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생을기록하다⑬] 암환자도 아기를 가질 수 있을까

[탄생을기록하다⑬] 암환자도 아기를 가질 수 있을까

암환자라도 ‘출산의 꿈’ 포기 말아야

기사승인 2017-06-15 01:00:00

[쿠키뉴스=박예슬 기자] 모름지기 집이 튼튼해야 외부의 위험으로부터 안전하게 보호받으며 지낼 수 있다. 마찬가지로 아기를 갖기 위해서도 무엇보다 엄마의 몸 상태가 건강해야 한다. 때문에 자칫 사소한 질환이라도 생기면 혹 임신에 영향이 가진 않을까 걱정되는 건 누구나 마찬가지다.

그런데 만약 ‘암’을 겪고 있는 경우라면 어떻게 해야 할까. 과연 아기를 가질 수는 있는 것인지, 임신 자체를 포기해야 하는 건 아닌지 등 갖가지 두려움과 불안한 생각부터 떠오를 것이다.

또한 암인지 모르고 이미 임신을 한 경우, 임신을 한 뒤에 암이 생긴 경우 등 ‘암환자’라는 입장에서 과연 ‘임신’과 ‘출산’이 동행이 가능한 것인지 의문이 들 수밖에 없다. 하지만 결론부터 말하자면 전혀 불가능한 건 아니다. 암환자라고 해서 섣불리 모든 걸 내려놓을 필요는 없다는 뜻이다.

김미경 단국대학교의과대학 제일병원 부인종양학과 교수는 “자궁암이나 난소암 등 부인암이 아닌 경우에는 임신에 필요한 자궁이나 난소가 보존돼 있기 때문에 임신이 가능하다”며, “암을 치료하는 중이라면 항암치료가 다 회복된 이후에 임신과 출산이 모두 가능하다”고 말했다. 항암치료 중에는 일시적으로 난소 기능이 저하되기 때문에 이 시기만 피하면 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부인암인 경우에는 아예 임신이 불가능할까? 그렇지 않다. 김 교수는 “특히 자궁경부암인 경우, 초기에는 자궁은 살려놓고 자궁경부만 일부 절제함으로써 암 치료가 가능하다”며 “자궁이 온전히 남아 있기 때문에 충분히 임신과 출산을 하실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물론 이런 경우 일반인에 비해서는 조산율이 높아지긴 한다. 하지만 우리 병원의 데이터만 봐도 자궁경부만 일부 절제하신 분들 중 임신에 성공한 케이스가 50% 정도나 된다. 따라서 임신에 크게 걱정하실 필요는 없다”고 강조했다.

만약 암에 걸렸는지 모르고 임신을 한 경우나 임신 후에 암이 생기는 경우에는 암종이 어떤 암인지, 그리고 예후가 어떤지가 가장 중요하다. 또한 암 병기에 따라서 임신을 유지할지 말지를 결정해야 한다.

김 교수는 “진행성 암인 경우 임신 1분기가 아니면 된다. 그 기간 동안에는 태아의 기관이 발생하는 굉장히 예민한 시기다. 때문에 1분기가 지난 2분기 이후부터는 태아에도 크게 영향을 주지 않아서 항암치료를 진행하면 된다”면서, “다만 이러한 경우 치료시기나 임신 유지 여부 등은 전문의와 긴밀하게 상의해서 결정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설령 암 치료를 받는다고 하더라도, 정말 태아에게 미치는 영향은 없는 것일까? 심지어 감기약조차도 아기에게 문제가 생길까봐 걱정하는 산모가 대다수다. 그러나 김미경 교수는 앞서 말했듯 ‘임신 1분기’만 아니면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항암치료가 다 끝난 이후에는 특별히 태아에게 영향을 미치는 건 없다. 치료기간 중인 경우 임신 1분기라면 영향이 있을 수 있겠지만, 이미 암 치료를 다 받았다면 걱정 안 하셔도 된다. 일반 산모와 같은 상태라고 보면 된다”고 재차 설명했다. 

다만 “방사선 치료의 경우, 복부 쪽에 방사선을 쪼이면 자궁이나 난소에 영향을 주기 때문에 임신이 어려울 수 있다. 이땐 임신을 계획하신다면 난임 치료 등 협진해서 본인이 어떤 상태인지 정확하게 확인한 다음 계획하는 게 좋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암 치료가 끝난 후에 임신을 계획하는 건 괜찮을까? 다행히도 보통 암 치료 후 어느 정도 기간이 지나서 재발 위험성이 떨어진 다음에는 충분히 임신이 가능하다. 임신 계획을 할 때는 일반인과 마찬가지로 계획하면 된다.

다만, 유방암처럼 여성호르몬이 증가했을 때 재발 위험성이 높아지는 암인 경우는 예외다. 유방암은 치료 종료 후부터 임신되는 시기까지의 기간이 너무 짧으면 재발 위험성이 높아지기 때문에 위험할 수 있다. 따라서 반드시 전문의와 상의해보고 임신 시기를 결정해야 한다.

안전한 임신에 있어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미리미리 예방하는 것이다. 그중에서도 특히 자궁경부암은 ‘전암성 병변(전암 병터)’이라고 해서 암으로 가기 전 단계에서 암으로 진행되기까지 약 2~5년 정도가 걸린다. 즉 사전에 충분히 조기 진단과 완치가 가능한 질환이라는 것이다.

김 교수는 “산전검사 때 꼭 자궁경부 등 선별검사를 해서 문제가 있는 부분은 임신 전에 미리 발견하는 게 가장 좋다”며 “임신 중에 문제가 발견된 경우에는 치료를 임신 이후로 미뤄야하기 때문에 예후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따라서 산전에 반드시 자궁경부암 검사, 초음파검사 등을 받아야 한다”고 권고했다. yes228@kukinews.com

박예슬 기자
yes228@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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