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치료 기회 있어도 포기하는 사람들, ‘메디컬푸어’

[기획] 치료 기회 있어도 포기하는 사람들, ‘메디컬푸어’

[H콘서트] "나는 살기위해 메디컬푸어가 됐다"…돈 때문에 치료포기하는 사람들

기사승인 2017-07-03 00:03:00
[편집자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기동민 의원실과 쿠키뉴스는 의료비로 인한 가계부채로 빈곤층으로 전락하는 ‘메디컬푸어’에 대한 대책 마련 및 중증환자의 보장성 강화 방안 모색을 위해 지난달 23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나는 살기 위해 메디컬푸어가 됐다’를 주제로 H콘서트를 개최했다.

[쿠키뉴스= 조민규 기자] “완치 기회가 있습니다. 신약을 쓰면 치료 가능성이 높지만, 약값이 비싸 사용하기 어렵습니다”
 
서울아산병원 종양내과 이대호(아래 사진) 교수는 지난달 23일 국회 의원회관 제1소회의실에서 ‘나는 살기위해 메디컬푸어가 됐다’를 주제로 열린 제 2회 쿠키뉴스 H(Happy`Healthy) 콘서트에서 “환자들의 메디컬푸어 전락을 막을 완충지대를 만들어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날 이 교수는 ‘항암치료제 발달과 메디컬푸어’를 주제로 한 발표에서 “항암제의 효능은 과거에 비해 향상됐고, 여러 치료법과 더불어 치료의 효과를 누리는 환자들이 늘어나고 있다. 그러나 높은 효능만큼 비용도 천문학적으로 치솟아 있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10년 전만 해도 완치를 기대하기 어려웠는데 의학기술의 발전으로 완치가 어려운 4기 환자도 완치를 기대할 수 있는 약들이 계속 개발되고 있다. 문제는 최근에 개발된 약이다보니 가격이 만만치 않아 환자와 가족들에게 어려운 이야기를 해야 한다. ‘완치 기회가 있습니다. 약값이 비쌉니다. 해보겠습니까’라고. 사실은 외래에서 의사로서 이렇게 이야기할 뿐 어떻게 해볼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사회적으로 풀었으면 좋겠는데 사회도 감당하기 힘들다. 앞으로는 더 그럴 것이다”라고 말했다.

또 의료기술 발전 현황에 대해 소개하며 “의료기술이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 보다 새로운, 보다 효과적이, 그렇지만 비싸다. 2016년 나온 약들은 급여가 거의 되지 않았다. 가격을 보면 앞의 약은 월 500만원 정도였는데 2015년 이후 나온 약들은 월 1000만원이 넘는다. 1년 약값이 1억이 넘는 것이다”라며, “감당할 수 있을까. 우리나라 소득순위를 보면 연봉 1억 이상 40만명 정도 된다. 1억 이하는 1000만명이다. 연봉 1억원인 사람은 급여를 모두 약값으로 급여를 다 써야한다”고 밝혔다.

이어 “2017년 란셋이라는 저널에 실린 내용인데 전 세계에서 오래 사는 나라 1등 대한민국이다. 평균수명 90세라고 한다. 반대로 말하면 암환자들이 점점 더 많아진다는 것이다. 60세 넘어가는 사람이 문제가 생기면 의료비는 자녀들이 감당한다. 그렇지만 출산율은 감소하고 있다. 메디컬푸어, 가정적 파탄으로 끝나는 게 아니라 사회적으로도 부담스러워질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이 교수는 “이 비용을 어떻게 감당할까. 일본의 경우 신약 하나를 허가해줬다가 난리가 났다. 약 하나에 1조2000억원의 보험재정이 투입된 것이다. 많은 환자가 혜택을 봤을 것이고, 생존도 늘었을 것이다. 하지만 국가가 감당하기는 힘든 것이다. 우리나라 전체 항암제 부담비용이 1조가 안된다”며 “환자, 의료진, 건강보험, 시민단체 등이 논의해야한다. 건강보험료를 얼마쯤 더 낼 수 있을까. 내는 건강보험료를 암환자, 4대 중증질환, 희귀난치질환에 얼마나 부담할 수 있을까를 공론의 장을 통해 논의해야 한다. 이를 통해 좀더 의료기술이 발전해 (질환의) 완치가 더 확실해질 때까지 기다릴 수 있는 시간을 벌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진 토론회에서는 정부, 의료계, 환자단체에서 나와 메디컬푸어와 관련해 각각의 입장에서 현 상황과 대안에 대해 허심탄회하게 이야기했다. 

