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인세현 기자] ‘티피오’(TPO)는 타임(Time), 플레이스(Place), 오케이션(Occasion)의 머리글자로 시간, 장소, 경우에 따라 알맞은 의복을 착용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는 단어입니다. 시간과 장소, 경우를 고려해 적절한 옷을 선택해야 한다는 의미죠. 이처럼 티피오를 염두에 두고 골라야 하는 것이 옷뿐 만은 아닙니다. 말도 마찬가지죠. 언제 어디서 어떠한 상황인지를 생각하고 발언하는 것은 중요한 일입니다.
지난 8일 개그맨 유세윤이 다시 한 번 적절치 못한 발언으로 도마 위에 올랐습니다. 이날 유세윤은 서울 상암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SMTOWN 라이브 월드 투어 VI 인 서울’(SMTOWN LIVE WORLD TOUR VI in SEOUL) 무대에 올랐습니다. 당시 유세윤은 그룹 슈퍼주니어 신동, UV 뮤지와 함께 발표한 노래 ‘메리 맨’을 선보였죠. 문제는 무대 이후 대화를 하는 과정에서 생겼습니다. 유세윤이 관객의 호응을 유도하기 위해 안무를 설명하던 중 “팔을 반만 올리면 XX 같다”고 말한 것입니다. XX는 신체의 어느 부분이 온전하지 못한 기형이거나 그 기능을 잃어버린 상태 혹은 사람을 지칭하는 단어입니다. 이와 같은 유세윤의 발언을 신동과 뮤지가 만류했지만, 말은 이미 무대 위에 엎질러진 후였습니다.
현장에서 문제의 발언을 들은 관객은 큰 불쾌감을 표했습니다. 유세윤이 오른 무대는 유세윤이나 UV의 단독 공연이 아니었습니다. 절친한 사람들만 있어 폭넓은 농담이 수용될 수 있는 사석은 더더욱 아니었죠. SM엔터테인먼트의 합동 공연인 만큼, 그 자리에는 SM 소속 가수들의 팬들이 여럿이었습니다. 더불어 패밀리석을 따로 판매했기 때문에 가족 단위 관객이 공연장을 찾기도 했고 장애인석도 마련돼 있었습니다. 다수의 관객은 SNS를 통해 유세윤의 문제 발언을 지적했습니다. 유세윤의 발언은 적어도 좌석 티켓을 구매하고 공연장을 찾은 다수의 관객이 듣고 싶었던 말은 아니었던 셈이죠.
문제가 불거지자 유세윤은 지난 10일 소속사를 통해 입장문을 발표하고 고개를 숙였습니다. 유세윤 측은 “오랜만에 ‘이태원 프리덤’의 라이브 공연을 펼치며 흥이 오른 상태였고, 분위기를 띄우기 위해 애드립을 하는 과정에서 적절치 못한 언행을 했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해당 단어가 공석에서는 물론이고 사석에서도 근절해야 할 차별 언어라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했던 점을 깊이 반성하고 있다”고 사과했습니다.
하지만 함께 올랐던 뮤지가 자신의 SNS를 통해 당시의 상황을 재차 설명하며 문제의 표현이 즉흥적 발언이 아닌 사전에 기획된 것임을 밝히며 논란은 더욱 가열됐습니다. 뮤지는 “사실 유세윤의 즉흥발언이 아니었다. 저희끼리 리허설을 하던 도중 UV의 무모한 콘셉트를 보여주고자 제가 제안을 했다”며 유세윤의 입장문 내용과 다른 사실을 밝혔습니다. 이어 “다소 장난스럽기는 하겠지만, 멘트 후에 바로 무릎 꿇고 손들고 ‘죄송합니다’라고 까지 하자고 약속 후 무대에 올랐다. 하지만 어리석게도 이해 못해 주실 수도 있다는 생각까지 못했다”고 덧붙였죠. 즉흥적인 발언이었다는 사과와는 달리 무대 위의 발언들 모두 사전에 약속돼 있던 것입니다.
유세윤이 말 때문에 사과하는 것은 처음이 아닙니다. 앞서 옹달샘 장동민, 유상무와 함께 각종 혐오·비하 발언으로 곤욕을 치룬 바 있죠. 당시 그들은 “웃음이 누군가에게 상처가 될 것이라는 생각을 못하고 안일했다”고 사과했습니다. 하지만 또다시 때와 장소, 상황을 가리지 못한 언행은 되풀이 됐습니다. 여전히 안일한 태도로 관객을 대한 것입니다. 유세윤은 말로 다수에게 영향력을 끼칠 수 있는 사람입니다. 자신이 지금 어디에서 어떤 말을 하고 있는지, 그 말을 듣는 사람이 어떠한 반응을 보일지 생각하고 말을 가려하는 수고는 해야 하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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