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대만 가오슝 전람관 윤민섭 기자] “씨먼! 씨먼! 씨먼! 씨먼!”
지난 7일(한국시간) ahq e스포츠가 kt 롤스터의 넥서스를 파괴하자 가오슝 전람관은 “씨먼” 두 글자로 대동단결했다. 이 구호는 1분 가까이 지속됐다. 연유를 몰라 통역사에게 어떤 의미인지 물었다. ‘웨스트도어’의 현지 표현이란다. 한국말로 ‘서문(西門)’이었다.
경기 후 ‘웨스트도어’ 리우 슈웨이가 카메라 앞에 섰다. 관중들은 ‘씨먼’을 가까이서 보기 위해 몰려들었다. 어림잡아도 수백 명이었다. 박수와 함성 소리가 가오슝 전람관을 뒤흔들었다.
영웅을 환대하는 대만 e스포츠 팬들의 자세는 성숙했다. 동시에 열정적이었다. 단상에 선 리우 슈웨이의 몸짓 하나, 말 한 마디에 팬들은 환호했다.
이날 리우 슈웨이는 멋진 활약을 선보여 경기 MVP에 선정됐다. 맞상대가 세계 정상급 미드 라이너로 꼽히는 ‘폰’ 허원석이었기에 더욱 빛났다.
2012년 데뷔한 리우 슈웨이는 대만 리그 오브 레전드 프로 씬 최초의 스타다. 현역으로는 황혼기에 접어들었다 할 만하다. 지난 2015년 월드 챔피언십에서 탈락 한 뒤 은퇴를 선언했다가 이내 번복했다. 현재는 ‘차위’ 웡 싱레이와 주전 자리를 놓고 경쟁 중이다.
그는 한국 팀과 경기에 유독 강했다. 세계 1·2위를 다투는 미드 라이너 ‘페이커’ 이상혁과 ‘이지훈’도 국제 무대에서 솔로 킬을 헌납한 경험이 있다.
광란의 방송 인터뷰 후 믹스트존을 방문한 리우 슈웨이에게 물었다. 한국 팀을 상대할 때 무엇이 당신을 더 분발하게 만드는가.
그는 “도전자의 자세”가 비법이라 귀띔했다. 의외였다. 6년차 프로 게이머 입에서 나올 거라 예상했던 어구는 아니었다. 동시에 그의 선전과 장수 비결을 알 법했다.
리우 슈웨이는 이제 더 이상 ‘대만 최고의 미드 라이너’가 아니다. 플래시 울브즈 ‘메이플’ 황 이탕이나 J팀 ‘포포’ 추 춘란에게 그 타이틀을 넘겨준 지 꽤 됐다. 그러나 여전히 대만 팬들로부터 가장 많은 사랑을 받는 선수 중 하나다.
문득 지난 2012년 홀연히 한국 솔로 랭크에 나타나 ‘고전파’와 1위 경쟁을 하던 ‘아유미 사쿠라 캣(당시 리우 슈웨이 닉네임)’이 떠오른다. 그 시절부터 지금에 이르기까지 늘 한결 같은 자세와 뛰어난 프로 정신. 대만인들이 ‘씨먼’에게 보내는 애정의 근원이다. e스포츠에는 더 많은 ‘씨먼’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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