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한 쿡기자] 현대판 사노비로 전락한 공관병…자살 시도에 유배까지

[친절한 쿡기자] 현대판 사노비로 전락한 공관병…자살 시도에 유배까지

현대판 사노비로 전락한 공관병…자살 시도에 유배까지

기사승인 2017-08-03 15:04:56

[쿠키뉴스=이승희 기자] 파도 파도 끝이 없습니다. 육군 제2작전사령관 박찬주(육사37기) 대장 부인의 ‘공관병 갑질’ 사건이 일파만파 퍼지고 있습니다.

사태가 처음 불거진 것은 지난달 31일입니다. 인권단체 군인권센터는 같은 날 “지난해 3월부터 이번 해 초까지 박 대장 부인이 관사에서 근무하는 공관병, 조리병 등에게 갑질을 넘어 노예 수준의 취급을 했다는 복수의 제보를 받았다”고 밝혔습니다. 군인권센터에 따르면 박 대장 부인은 공관병에게 폭언과 폭력을 일삼았습니다. 다림질, 화장실 청소 등 사적인 일도 지시했죠.

이후 박 대장 부인의 갑질 행태가 하루가 멀다하고 폭로되면서 국민의 공분을 사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알려진 것만 해도 일일이 나열하기 힘들 정도입니다. 박 대장 부인은 병사들의 손목에 전자 팔찌를 채운 뒤 필요할 때마다 호출해 집안일을 시켰습니다. 병사들은 박 대장 아들의 속옷 빨래까지 해야 했습니다. 박 대장 부인은 아들에게 간식을 챙겨주지 않았다는 이유로 공관병 얼굴에 전을 집어 던지고, 일요일에는 무조건 교회에 갈 것을 종용했다는 것이 군인권센터의 주장입니다. 조선 시대 노비의 일상이라고 봐도 무방할 지경입니다.

이뿐만 아닙니다. 박 대장 부부의 괴롭힘을 견디다 못해 한 공관병이 자살을 시도했다는 사실이 3일 알려졌습니다. 군인권센터는 4차 보도자료를 통해 “박 대장이 지난 2015년 육군참모차장으로 재직하던 시절에도 갑질이 있었다”면서 “심한 스트레스를 느낀 나머지 한 병사는 자살 시도까지 했다”고 밝혔습니다. 박 대장 부인이 찾아오라고 한 물건을 찾을 수 없자 해당 공관병이 극단적 선택을 한 것입니다. 다행히 부관이 그 장면을 목격하고 제지해 참극은 발생하지 않았습니다. 공관병들이 얼마나 심한 정신적‧육체적 고통에 시달렸는지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박 대장은 부인에게 밉보인 병사를 최전방 부대로 ‘유배’ 보내기도 했습니다. 군인권센터에 따르면 병사 A씨는 박 대장 부인의 폭언을 참지 못하고 공관 밖으로 뛰쳐나갔습니다. 동료들은 그를 달래서 데리고 돌아왔는데요. 부인은 즉시 남편인 박 대장을 호출했습니다. 공관에 도착한 박 대장은 공관병들을 일렬로 세워두고 “내 아내는 여단장(준장)급인데 네가 예의를 갖춰야지 뭐하는 짓이냐”면서 “군기가 빠졌다. 정신 상태가 문제다. 전방에 가서 고생을 해봐야 여기가 좋은 데인 줄 안다”고 질책했습니다. 실제로 A씨는 12사단 사천리중대에 일주일간 파견되어 최전방 GOP(주력 부대의 전방에 배치되어 적을 관측하거나 적의 기습으로부터 아군을 보호하는 부대나 진지) 경계근무를 섰습니다.

공관병을 향한 갑질 논란은 이번이 처음은 아닙니다. 과거에도 유사한 사례가 있었는데요. 군인권센터는 지난 6월26일 서울 마포구 이한열기념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육군 제39사단 문병호 사단장(소장)이 휘하 장병들에게 폭언, 가혹 행위, 사적 지시를 가했다는 다수의 제보를 입수했다”고 폭로했습니다. 문 소장은 공관병들에게 술상을 차려오라고 지시했으며, 기분이 나쁘다는 이유로 공관에서 대기 중이던 장병의 목덜미와 뺨을 때렸습니다. 지난 2005년에는 이른바 ‘멸치 장군’ 사건이 터지기도 했습니다. 한 공관병이 죽방멸치를 제대로 보관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신모 중장에게 양쪽 볼과 정강이를 맞은 것인데요. 당시 징계위원회에 회부된 신 중장은 평소 부하 장병들이 실수할 때 “멍청한 놈, 어벙한 놈, 병신 같은 XX” 등의 언어폭력을 일삼았다고 시인했습니다.

공관병 갑질 논란이 커지자 여당은 조사를 촉구하고 나섰습니다.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은 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민주당 정책조정회의에서 “공관병 논란과 관련해 국방부는 (해당 지휘관을) 일벌백계해야 한다”면서 “이는 신성한 국방의 의무에 대한 모독이다. 군에 대한 국민의 신뢰 역시 떨어뜨리고 있다”고 질타했습니다. 같은 당 김경수 의원 또한 “부모 마음에 대못을 박는 행위”라며 공관병 갑질에 대한 전수조사를 요구했죠. 

국방부는 일단 자체 감사를 진행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국방부는 2일부터 감사에 착수했으며 이날은 논란의 당사자인 박 대장 부인에 조사도 이뤄질 예정입니다. 송영무 국방부 장관도 대응책을 지시했습니다. 송 장관은 같은 날 “먼저 장관 공관병부터 민간인력으로 대체하라”는 지시를 내렸습니다. 군 관계자는 “공관병 민간인력 대체를 군 전체로 확대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고 전했죠. 그러나 공관병을 민간인으로 대체해도 ‘군 지휘관의 사생활 편의까지 국가가 지원해야 하는가’라는 물음은 여전히 남습니다.

이번 갑질 파문에 가장 분노한 이들은 누구일까요. 아마 아들, 형제, 연인, 친구를 군대에 보낸 국민이었을 겁니다. 군에 대한 불신과 불안은 갈수록 높아지고 있습니다. 지난달에는 경기도 성남시 분당 국군수도병원에서 선임병들의 구타와 가혹 행위를 견디지 못한 일병이 투신해 목숨을 끊었습니다. 또 논산 육군훈련소에서 각개전투 훈련을 마친 한 훈련병은 쓰러진 뒤 다시 일어나지 못했습니다. 그동안 군대 내에서 발생한 범죄와 관련해 군이 보여준 행보는 실망스러웠습니다. ‘제 식구 감싸기’ ‘솜방망이 처벌’이라는 비판이 잇따랐죠. 지금 국방부가 해야 할 일은 이번 갑질 사건에 대한 철저한 진상조사일 것입니다. 박 대장 부부에게 엄격한 법의 잣대를 들이대는 것 역시 필요하고요. 과연 이번에는 군이 달라진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까요. 국민이 지켜보고 있겠습니다. 

aga4458@kukinews.com

이승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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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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