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 쏘고 차량 탈취하고… 합천 인질극, 공포의 21시간

총 쏘고 차량 탈취하고… 합천 인질극, 공포의 21시간

기사승인 2017-07-05 20:02:04

[쿠키뉴스=문대찬 기자] 엽총을 지닌 채 인질극을 벌이던 40대 남성이 대치 21시간 만에 경찰에 검거됐다. 이 과정에서 엽총이 발사됐고 순찰차 등 차량이 탈취됐다. 

경찰은 5일 오후 3시50분께 A(41)씨를 미성년자약취유인과 특수공무집행방해 등 혐의로 긴급체포했다. A 씨 체포 과정은 영화를 방불케 할 정도로 아슬아슬했다. 

A 씨는 지난 4일 오전 9시30분께 고성 집에서 타지에 사는 전처와 전화로 다퉜다. 이후 “아들과 함께 죽겠다”고 문자를 보낸 뒤 학교에 있던 아들을 데리고 나와 진주의 한 지구대에 보관 중이던 엽총을 출고했다. 이어 오후 2~3시께 합천으로 이동했다. 

경찰은 이날 오전 11시를 전후해 A 씨 전처와 아들 담임교사로부터 신고를 받고 무장한 채 주변 수색에 나섰다. 그러던 중 순찰차를 탄 경찰관 2명이 오후 5시께 합천호 주변 야산에서 엽총을 들고 아들과 걸어가는 A 씨를 발견했다. 

순찰차를 본 A 씨는 즉각 방아쇠를 당겼다. A 씨는 경찰관들을 위협해 순찰차에서 내리게 했다. 하지만 차 키가 없어 순찰차를 몰고 달아나진 못했다. 그는 무전기를 이용해 경찰과 1차 대치를 시작했다. 

뒤이어 A 씨에 접근한 형사들의 차량도 총탄에 바퀴를 맞았다. 형사들은 협상을 요구하다 A 씨의 발포에 위협당했다. 

A 씨 주변에 있던 경찰들이 안전거리를 유지하며 그의 동선을 쫓았다. 이에 A 씨는 마주친 구급자 1대를 탈취해 봉산면 쪽으로 이동했다. 이 과정에서 오후 6시30분께 앞을 막아선 순찰차를 엽총으로 위협해 순찰차를 타고 도주했다. 

이후 A씨는 자신을 막아선 형사 기동대 차량을 들이받았고 민간인 소유 화물차까지 빼앗았다. A씨가 엽총을 발사한 횟수만 8번 가량에 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행히 다친 사람은 없었다.

A씨는 오후 7시께 황매산 터널 근처에서 경찰에 막히자 아들을 붙잡고 2차 대치를 시작했다. 아들과 경찰관에 엽총을 겨누며 위협했다.

10시20분께 아들은 풀려났으나 A 씨는 이후에도 전처를 보내달라며 엽총으로 자신을 겨누는 등 경찰과 대치를 이어갔다. 

경찰 측은 “아이 안전이 가장 중요했기 때문에 A 씨를 섣불리 제압하기 보다는 고착(포위)시키는 데 주력했다”면서도 “다만 더는 안되겠다는 생각에 A 씨가 황매산 터널에 도착했을 즈음인 오후 7시10분께 경찰 차량 쪽에서 권총 한 발을 발사하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대치 과정에서 A 씨가 엽총을 총 10여발 쏜 것으로 확인된다”며 “A 씨를 최종 검거할 때까지 최대한 자극하지 않으려고 설득을 이어갔다”고 덧붙였다.

경찰은 A 씨를 끈질기게 설득한 끝에 자수 의사를 확인하고, 이날 오후 3시50분께 A 씨가 트럭에서 내리도록 유인했다. A 씨는 엽총을 두고 트럭에서 내려 경찰에 순순히 검거됐다.

경찰은 합천경찰서로 연행한 A 씨를 상대로 정확한 범행 경위를 조사한 다음 구속영장을 신청할 예정이다.

mdc0504@kukinews.com

문대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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