우선 보건복지부 보험급여과 변루나(좌측 사진) 서기관은 “재난적 의료비의 비율을 어느 수준으로 정하느냐에 따라 다르겠지만 국민건강보험공단 연구자료에 따르면 2014년 비급여 등으로 인해 약 10만가구가 재난적의료비 지원이 필요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암환자 또는 중증질환자에 대한 본인부담률은 통상 5~10%로 일반질환에 비해 낮다. 비급여 해소를 위해 670여 항목을 급여로 전환한바 있다. 또 갑작스런 질환에 따른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본인부담상한제, 재난적의료비지원제도 등을 운영하고 있다”며 “본인부담상화제 소득수준에 따라 혜택을 받는 공통점이 있는데 소득수준에 따라 7개 구간으로 나눠 시행하고 있다. 2017년 기준 소득 낮은 1군은 1년에 122만원을 부담한다. 514만원까지만 본인부담을 내면 되는 상황이다. 초과 금액에 대해서는 건강보험공단에서 부담하는 제도이다. 재난적의료비는 의료급여나 차상위 가구의 경우 의료비가 100만원 이상 발생하면 신청할 수 있고, 중소 80%이하 가구는 200만원 의료비가 발생하면 신청이 가능한 제도이다. 여기에서 비급여나 선택급여는 제외된다”고 설명했다. 

신약의 허가에서 급여까지의 시간차가 있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우선 고가 항암신약 같은 경우 위험분담제 등 유연하고 탄력적인 제도를 도입해 운영하고 있지만 신청하고 등재되기까지 오래 걸린다는 지적은 있다”며 “제약사 요구하는 실질적인 약가와 경제성평가를 통해 이뤄지는 조정, 타당성을 검토하기 위해 자료를 요구한다든지, 조정하는 기간, 타당성 근거자료 찾는 등에 시간이 걸린다”고 말했다. 

이은영 백혈병환우회 사무총장은 “10여년 전 백혈병투병을 한 계기로 환자단체에서 활동하고 있다. 암환자는 장기간 치료를 하기 때문에 치료비가 많이 든다. 여기에 고가의 신약들이 많이 나오는데 내 경우 당시 민간보험이 없어 내가 치료비를 부담해 집을 팔지는 않았지만 줄였다. 지금 많은 메디컬푸어가 일단은 카드 빚내고, 집을 팔고, 전세 전환하는 등 이렇게 계층이 하락하는 경우가 암환자 등 중증환자에서 많이 본다”고 환자들의 어려움을 전했다. 

이어 “정부의 보장률을 환자가 체감하기에는 부족하다고 생각된다. 체감률이 다른 것은 현장에서의 빠르게 나오는 신약이나 비급여 신의료기술에 있어 건강보험제도가 따라오지 못하기 때문”이라며, “건강보험료는 재정에 한계가 있고, 분배의 형평성이 있어 정부가 고민이 있는 것 같다. 보장성은 확대됐다고 하는데 이러한 현실은 어쩔 수 없이 사각지대를 만들고 있는 것”이라고 밝혔다. 

또 “최근의 신약은 효과는 많이 올라가고 부작용은 줄었기 때문에 환자들이 이전처럼 중환자실이나 병실에서 생을 마감하는 게 아니라 일상생활을 하며 사회에도 기여하면서 생을 마감한다. 그래서 환자들은 고가이지만 신약을 찾고 있는 것이다”고 말했다. 

이 사무총장은 “치료약이 있고, 치료방법도 있는데 돈 때문에 치료를 포기하시는 분이 여전히 있다. 환우회에 가족이나 환자들이 치료방법이나 완치율을 물어보기도 하지만 그보다 치료비가 얼마인지 더 많이 질문한다. 치료비가 비싸 약을 본인이 임의대로 줄이는 경우가 여전히 있다”며 “가장 시급한 것은 신속한 건강보험 급여화이다. 암·희귀질환 본인부담 5~10%이기 때문에 급여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발제에 나섰던 이대호 교수는 “의사로서 치료하고 예후를 이야기하고 싶은데 3분의1만 그런 이야기, 3분의1은 비용이야기, 마지막은 ‘가족과 상의해 결정해 오세요’라고 말한다. 그런 환자를 진료현장에서 매일 본다. 메디컬푸어 걱정하는 환자 70만명, 100만명 될 것이라고 하는데 앞으로 더 늘 것으로 생각된다. 대책마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우리에게 맞는 합리적인 방안을 모색하고 준비해야 한다”며 ▶약가 제도 효율성 제고 ▶항암제 급여결정과정 개선 ▶암환자 비급여 항암제 본인부담률 탄력 적용 ▶암환자에 대한 건강보험재정의 보다 효율적인 활용방안 ▶암환자 메디컬푸어 전락을 막을 재정지원 방안  ▶‘환자중심’ 암보장성 향상을 위한 상설 공론의 장 마련 등을 제안했다.  kioo@kukinews.com

◇주제= 나는 살기 위해 메디컬푸어가 됐다
◇참석= 더불어민주당 기동민 국회의원, 서울아산병원 종양내과 이대호 교수, 한국백혈병환우회 이은영 사무처장, 보건복지부 보험급여과 변루나 서기관
◇진행= 김범수 아나운서, 원미연 쿠키건강TV 아나운서
◇연출= 홍현기 쿠키건강TV
◇작가= 송현경
◇방송= 2017년 7월6일 목요일 19시30분
조민규 기자
kioo@kukinews.com
조민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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