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비체제 돌입한 고교학점제… “현 상태 직시하고 정책 펼쳐야”

준비체제 돌입한 고교학점제… “현 상태 직시하고 정책 펼쳐야”

기사승인 2017-05-24 01:00:00

서울교육청, 전문가 TF 본격 가동

교사 업무량·지역 편차 등 우려

“제기능 하려면 입시체제 전환부터”

[쿠키뉴스=김성일 기자] 최근 문재인 대통령의 대표적 교육공약인 ‘고교학점제’ 시행을 위한 준비작업이 구체화되고 있다. 이를 두고 교육계에선 고교학점제가 사교육을 줄일 수 있는 대안으로 주목을 받고 있지만, 입시 위주로 치우친 현 교육체제 속에서 제 기능을 하려면 풀어야 할 당면과제가 만만치 않다는 의견이 이어진다.

23일 교육부와 교육계에 따르면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핵심 교육공약인 고교학점제 도입 작업이 전개되고 있다. 도입은 시험학교를 확대하는 방향으로 추진될 것으로 보인다. 교육부 측은 “학생의 과목 선택권 확대 등을 위해 고교학점제 도입이 필요하다는 대선 공약의 취지에 공감한다”며 “도입의 구체적 방안과 시기에 대해 정책연구, 의견수렴 등을 거쳐 계획을 세워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서울시교육청은 23일부터 교육학 전공 교수, 현장 교원, 시민단체 등 14명으로 꾸려진 ‘고교학점제 전문가 태스크포스(TF)’를 가동했다. TF는 고교학점제의 현장 적용을 위한 구체적 로드맵을 마련하게 된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미래형 고교 교육과정 운영체제와 학생의 진로 관련 희망을 수용하는 고교학점제 관련 내용을 종합적으로 논의하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문 대통령의 취임 직후 이처럼 본격적인 준비작업이 이뤄지는 것을 두고 교육계에서는 현장 도입 후 일어날 수 있는 부작용 등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충분한 준비기간이 확보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당장 학생들은 과목 선택의 기준을 어떻게 잡을 것인지 궁금해 했다. 열린 교육을 지향하는 고교선택제의 취지를 살리려면 과목의 종류와 개설 방식, 개설 가능 인원 등의 기본 체계가 학습 욕구를 뒷받침해줄 수 있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서울 소재 고등학교에 재학 중인 권모양은 “전에 보충수업을 위해 개설됐던 과목이 인원이 적어 없어진 경우가 있었다”면서 “고교학점제라면 이 같은 아쉬움을 덜어줄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일선 교사들의 만성적 업무 과부하 문제도 풀어야 할 숙제다. 기본 수업 및 평가, 학급 운영은 물론 행정업무와 행사 진행, 보충수업 등으로 인해 스트레스가 큰 교사들은 고교학점제 얘기에 손사래를 치기도 한다. 충북의 한 고교 교사는 “원활한 적용을 위해서는 교사들이 받아들일 수 있는 여건을 만드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강의 선택제를 운영하는 대학에서는 교수가 행정 업무 등에서 자유롭다”며 “업무 경감이 이뤄지거나 일부 대학 같은 시스템으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고 피력했다.

학교 규모나 지역 편차를 고려하지 않는다면 고른 기회가 적용될 수 없다는 회의적 반응도 있다. 특히 농·산·어촌의 소규모 학교들은 학생이 희망하는 과목 개설이나 학점 취득에 있어 한계가 따를 수 있고, 학교 간 연계도 물리적으로 어렵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현행 입시체제의 개선 및 전환이 선행돼야 한다는 주장에도 힘이 실린다. 임성호 종로학원하늘교육 대표는 “현재 학생들이 대학입시만을 준비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데, 주요 교과목이 아닌 수업은 외면 받을 수 있다”라며 “어떤 형태로든 대학 입시와 연결될 수 있고, 학생부 종합전형 등에서 활용하게 된다면 현 여건에선 새로운 내신에 대한 부담으로 떠오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서울의 한 고교 교감은 “자유학기제를 비롯해 진로적성교육 등의 성과가 확실히 드러난 단계도 아닌 와중에 추가되는 현안만 많은 것 같다”며 “지금도 학생들의 공부량은 너무 많고 과목 수도 적은 게 아닌데, 현 상태를 직시하고 학생이 참여할 수 있는 여건부터 조성하는 게 필요한 듯 하다”고 말했다.

ivemic@kukinews.com

김성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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