경영 전반에 대한 공부를 해왔던 만큼 자신이 있었다. 유 대표는 대형 프랜차이즈 제품에 비해 가격과 맛이 떨어지지 않으면서도 사업적인 부분에서 실패하는 경우를 봐왔다. 따라서 유 대표는 먼저 플랫폼을 구축하고 해외진출전략까지 미리 재무계획에 포함시켰다.
유 대표는 플랫폼 구축이 우선이라고 생각해 가맹비를 받지 않고 오히려 점포 개설 비용을 가맹점주에게 지원했다. 현재 과도하게 책정된 광고비 등을 과감히 제하고 그 돈을 제품에 반영시켜 가격을 낮췄다. 실제로 치킨플러스에서 판매하는 치킨 가격은 1만2900원에서 최대 1만3900원이다. 가맹점에 제공되는 육계와 소스 등 기타 물량도 최소치로 맞췄다. 초기 자금이 들어가더라도 이후 가맹점이 늘어난다면 로열티로 수익을 창출할 수 있었다. 그러기 위해서는 최소 120개 이상의 가맹점이 생겨야 수지타산이 맞았다.
“사실상 스타트업이죠. 개인 투자자 몇 분에게 자본금을 받아서 시작했으니까요. 그러다보니 30여개 점포를 열었을 때 자본금이 더 필요해지더라고요. 그래서 투자기관을 찾아갔는데 쉽지 않았어요. 매출이 너무 작아서 어렵다고 하더라고요. 기관마다 찾아가서 담당자에게 설명했지만 안 되는 건 안 되더라고요. 어쨌든 기관에도 방침이 있으니까요. 그런데 제 이야기를 듣던 한 투자기관 담당자분이 시스템이 너무 괜찮고 마음에 든다면서 개인적으로 투자하고 싶다고 하셨어요. 실제로 주변 몇 분과 함께 투자하셨고요.”
◇ ‘일 하고 싶은 회사가 치킨 가격을 낮춘다’
유 대표는 현재 치킨 가격이 높아지는 원인을 과도한 광고비용과 과도한 인원채용으로 인한 인건비 낭비로 분석했다.
높은 마진을 챙기기 위해 광고비를 집행하고 이 광고비는 고스란히 제품가격에 더해져 높은 가격을 형성한다. 여기에 자발적이지 못한 근무환경도 부정적으로 작용한다. 10명을 뽑아 5명분의 일밖에 처리하지 못하는 비효율이 문제라는 것이다.
“일을 하고 싶은 환경을 만들어주고, 일에 대한 보상을 확실하게 해주면 능률은 올라요. 열 명으로도 열 세명, 열 다섯명의 일을 할 수 있죠. 그렇게 되면 과도한 인건비를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어요. 당장 지금 직원들에게 성과를 나눠주는 건 손해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은데 절대 그렇지 않아요. 능률이 높아지면 치킨 가격이 낮아지고, 소비자들이 찾게 되죠. 그러면 다시 회사가 성장하는 선순환이 일어나게 돼요.”
현재 유 대표가 운영하는 치킨플러스는 자율적인 업무환경을 강조하고 있다. 다만 하고 싶은 걸 하되, 많은 사람과 협의하고 충분히 공부하기를 권장한다. 불필요한 보고도 없앴다. 유 대표는 일주일에 한 번 회의에서 대략적인 진행 상황만을 보고받는다.
유 대표는 론칭 8개월 만에 50개의 매장을 열었다. 현재도 한 달에 10여개의 매장을 열고 있다. 올해 150개 매장을 열고 상반기 내 기관투자를 받기 위해 준비 중이며, 3년 안에 상장을 목표로 두고 있다.
“‘돈’만 본다면 사실 상장을 안 하는 게 더 도움이 될 거예요. 그런데 그건 직원들을 성장시키지 않겠다는 뜻밖에 안 되죠. 그래서 가시적인 목표로는 상장을 뒀어요. 궁극적인 목표는, ‘회사는 누군가가 희생해야 잘 된다’는 생각을 깨고 싶어요. 그 증명을 지금 해 나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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