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드카드] “군대만한 교육방식 없잖아요”… 아직도 횡행한 선수 폭력

[레드카드] “군대만한 교육방식 없잖아요”… 아직도 횡행한 선수 폭력

“군대만한 교육방식 없잖아요”… 아직도 횡행한 선수 폭력

기사승인 2017-07-28 06:00:00

[옐로카드] [레드카드]는 최근 화제가 된 스포츠 이슈를 비판적인 시선으로 되짚어보는 쿠키뉴스 스포츠팀의 브랜드 코너입니다.

[쿠키뉴스=이다니엘 기자] 충남 아산 소재 S대학 야구부 감독이 선수들을 상습적으로 폭행한 정황이 포착됐다.

사건은 지난해 1월 해외 전지훈련장에서 발생했다. 영상을 보면 투구 폼으로 논의하던 선수는 급작스런 감독의 손찌검에 당황한다. J감독은 왼손을 휘두른 게 빗나가자 곧장 오른손으로 얼굴을 가격한 뒤 왼발로 허벅지를 찬다. 폭력이 자행되는 와중에 선수는 무릎을 꿇는다. 폭력 감독은 한술 더 떠서 선수의 얼굴에 발길질을 서슴지 않는다. 정신적으로 조련을 당했다는 표현이 과하지 않은, 흡사 주종관계를 연상케 하는 장면이다.

15초가량의 짧은 영상이지만 J감독이 얼마큼 선수들 위에 군림했는지 알 수 있는 장면이다. 영상이 미디어를 타고 공개되자 이례적으로 대한체육회 등 3개 단체가 조사를 벌이겠다고 밝혔다. 문체부 스포츠 비리센터에도 사건이 접수된 상태다.

J감독의 폭행은 훨씬 이전부터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한 매체 보도에 따르면 10여년 전 경기도 성남 소재 고등학교에서 감독으로 일했던 그는 상습적으로 선수를 구타했다. 한 제보자는 “고교 시절 J감독에게 당했던 육체적·정신적 고통이 아직도 생생해 요즘도 꿈에 나올 정도다. 알고 있는 동료 피해자만 수십명”이라고 증언했다. 그는 “전지훈련 당시 담배를 피웠다는 이유로 반나절 가량을 야구방망이로 맞았는데, 당시 엉덩이에 물이 차오른 것처럼 부풀어 오르고 피가 났다. 시커먼 멍 자국이 허리부터 종아리까지 번져 한동안 정상적인 활동을 할 수 없었다”고 증언했다.

S대학교는 교육부 평가에서 ‘부실대학’으로 선정되는 아픔을 딛고 2013년 J감독을 중심으로 야구부를 창설했다. 당시 사회체육학과 1학년 11명선수로 팀을 구성한 야구부는 이후 수시모집 등으로 선수단을 키웠다. 이제 5년차를 맞았지만 아직까지 뚜렷한 대회 성적이 나오진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지도자-선수 간의 폭행 묵인은 오늘내일 일이 아니다. 폭력 사건이 터지면 프로를 준비하는 선수 입장에서는 울며 겨자 먹기로 합의 사인을 할 수밖에 없다. 대학 입시나 팀 입단에서 추천서는 여전히 괴이한 힘을 발휘하기 때문이다. 이렇듯 사건이 드러나도 솜망방이 처벌로 매듭 지어지며 문제 해결은 답보를 거듭했다.

“그래도 군대만한 지휘체계는 없잖아요”

유능한 선수를 길러내는 방법론을 놓고 지금도 인터넷을 뜨겁게 달구는 주제가 있다. ‘군기 문화’다. SNS 제보 페이지에는 ‘군기가 쎈 학과’를 빙자한 가혹행위를 호소하는 체대생들의 제보가 수년째 이어지고 있다.

이들의 하소연에 반응은 제각각이다. “아직도 그런 곳이 있느냐”는 날 선 비판이 있는가하면 “그것도 못 버티면서 뭔 좋은 선수가 되겠다는 거냐”는 조롱도 적잖다. ‘좋은 선수’가 되기 위해선 더욱 가혹한 환경에서 끈기있게 훈련을 받아야 한다는 의견도 간간히 나온다.

군기 바탕의 훈련방식을 옹호하는 이들의 주장은 그럴싸하다. 가장 효율적인 훈련방식은 상명하복(上命下服)이고, 팀의 일관성 있는 성적 유지에는 카리스마 있는 지도자가 필요하다고 한다.

하지만 상명하복은 부화뇌동(附和雷同) 내지는 견강부회(牽强附會)가 될 수 있다. 강압적인 상하관계가 팀플레이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 결과는 그 어디에도 없다.

군기(軍紀)의 사전적 정의는 ‘군대의 규율 및 풍기’다. 전쟁터에서 기본은 각개전투지만 넓게 보면 지휘관의 작전계획이 빈틈없이 수행돼야 한다. 한 개인의 실수가 전우의 생명위협으로 직결되기 때문이다.

체육계에 꽉 들어찬 군기문화는 군법의 나쁜 것만 모아놓은 것처럼 보인다. 군대에도 ‘작전회의’라는 대화창구가 있다. 박지성, 손흥민, 박찬호, 류현진 등 세계무대에서 성공한 이들은 모두 자유분방한 사고방식을 지녔다.

“다 제자가 잘 되라고 때리는 사랑의 매야”

매는 때린 사람보다 맞는 사람이 더 잘 아는 법이다. 폭력의 피해자들은 모두 밤잠을 설칠 정도로 정신적으로 피폐해졌다고 호소한다.

장시호 부정입학으로 밝혀진 대학 체육비리는 심각한 수준이었다. 지난 3월29일 교육부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제2, 제3의 장시호는 10년 동안 400여명에 이르는 것으로 조사됐다. 문재인 정부는 이를 ‘적폐’로 규정하고 소탕을 약속했다.

적폐의 범위에는 각종 비리뿐 아니라 무분별한 폭력도 포함돼있다. 폭력은 어떤 경우에도 정당화 될 수 없다. 적어도 스포츠계는 훈련으로 흘린 땀이 가장 숭고한 가치가 되어야 한다.

dne@kukinews.com

이다니엘 기자
dne@kukinews.com
이다니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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