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넷마블의 모바일 e스포츠 도전을 바라보면서

[기자수첩] 넷마블의 모바일 e스포츠 도전을 바라보면서

기사승인 2017-07-29 05:00:00

[쿠키뉴스=김정우 기자] 우리나라가 '게임 강국'임은 전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사실이다. 여기에 우리나라는 ‘e스포츠 강국’이라는 타이틀이 함께 따라온다. 90년대 후반 블리자드의 ‘스타크래프트’가 폭발적인 인기를 누리면서 전국 PC방을 점령했고 이는 곧 방송 등을 통한 스타크래프트 대회의 흥행으로 이어졌다. 이후 라이엇게임즈의 ‘리그 오브 레전드’ 등 이른바 ‘초대박’ 게임들은 빠지지 않고 e스포츠의 무대에 올랐다.

e스포츠의 대중화로 게임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기 때문일까, 우리나라 유저들은 스타크래프트뿐 아니라 ‘철권’, ‘오버워치’ 등 각종 게임 국제 대회에서 우승컵을 거머쥐었고 이들의 실력은 세계적으로 인정받았다. e스포츠의 인기는 다시 게임의 장기 흥행 저변이 됐고 실력을 인정받은 선수들은 방송부터 유투브 등 각종 매체에서 유명세를 타기도 한다.

최근에는 이 같은 인기가 과거에 비해 다소 시들해진 분위기다. e스포츠를 중계하는 매체들의 변화도 있었지만 장기 흥행작인 리그 오브 레전드 외에 스타크래프트 만큼의 관심을 끈 종목을 찾기 어려운 점도 한몫 했다. ‘스타크래프트 2’는 전작만큼의 인기를 구가하지 못했고 지난해 최고 인기 게임으로 등장한 오버워치에 대한 관심도 초반만 못하다.

이런 상황에서 넷마블게임즈는 모바일 e스포츠라는 영역에 도전장을 냈다. 중국 텐센트에서 개발한 모바일 MOBA 게임 ‘펜타스톰’을 전면에 내세웠다. 인터넷 BJ들이나 길드 소속 유저 등 아마추어 선수들이 주축이 되는 ‘펜타스톰 프리미어 리그’를 오는 9월부터 본격 개막하며 타이틀 스폰서로 삼성전자까지 이끌어냈다. PC가 아닌 모바일 플랫폼에서의 e스포츠라는 새로운 도전임에도 꽤나 신경을 쓰는 모양새다.

넷마블은 펜타스톰이 e스포츠로 인기를 끌 수 있는 요소를 갖추고 있다고 판단했다. 우선 리그 오브 레전드로 검증된 장르인 만큼 유사한 포맷으로 진행될 수 있으며 모바일 게임 환경에 적합하게 플레이타임도 20분 안쪽으로 줄였다는 점이 경쟁력으로 꼽힌다.

여기에 모바일 기기에서의 조작성도 최적화해 간편한 조작으로 정교한 컨트롤이 가능하다는 점도 내세운다. 리그 오브 레전드의 아류작이라는 시선도 있지만 실제 펜타스톰을 즐긴 유저들은 “재미있다”는 평가도 심심찮게 내놓는다.

그럼에도 펜타스톰이 e스포츠로 자리 잡을 수 있을지에 대한 전망은 엇갈린다. 우선 모바일 환경에서 MOBA 장르의 흥행 여부가 미지수다. 펜타스톰의 원작으로 볼 수 있는 ‘왕자영요’는 중국에서 인기를 끌며 e스포츠로 자리를 잡았지만 이미 리그 오브 레전드가 대중적으로 자리를 잡은 국내 시장에서 유사 게임을 모바일로 즐길 수요가 얼마나 될지는 알 수 없다.

e스포츠가 게임의 장기 흥행을 이끌기도 하지만 애초에 게임 자체가 충분한 유저층을 확보하지 못하면 e스포츠의 흥행은 장담하기 어렵다. 넷마블은 펜타스톰의 이용자 지표를 따로 공개하지 않고 있으며 앱마켓 인기 또는 매출 순위에서도 펜타스톰이 폭발적 인기를 끌고 있다는 신호는 찾아보기 어렵다.

넷마블은 펜타스톰 프리미어리그를 단기 이벤트성으로 진행하지 않을 것이라고 공언했다. 중국 현지 시장에서도 시간을 두고 흥행했던 게임인 만큼 장기적인 시각으로 접근하겠다는 설명이다.

이 같은 도전은 나름대로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기존 인기를 끌었던 e스포츠 종목은 대부분 해외에서 개발하고 해외 게임사에서 서비스하는 게임이 대부분이었다. ‘e스포츠 강국’이라는 타이틀이 무색하게 국내 게임사 주도로 흥행한 e스포츠는 빈약하다는 지적을 받는 부분이다. 이런 의미에서 비록 해외 개발작이지만 자체적으로 e스포츠로 흥행시키겠다는 시도는 국내 업계를 리드하는 대형 게임사로서 가치 있는 도전이다.

오히려 넷마블의 도전으로 국내 게임업계가 미진했던 부분이 드러난 셈이기도 하다. PC온라인부터 최근 모바일에 이르기까지 RPG(역할수행게임) 일색인 국산 게임들은 e스포츠에 최적의 콘텐츠가 아니다. 엔씨소프트나 컴투스 등도 나름대로 자사 RPG 게임의 e스포츠 기반을 마련하고 도전을 이어가고 있지만 장르 특성상 게임 자체의 흥행을 보조하는 의미가 더 크다. e스포츠를 하나의 산업으로 보고 도전하는 것과는 차이가 있다.

블리자드의 스타크래프트나 오버워치, 라이엇게임즈의 리그 오브 레전드도 완전히 새로운 장르는 아니었다. 당대 인기를 구가하던 장르의 게임성을 극대화해 흥행에 성공한 게임들이다.

국내 게임사들도 비교적 안전하게 장기 흥행을 누릴 수 있는 전통적인 RPG 장르 외에 다양한 도전이 필요하다. 단지 e스포츠를 주도하기 위해서는 아니다. e스포츠로 인기를 끌 수 있다는 것은 그만큼 많은 유저들이 게임의 ‘재미’ 자체에 주목한다는 의미기도 하기 때문이다.

tajo@kukinews.com

김정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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