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직접 선출’ 이화여대 총장선거… 구성원 ‘민주 열망’ 담는다

[기자수첩] ‘직접 선출’ 이화여대 총장선거… 구성원 ‘민주 열망’ 담는다

기사승인 2017-05-23 01:00:00

[쿠키뉴스=김성일 기자] 창학 131년 만에 처음으로 대학 구성원들의 뜻이 한 데 모아지고 있다. 22일 이화여대 총장 후보 추천 사전투표가 이뤄진 학내 ECC극장은 ‘민주 열망’을 담은 교수와 학생, 직원, 동창 등의 투표 열기로 뜨거웠다. 투표 시작 전부터 줄지어 개시를 기다린 구성원들의 모습은 차기 총장에 대한 큰 기대를 확인시켜주는 듯 했다.

이번 선거에서 선거권자 1명의 표 가치는 교수를 1표로 봤을 때 직원 0.567표, 학생 0.00481표, 동창 0.025표로 환산된다. 상대적으로 반영 비율이 적은 학생들의 반발이 컸던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현재 학생들은 투표를 독려하고 또 기꺼이 투표에 참여하고 있다. 비율이 낮은 만큼 자신들의 한 표가 더욱 중요하다는 생각에서다.

이화 구성원들은 새로운 총장을 그리며 “뭐든 투명하게”, “이화 정신 회복”, “소통과 교감”, “상처 치유 및 정상화” 등의 바람을 전했다. 후보는 7명에 달하지만 학생 등이 투표소 앞에 선 이유는 하나였다. 이화여대는 변화가 필요하며, 그 변화를 두려워하거나 피하지 않고 구성원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실천할 인물, 그가 바로 이화여대의 16대 총장이어야 한다는 갈망이 크다.

이화여대는 ‘최순실 모녀’ 스캔들을 온 몸으로 감내해야 했다. 숱한 비난도 있었지만 더 많은 격려가 이어졌고, 구성원들은 최경희 전 총장을 자리에서 끌어내렸다. 이 과정에서 사회가 이화여대를 주목했다. 우리 사회 적폐의 단면을 마주하고 그 청산 과정이 어떻게 이뤄질지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폭발적으로 표출된 셈이다.

새 총장 선출은 이화여대의 상처를 치유하고, 허물을 씻어내기 위한 중요한 시작점이다. 더불어 합리적이고 상식적인 교육 환경을 만드는 전초전이다. 이화여대의 떨어졌던 자존심은 결국 학생들이 지켜냈고, 새로운 길로 향하는 기회의 문도 학생이 열었다. 이화여대 신임 총장은 바로 이 점을 깊이 새기고 또 새겨야 할 것이다. 24일 본 투표를 거쳐 이달 말 대강당에서 열릴 취임식에서 크게 울릴 박수는 환영과 함께 무거운 책임을 전하는 신호가 될 것이다.

ivemic@kukinews.com

김성일 기자
ivemic@kukinews.com
김성일 기자
이 기사 어떻게 생각하세요
  • 추천해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추천기사
많이 본 기사
오피니언
실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